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국 IT 회사의 크리스마스 맞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6. 00:49

이런 지지적인 남편을 봤나!  얼마전 Tintin이 야근을 하는 날, 남편을 기다리며 썼던 남편 직장 야근이야기가 엄청난 블로그 방문객을 끌어오자 나도 신이 났지만 남편도 덩달이 신이 났다.  영국 직장 시리즈물을 써보라며, 영국에서 구직활동 편, 영국직장의 정리해고 편 (Tintin은 정리해고 된 적이 자그마치 2번이나 있다 ㅋ), 영국직장의 회사동아리 활동 편, 회사복지 편, 직장상사관계 편을 써보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본인이 하고 있는데 글은 나에게 쓰라니 ㅋㅋ 이것도 웃긴 일이다. 

어쨌든 신이 난 남편이 어제는 집에 돌아오자 마자, "몽실, 네 블로그를 위해 내가 사진을 찍어왔어~" 하며 사진을 보내왔다.  회사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다. 

남편의 회사는 IT회사이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하는 회사.  아래 사진은 회사 1층 로비 사진.  멋지다.  확실히 기업들이 돈이 많으니, 학교나 시내에 걸리는 장식에 비해 화려하다. 

천장이 높다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도 길죽하고 높은 녀석으로 설치해뒀다. 

이 깜찍한 녀석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호두까기 인형들!  영국에서는 실제로 저 호두까기 인형 안에 호두를 넣어서 까먹을 때가 있는데, 예전에 우리 학과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 주간에 저 인형이 놓여있어서 껍찔째 있는 호두를 넣어서 눌러줬더니 호두가 정말 잘 까져서 깜짝 놀랐다.  아래 인형들도 진짜 호두까기가 되는 인형들인지 어떤지는 Tintin에게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겉모습만큼은 호두까지 병정들이다. 

1층 구내 식당 안 한켠에는 이렇게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도 쌓아뒀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을 두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선물을 뜯어보는 것이 관례일텐데, 식당 한켠에는 트리는 없지만 대신 이렇게 잘 포장된 선물박스와 산타할아버지를 세워두니 이것도 멋스럽다.  선물상자들은.. 당연히 빈 상자들이겠지만. ㅋ

윗층 사무실 공간 입구에도 별도로 트리 장식을 해뒀나보다.  Tintin이 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보건데 Tintin이 일하는 3층 사무실 공간인 듯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빨간색 커버의 소파 옆에 놓여 있으니 소파와 트리가 함께 어울어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더 사는 것 같다.  소파의 녹색 쿠션은 크리스마스 색깔을 내기 위해 빨간 소파에 녹색 쿠션을 일부러 갖다 놓은 것이려나.. 이것도 Tintin에게 물어봐야겠다.  어쨌거나 참.. 센스쟁이들.  사무실도 멋지게 꾸며줬다. 

아래 사진은 Tintin이 사무실에서 내려오는 계단에서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Tintin의 회사에는 딱 두번밖에 들어가본 적이 없다.  한번은 회사 식당에 가서 함께 밥을 먹었고, 또 한번은 불꽃놀이 행사 때 가본 것이 전부.  그렇기는 하지만 늘 Tintin에게 이야기를 듣고, 또 회사 내부로 들어가진 않더라도 가끔 회사 앞에 가서 Tintin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려서 함께 집에 돌아온 적이 여러번 있는데다, 회사 외벽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서 회사의 구조가 그럭저럭 눈에 다 보인다. ㅋ 왼쪽 저 높은 유리에 줄조명을 달아두니.. 너무 화려하고 이쁘다.  퇴근시간에 가보면 더 화려하고 이쁠 것 같다.  오후 4시면 해가 져서 깜깜하니.. ㅋ 5시반에 퇴근하는 사람들도 퇴근길에 멋진 조명을 즐길 수 있다.  영국의 해가 짧은 게 겨울에 좋은 점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다.  밤 늦도록 기다리지 않아도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계단쪽을 올려다보며 입구 벽면이 다 드러나보이게 Tintin이 한장의 사진을 더 찍어왔다.  와... 직접 보면 더 멋질 거 같다.  내일도 애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일 Tintin 퇴근길에 Tintin 회사에 가서 저 조명들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와야겠다.  이번에 보지 못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테니까!

Tintin이 다니는 회사는 이 회사가 있는 Science Park (과학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중 가장 신식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이 동네에서는 가장 신식 건물이다.  IT 회사 치고 규모가 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로그래머)들이 주축이 되는 회사이며, 팀원들이나 매니저들 모두 꽤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근무하기에 열악한 환경의 회사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건물이 이렇게 신식이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며, 외적으로 드러나는 조건이 괜찮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회사인 것도 아니다.  어제 퇴근한 Tintin은 회사 직원들에게 근무여건과 회사생활 등에 대한 연간 조사가 있었는데, 작년에만 해도 그 결과를 직원 모두에게 공개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그 결과가 비공개에 부쳐졌고, 그 조사결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특별 위원회도 구성되었다고 한다.  불만족 사항이 작년에 비해 많이 접수된 모양이다.   그래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이렇게 바로 대응책을 꾸리는 게 어디냐 싶긴 한데, 그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해내게 될 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회사 속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건 상관없이 회사의 support 팀들은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회사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을 크리스마스로 설레이게 해준다.  인구 3만명의 소도시에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심심하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이런 작은 일도 즐겁고 특별한 이벤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