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국직장인의 일상 속 럭셔리, 전원 속 출근길

옥포동 몽실언니 2017. 5. 3. 09:00

오늘은 영국 소도시 직장인의 일상 속의 럭셔리, 푸른 자연 속의 출근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 인구집중도가 높기는 하지만 영국의 직장이 런던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큰 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들에도 Business Park이나 Science Park 이라 불리는 회사들이 모여있는 기업 단지, 과학기술기업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런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경우 그런 도시나 인근 작은 마을에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런던이나 주요 대도시들은 사람도 많고 회사도 많지만 사람이 많아서 늘 복잡하고 대도시인 만큼 집세나 집값도 비싸다 보니 좀 더 조용한 곳에서 살면서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사는 영국의 Abingdon도 그런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이곳에는 동쪽에는 Business Park가, 서쪽에는 Science Park가 조성되어 있고 각 단지에는 여러 기업들이 입주해있습니다.  몽실의 남편 Tintin은 과거 아빙던의 Science Park에 있는 기업에 다니다가 2년 전 같은 지역의 Business Park에 있는 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옥스포드에서 차로 15분 거리이기에 차나 버스로 통근을 하다가 저희는 결혼과 함께 집세를 아끼기 위해 현실적으로 Abingdon으로 이사오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아주 작은 도시에서 조용하게 (=심심하게) 살게 되었지만 그 덕에 누리는 호사들 또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호사가 집 주변에 너무 좋은 자연이 있다는 것이고, 그 길 끝에 바로 Tintin의 회사가 있다는 것이지요.  집에서 회사까지 저같은 단신이 걸어도 15분이면 되는 출근길이라.. 어떤가요?  이만하면 '호사'라 할 만 하지 않나요?

집을 나와서 1분 가량 걸어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다리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푸른 초원, meadow로 향하는 오솔길이 나타납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길이지요.  봄이 와서 모든 나무들에 푸른 잎사귀가 무성하게 피어올랐습니다.

이 푸른 숲길 왼편으로는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모던한 flat (영국식 아파트) 이 들어서 있어요.  강가를 끼고 있는 만큼.. 작은 평수에도 불구하고 나름 비싼 플랫들인데, 옥스포드 집값이나 월세와 비교하면 그래도 저렴합니다.

그렇게 오솔길을 걷고 걷다 보면,

이 동네에 거주하는 한마리의 백조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백조는 소리를 내지 않는 mute swan 입니다.  뮤트 스완.  소리내는 백조는.. 엄청 시끄럽습니다.  들어본 적 없는 이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괴성들을 질러내지요.  참고로, 영국의 백조는 모두 여왕의 것입니다.  모두 정부에 등록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또 관리를 한답니다. 

왼편 강에 있는 백조도 보고, 오리도 보면서 계속 아래와 같은 오솔길을 걷다 보면

아래와 같은 다리가 또 한번 나옵니다.  이 다리를 건넙니다. 

그럼 이번에는 좀 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자연초원이 나타납니다.  이 길을 따라 또 걸어가면 곧 회사!

앗, 영국의 초원을 걷다 보면 아래와 같이 깻잎 비스무레하게 생긴 풀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눈썰미 없는 몽실언니는 한 때 혹여라도 이 풀들이 야생 깻잎이기라도 하면 좋겠다 싶어 이 잎을 손으로 만졌다가, 아야!!! 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지요.  저 풀들에는 아주 작은 가시들이 박혀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아주 따갑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그러므로 영국을 여행하시다가 이런 풀을 보시는 분들, 절대 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혹여라도 손으로 만지거나 다리에 스치게 되었을 때는 걱정하지 마시고 아래와 같은 넙적한 잎을 가진 풀을 찾아보세요.  이 풀들도 자연초원에 흔히 보이는 풀들인데, 이 풀잎을 하나 뜯은 후 잎을 접어서 즙을 내어 따가운 피부에 바르면 위의 가짜깻잎풀로 인해 따가운 곳이 이내 괜찮아진다고 합니다.  (영국 초등학생들이 알려준 이야기에요.  학교에서 이런 것을 다 배운다고 하더라구요)

자, Tintin의 회사가 있는 아빙던 Business Park로 가기 위해서는 좀 전에 가던 초원 속 길을 계속 가야 합니다.  아래와 같이.. 계속.. 가다보면 산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산책 중인 개도 함께 ^^

나무에 예쁜 꽃도 피어있으니, 꽃내음도 한번 맡고~

죽죽 걸어가다 보면~

이렇게 왼편에는 우측의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벤치도 있고~

이곳이 어디인지 안내해주는 안내판도 있어요. 

이 안내판을 지나고 나면 왼쪽으로 빠질 수 있는 작은 길이 보이죠?  바로 저 길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나가면 이 나무 문 앞에 떡 하니 보이는 건물이 바로 Tintin이 다니는 회사!

Tintin은 점심 시간 마다 20분씩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는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본인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뚝딱.. 먹으면 그렇게 1시간의 점심시간이 다 가죠.  점심시간마다 산책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저도 그 시간에 맞춰 Tintin 회사로 걸어오면서 사진을 찍었지요.  자, 이제 제가 도착하니 Tintin도 산책하러 나오고 있네요.  안녕, Tintin!

Tintin의 점심시간 산책로는 아까 제가 보여드린 바로 그 출근길.  Tintin은 늘 그 길을 따라 산책을 합니다.  좀 전에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아래와 같이 나무 그늘 아래에도 나무로 만든 의자가 또 있어요!  이렇게 곳곳에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친절한 산책로!

Tintin을 만나 함께 산책을 하다 보니 나무에 덩그라니 앉아있는 비둘기 두마리와 하늘을 활공하는 또 다른 새도 보이네요.  아래 사진에 비둘기 두마리 보이시나요?  얇은 나뭇가지에 다소 몸집이 있는 비둘기 두마리가 앉아있는 모습이 왠지 웃음을 자아냅니다.

Zoom-in을 해보면.. 바로 아래와 같이 말이죠. ㅋㅋ 

이런 짙은 자연을 따라 출퇴근을 할 수 있다니.. 과히 일상 속 럭셔리라 부를만 하지 않나요?  걸을 때 마다 늘 감사하게 되는 길입니다.  때론 지겹기는 하지만.. ^^;

웃긴 것은 이렇게 회사가 자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겨우 15분이면 닿을 곳에 있는데, 저렇게 멋진 산책로를 점심시간에만 이용하고 정작 아침에는 출근하기에 바빠서 Tintin의 작은 중고차 붕붕이를 몰고 5분만에 회사로 질주한다는.. 바로 그 현실! ㅋㅋ 아무리 좋은 상황이 주어져도.. 모든 사람이 그것을 꼭 다 누리고 즐기며 사는 건 아닌가 봅니다. ^^;

이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저는 Waitrose 웨이트로즈 마트에서 일식코너에서 파는 미역줄기 무침이 올라간 아보카도 롤을 사서 왔어요.  5.50파운드에.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먹었는데, 보기에는 그렇게 먹음직스럽고 맛 또한 달고 짜서 멈출 수 없게 하는 맛이었지만.. 너무 진한 소스와 강한 간 때문인가.. 먹고 속이 안 좋아 한참을 누워있었다고 하는.. 안 좋은 기억이..  ^^;; 그닥.. 비추.. 이제 다시는 사먹지 않게 될 듯 합니다.

영국 직장인들이 모두 다 이 같은 자연 속의 출근길의 혜택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왠만한 작은 도시들의 경우 비지니스 파크나 사이언스 파크가 있으면 주변 자연을 잘 조성해두는 편이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용하고 꽤 좋은 주변 환경을 갖고 있곤 합니다.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자연 가까이 사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기업들을 유치하려면 저런 주변환경도 당연히 중요한 환경 요소가 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으로 이렇게 작은 소도시로 이사온 저희 부부에게는 이 작은 도시가 다소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손쉽게 누릴 수 있는 자연환경 덕에 이 곳에 만족하고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윗 사진들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자연은 참 좋지만 날씨가...정말.... 구름 한가득.. 흐린 날이고.. 이런 날이.. 그냥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ㅠㅠ 자연은 좋지만.. 날씨가 너무 별로라는.  해 구경이 너무 귀해요!  그래도 어디서 어떻게 살든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좋은 점에 주목하면서 사는 게 맘이 편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