직장생활

[영국직장생활] 1년 반만에 첫 팀 회식을 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19. 00: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오늘은 오랫만에 틴틴의 직장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틴틴의 직장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틴틴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 제가 항상 블로그에 저희 아이 잭 이야기만 쓰다 보니 틴틴이 왜 자기 이야기는 없냐고, 자기 이야기도 좀 써달래요. ㅋㅋ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틴틴을 위해 준비한 틴틴의 이야기입니다!

틴틴의 직업

예전에 이미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틴틴은 영국 옥스퍼드 인근의 작은 소도시 아빙던에 있는 사이언스 파크에 입주해 있는 한 IT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예요.  영국에서는 ‘software developer’라고 칭하고, 한국에서는 흔히 ‘프로그래머’라고 하는 직업이죠.  컴퓨터로 코딩을 짜는 일을 합니다.  

틴틴의 현 영국 직장

이 기업은 나름 규모있는 기업으로 1980년대에 옥스퍼드 대학 출신 두 사람이 설립한 회사예요.  그게 커지고 커져서 현재는 미국에도 지사가 있고 일본에도 지사가 있는 나름 그 분야에서는 알려져있는 회사예요.  틴틴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 자그마치 1차 정리해고 대상이었답니다 ㅋㅋㅋㅋ 미안, 틴틴!!) 새롭게 구직활동을 해서 3년반전 이 곳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이 회사는 옥스퍼드 대학 출신들이 설립자여서 그런가 회사 분위기가 IT 기업치고 아주 포멀하고.. 매우 영국적이에요.  이전의 회사도 IT 회사였고, 회사 규모는 이 회사보다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훨씬 자유롭고 외국인 비중도 훨씬 높았는데, 이곳은 압도적으로 영국인이 많고, 사내 드레스코드가 ‘스마트’라고 정해져 있을 정도로 꽤 딱딱한 분위기예요.  

1년 반만에 가진 첫 회식

그러던 중 틴틴은 약 1년반 전부터 본인의 팀이 아닌 다른 팀에 차출되어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는데, 얼마전 4월 3일, 그 팀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과 1년반만에 첫 회식이 있었습니다.  아니, 영국에서도 팀 회식을 하냐구요?  그럼요!! 사람 사는 곳인데, 여기도 회식이 있지요!  그런데 그 회식이 1년 반만에 처음이라니 ㅋㅋ 영국에도 회식이 있지만 이런 식이랍니다. ㅋ 

이번 팀 회식은 점심식사였어요.  보통 팀 회식을 하게 되면 팀원들에게 선호하는 날짜와 식사시간대를 물어서 투표로 결정하는데, 틴틴 말이 대부분의 경우 요일은 화/수/목, 식사 시간은 ‘점심’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수요일이 인기가 많대요.  대부분 금요일은 절대 약속을 잡고 싶어하지 않고, 월요일도 부담스럽고..  일을 하면서 가장 지루할 때쯤인 수요일에 회식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이번에도 처음으로 하는 새로운 팀 회식이 수요일 점심이었어요.

식사 장소는 아빙던 시내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펍에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이탈리안으로 갔네요.  여기는 ASK라고 하는 영국내 체인으로 운영하는 이탈리안인데, 아빙던의 ASK는 딱 한번 가봤지만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꽤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였어요.  아무래도 체인이다 보니 지역, 지점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나거든요.

이날 오전, 저는 잭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사에서 회식장소로 이동 중인 틴틴과 틴틴의 동료 둘과 마주치기까지 했답니다.  씻지도 못해서 머리는 떡진 상태에, 옷도 잡히는대로 잠바떼기를 걸쳐입은 차림이었는데 틴틴의 동료들과 마주치다니!! 회사 근처에 살면 이런 게 은근히 불편합니다. ㅠ  저는 그 뜻밖의 만남이 반가우면서도 민망했으나, 민망함은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틴틴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몇마디 농담을 주고 받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틴틴에게 

“이 1년반만의 회식은 아주 좋은 글감인데?!  나중에 글 쓸 때 사용하게 사진 한두장 찍어와!!” 

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날 오후, “카톡!” 하며 틴틴이 보낸 사진이 줄줄이 도착했습니다.  저는 음식 사진이나 레스토랑 사진 한두장을 얘기한 건데, 왠걸.. ㅋㅋ 음식 사진, 식당 사진, 사람들 사진까지 ㅋㅋㅋ 틴틴이 사진을 엄청 보내왔어요.

“이게 뭐야 ㅋㅋ 왜 이렇게 많이 찍었어?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야?  팀 사람들 사진을 어떻게 찍은거야?  뭐라고 말 하고 찍었어?”

하고 묻자 틴틴은 회식 장소에서 부인이 블로그를 한다며, 부인을 위해 사진을 찍어가야 한다고 하며 자기 음식은 물론 다른 사람들 음식도 찍고 ㅋㅋ 식당도 찍고, 팀 사람들도 찍었대요.  아놔.. 정말.. 민망하고 어색합니다!! ㅋㅋ 

“틴틴, 나 정말 틴틴이 이럴 때는 진짜 ‘개발자’ 맞구나 싶어.  정말, 이 개발자들!!  못 말려!!”
“사람들도 좀 웃기고, 분위기 띄우려고 일부러 더 그랬어~”
“뭐야ㅋㅋ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헸어? ㅋㅋ 분위기가 띄워졌어?”
“응… 뭐 ㅋㅋ사진 찍는다 하니 다들 어색해했지 ㅋㅋ”
“그런데 사람들 사진은 어떻게 찍은거야?  다들 순순히 찍겠대?”
"사람들 사진은 모두 인턴 위주로 찍은 거야. ㅋ"
“뭐야, 만만한 인턴들만!  못말려!!”

그렇게 전달받은 영국 직장인 남편의 1년 반만의 팀회식 사진을 공개합니다. ㅋ 아래는 식당 내부 사진. 


누군가의 전채 요리.  아.. 새우 맛있어 보이네요!


해산물 파스타, 맛있어보입니다!! 아.. 이탈리안 음식을 못 먹은지 1년도 넘은 것 같네요.


아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누가 페퍼로니 피자를 시킨거죠? ㅋㅋㅋ그래도 맛있어 보이네요.


누군가의 디저트.  배 타르트!! 이것도 정말 맛있어 보여요!!!  다 맛있어 보입니다. ㅠㅠ


그리고.. 두둥!  팀원들 사진!! 모두들 어려보이죠?  네.. 20대 초반의 인턴들이라 그래요. ㅋㅋ 


사진 찍기에 좀 더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3명의 인턴을 또 찍어왔네요. ㅋ


틴틴의 현재 팀에서 함께 일 하는 두세명의 개발자 동료에 대한 이야기는 매일같이 듣는데, 인턴들은 그 ‘존재’는 알았지만 이렇게 인원이 많은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덕분에 틴틴네 팀에서 일하는 인턴의 얼굴도 보고 ㅋ 좋네요.  딱 봐도 아주 어려보이는 인턴 친구들.  인턴들도 모두 실력들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틴틴의 1년반만의 첫 팀회식은 맛있는 식사와 함께 잘 끝났다고 해요. 

회식 시기와 시간 

원래 점심시간이 12시에서 1시인데, 이렇게 점심 팀회식이 있는 날은 11시40분쯤 회사를 나서서 1시반까지 점심시간을 가진대요.  2시간을 사용하는거죠.  코스 요리에, 음료까지 모두 시키고, 지불은 ‘법카’, 바로 법인카드입니다.  영국은 4월에 회계년도가 시작해서 그런지 3-4월에 남은 돈을 모두 소진할 목적으로 이런 저런 행사들이 은근히 있어요.  그래서 회식이 이렇게 3-4월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회식 중 대화

“틴틴, 밥 먹으면서 사람들이랑 무슨 얘기했어?”

영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 본 적 없는 저는 이런 게 항상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식사 자리를 정말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데, 틴틴은 이런 자리를 저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잘 즐기는 편이거든요.  

“뭐, 일 얘기 빼고 이런 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들 주고 받는 거지 뭐.  회식 때 일 얘기는 절대 안 하니까.”

네, 회식 때 절대 일 이야기는 하지 않는대요.  저는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이라고는 연구원에서 일한 게 전부인데다, 저희 팀은 팀장님 밑에 팀원은 저 하나였던터라 한국식 ‘직장 팀회식’은 해 본 적이 없어서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남편이 다니고 있는 매우 영국적 분위기의 영국직장 팀회식은 이렇게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며 서로 ‘쓰잘데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소위 말하는 ‘small talk’만 한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영국 직장의 인턴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니면 왜 이 직장이 매우 ‘영국적’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틴틴의 직장에 대해서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시간이 없어서 풀어낼 여력이 없네요. ㅠ 시간이 나는대로 종종 틴틴의 영국직장인 생활도 풀어볼게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 즐거운 근무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