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1년 14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가량. 저는 아이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를 앞으로 안은 채 그대로 놀이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아이들이 안아달라 하여 안아줄 때마다, 내가 혹시라도 팔에 힘이 풀려 아이를 놓치거나, 아이를 안은 채 넘어져서 아이를 다치게 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을 늘 갖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결국은 생겼습니다. 그것도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말이죠.
저는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이 아주 좋은 편도 아닙니다. 키는 159센티에 현재 체중 54.7킬로(며칠 전 아침, 기상 후에 물도 마시지 않고 측정한 몸무게.. --;; 밥 먹고 저녁에 재면 56-57킬로는 될 것 같습니다), 그냥 보통 체격의 사람입니다. 한국 여성 기준에 비하면 통통한 편이겠지만, 40대인 나이를 감안하면 그렇게 뚱뚱한 것도 아닐 것이고, 영국 사람들 체격에 비하면 작고 왜소한 편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저에게, 18킬로의 큰 아이, 13킬로의 작은 아이는 결코 만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남자아이들인데다, 힘은 어찌나 세고, 고집도 세서 제 몸에 안긴 채로 제 몸을 자기 몸 다두릇이 조종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안고 있기란 평소에도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결국은 아이를 안은 채 넘어졌습니다. 그것도 아이가 매달려 있는 앞쪽으로 말이죠. 하아.. 다시 생각해도 정말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아이를 안고 넘어지게 된 연유는 이러했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간 오후. 그 날은 틴틴이 오후 반차를 써서 점심 시간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오랫만에 둘이 함께 아이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건물 뒷편 놀이터의 출입문을 대문으로 사용합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3살에서 4살 아이들 교실이 먼저 나오고, 거기서 몇 걸음 더 들어가면 아기들부터 2살까지의 어린 아이들의 반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형아 잭을 먼저 픽업하고, 잭과 함께 둘째 뚱이를 데리러 가지요.
그날도 평소처럼 잭을 먼저 픽업하고 뚱이를 데리러 가는데, 그 날은 뚱이네 반 아이들이 모두 반 교실 옆에 딸린 작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울타리는 아이들 키 정도 되는 높이. 아마 80센티 정도가 되는 높이였으려나요. 아이는 놀다가 저희를 발견하고 놀이터 울타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울타리에 문이 어디있나 살피며 "문은 어디에 있지?"하는 동안 아이는 이미 울타리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 양 팔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손짓했고, 문을 찾던 저는 아이 옆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선생님은 웃으시며 별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래서 저는 문이 없나보다 생각했고, 아이는 이미 제 손에 달려들었고, 저는 아이를 울타리 넘어로 안아서 들쳐 올렸습니다.
아이가 무겁고, 저는 힘이 없고, 나와 아이 사이에는 울타리가 있다 보니 아이를 들어올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들어올리며 "끄응..." 하고 제가 힘들어하자, 아이 옆에 있던 선생님은 웃으면서 자기가 들어 안아 넘겨줄까 하는 몸짓을 취하며 저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하고, 힘찬 기합을 한번 더 넣으며 아이를 안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저희에게 이야기해줬고,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저희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바이!" 하고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아이를 안은 채 뒤로 돌아섰는데!!!!
때는 바로 그 때. 돌아서서 발을 내딪는 순간 무언가 묵직한 게 발에 걸리면서 저는 그대로 앞으로 쿵!!!!! 넘어진 것입니다.
아이를 안고 넘어지는 그 짧은 찰나에도 얼마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던지!
'이게 뭐지?'
'도대체 내 발 앞에 뭐가 있었던 거지?'
'내가 뭐에 걸려 넘어진 거지?'
'아니, 결국 아이를 안고 넘어지는 일이 생기다니!'
'아이 허리를 바닥에 부딪히면 어떻게 하지?'
'아이 머리가 바닥에 부딪혀서 깨지는 건 아닐까?'
'아이 머리가 찢어지면 어쩌나!'
이런 온갖 생각이 드는 동안이 실은 제가 "꺄악!"하고 소리를 내지르고 앞으로 나자빠지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니..
"꺄악!" 하고 일 초간 소리를 내지르며 앞으로 넘어지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이 모든 생각이 떠올랐고, 저는 넘어지는 그 순간에도 괴롭고 불안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감싸야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내 온 몸을 던져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
아이의 머리가 깨질까 걱정인데, 아이를 안고 있는 팔로 머리를 감싸자니 아이 몸을 놓치고, 그렇다고 머리를 그냥 두면 머리는 아작이 날 게 분명하고. 열흘 전에 아이 이마에 생긴 혹이 아직 다 가라앉기도 전에 또 머리 부상이라니.. 저를 심란하게 하는 온갖 생각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면서, 저는 아이를 여전히 팔에 안은 채 최대한 손을 아이 머리쪽으로 뻗어올려 아이 머리를 최대한 감쌌고 그대로 쿵!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꽈당.
결국 아이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습니다. 저는 넘어져서도 너무 속상했습니다. 내 온 몸으로 받친다고 받쳤는데도 결국 아이 머리가 부딪히다니. ㅠㅠ 콘크리트 바닥에 아이 머리를 안은 채 바닥에 쏠려버린 제 손등이 아프기도 아팠고, 내가 이렇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내 아이도 결국 다쳤다는 것이 정말 화가 나고 속상했어요.
어쩌다 제가 넘어진 것인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아이 괜찮냐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이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지는 않을지, 아이 어깨에 골절이 일어나지는 않았을지, 너무 겁이 나서 눈을 뜨고 아이를 제대로 살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옆에 서 있다가 깜짝 놀란 남편 틴틴과 잭. 틴틴은 당장 저에게 달려와 괜찮냐고 하고, 근처에 있던 선생님들도 달려와 괜찮냐고, 자리에 일단 앉아보라고 저를 일으켰습니다.
"전 괜찮아요. 뚱이는 어때요? 뚱이 안 다쳤어요?"
"몽실, 네가 아이를 잘 감싸서 아이는 괜찮아. 너는 괜찮아?"
뚱이는 목청껏 울고 있는데 사람들이 뚱이는 괜찮다고 합니다. 다행히 피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애 머리가 부딪혔는데.. 어떻게 괜찮지? 쿵, 하고 내가 분명히 소리로 듣고, 몸으로도 느꼈는데, 착각이었나?'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가 괜찮으면 아이 어깨는 괜찮냐고, 틴틴에게도 묻고 선생님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제 발 바로 앞에는 커다란 타이어가 놓여있었습니다. 저 타이어에 제가 걸려 넘어진 거죠.
"아니, 왜 저기에 타이어가... 저게 저기 있었는데, 어떻게 저걸 못 본거지? 틴틴, 저기 타이어 있는 거 알았어?"
"아니, 나도 몰랐어."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던 저는 일단 다들 저에게 앉으라고 권하니 근처 벤치에 아이를 안은 채 앉았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 Denise가 물이나 차라도 갖다줄까 하고 묻는데, 저는 일단 다 괜찮다고, 집에 일찍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니,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니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다친 손을 찜질할 얼음팩과 응급상자를 가져와 다친 제 손 위로 밴드를 붙여줍니다. 덩달아 놀란 뚱이는 제 몸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통에 그 와중에도 아이는 내내 제게 안겨 있었지요.
이 날 응급상자를 가져오고, 제가 차나 물을 권하고, 일단 앉으라고 진정시켜 준 Denise 선생님은 둘째 뚱이반 대표선생님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선생님이에요. 드니스는 제 청바지 무릎에 난 흔적을 보더니, 네 바지를 보니 무릎도 심하게 부딪힌 모양인데 다리는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잠시 앉아 정신을 차리고, 기본적은 응급처치를 마친 후, 저희는 다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린이집 놀이터의 대문 바로 앞까지 와서 저는 아무래도 뭔가가 찝찝했어요. 아이가 내내 칭얼거리며 제게 안겨 있었는데, 얘도 어딘가가 불편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틴틴, 잠깐만. 잭, 잠깐만 기다려봐."
저는 대문 앞에 서서 뚱이를 바닥에 내려 세운 후, 아이를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의 뒷통수 한 곳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틴틴을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틴틴,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뚱이 머리 다친 것 이야기하고, 아이 머리에 댈 수 있을 만한 아이스팩도 좀 달라고 해 봐."
틴틴이 안으로 들어가자 잭도 아빠를 따라 들어갔어요. 마침 안에서 부원장(Deputy Manager)이자 잭 반의 리더 선생님인 Abbie 가 나왔고, 잭이 얼음팩을 요청하자 안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다쳤을 때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팽귄 그림이 그져진 작은 냉찜질 팩을 들고 왔어요.
그런데 아이 머리를 다쳤다고 하는데도 아비가 걸어나오는 모습은 전혀 다급해보이지 않는 터덜터덜한 느린 걸음. 그 모습에 저는 순간 '이게 뭐지?' 하고 화가 조금 났던 것 같습니다. 일과를 거의 마쳐가는 시간에 귀찮은 일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는 듯한 그런 걸음과 눈빛. 괜찮냐고 묻는데, 그 말은 그저 형식적인 질문인 것 같은 느낌. 진심어린 걱정과 온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태도.
일단 저희는 쿨링팩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고, 저는 이 사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저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첫째, 제가 왜 넘어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그만한 게 다행이지, 정말 더 크게 다칠 수 있었던 사고라 정말 아찔했습니다.
셋째, 그 누구 하나도 제가 넘어지게 된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매니저(원장)에게 연락하여 내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다칠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사고 리포트를 기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집에서 다친 것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어떤 일로 어떤 부상을 갖게 된 것인지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합니다. 그런 영국에서, 사고 당일에 아무도 이 사고 경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이후 어떻게 행정적으로 처리하게 될 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하여 저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런 사고가 났음을 알리고 조언을 구하며 원장에게 어떻게 메일을 적으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같은 동네에 사는 후배네 가족이 같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고, 마침 뚱이를 픽업하기 조금 전에 자신들의 자녀를 픽업하면서 저희의 사고를 모두 지켜봤습니다. 그 덕에 제가 놓친 정보, 확인이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를 물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옆으로 달려와서 힘이 되어 준 것은 물론이구요.
저도 스스로 잘 이해가 가지 않던 상황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상황이 정리가 되더군요. 이래서 대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록 전화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문자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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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두 잠든 저녁. 저의 외상은 양 손에 까진 상처가 전부였지만, 정신적으로 꽤 큰 충격을 받았고, 13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아이를 안고 그대로 고꾸라졌던 터라 온 몸이 욱씬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손도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저그런 상처이지만, 뼈가 괜찮긴 한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손등에 통증이 꽤나 깊게 느껴졌습니다.
평소같아도 피곤할 시간인데, 몸이 다치고 놀라고 나니 더더욱 피곤하게 느껴진 저녁. 마음같아서는 그냥 자고 싶었지만 바로 이메일을 쓰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서 어떻게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학부모가 가든에서 넘어져서 다침' 이런 식으로 한 줄로 작성한 사고경위서를 저에게 주면서 서명하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그런 한줄로 정리될 사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입장에서의 사건 전말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씁니다. 사실 넘어진 것은 제가 발 앞에 놓인 장애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으로, 그저 단순히 '넘어진 사건'일 수 있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틴틴도 그 때를 회상하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어요. 자칫하면 아이가 죽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고. 머리를 심각하게 다치거나.
자정 정도의 시간이 되니, 제가 왜 넘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린이집에 어떤 사항들을 요청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었습니다.
저는 왜 넘어졌을까요? 그건, 제가 제 눈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만 당시의 상황은 제가 제 눈 앞을 살피기 힘들었던 여러가지 기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그 날은 문이 아닌 울타리를 통해 아이를 넘겨받으면서 아이가 제 팔에 안겨있으면서 제 시야가 제한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아이를 유아방 현관을 통해 들여보내고, 내보냅니다. 그런데 그날은 아이들이 야외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고, 그 놀이터는 작은 울타리가 쳐져 있는 놀이터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문이 어디있나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문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1) 저희는 문을 발견하지 못했고, (2) 저희 바로 앞에 있던 부모가 울타리 넘어로 아이를 넘겨받은 데다, (3) 선생님도 문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이 어디에 있지?"하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나중에 틴틴이 하는 말이, 제가 그 말을 한국말로 했다는군요. ㅠㅠ 즉, 선생님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말. 그렇지만 제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문을 찾는 몸짓을 분명히 보였는데도 저에게 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저희도 저희 앞의 부모들처럼 아이를 울타리 넘어서 들어올렸습니다. 저희 앞의 앞의 부모가 바로 동네 후배 가족인데, 이들도 저희처럼 울타리 넘어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울타리는 문이 아니지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울타리 안은 아기들부터 2세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였는데, 울타리 밖은 큰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였습니다. 그래서 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만지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 놀 수 이도록 큰 타이어가 놀잇감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주고 받던(?) 울타리 바로 앞에 그 타이어가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울타리 넘어로 아이를 들어올려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는 제 팔 안에 안겨있었고, 제 시야는 아이로 인해 바닥은 보지 못하고 앞을 향했기에 발 앞에 있던 타이어를 시야에서 놓쳤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바로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던 것이 사고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저희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영국에서는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유지한다면 말이지요. 그래도 저희는 아이 선생님들과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여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데려다 줄 때 항상 마스크를 쓰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당연히 지켜야 합니다.
그리하여, 뚱이를 들어안은 후 저희는 그 상태로 울타리를 가운데 두고 선생님과 저희는 각자 울타리에서 1미터가 좀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그날 뭘 먹었고, 아이가 뭘 하며 놀았고, 어떤 진전을 보이며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있는지..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다면 울타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 얼굴을 좀 더 가까이 맞대고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지요.
바로 그 이유가 울타리에서 약 1.5미터..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1.5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인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렇게 가까운 위치에 놓여있던 타이어가 문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발을 돌아서자마다 바로 제 발 앞에 타이어가 있었던 것이지요.
셋째, 아이 부상을 놓치다
넘어지면서 아이가 다쳤고, 저는 아이가 괜찮은지 봐달라고 여러번 요청했지만 모두들 눈으로만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아이가 괜찮다고 짐작하고 단정해버렸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틴틴 말에 따르면 제가 아이를 폭 감싸안고 넘어졌기 때문에 아이가 다쳤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제가 아이가 괜찮은지 봐달라고 몇 번을 물었는데, 다들 눈으로만 보고 괜찮다고 했을 뿐, 아이 머리가 괜찮은지 봐주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아이 상태에 대해서는 좀 꼼꼼히 봐주기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첨언하였습니다.
사실, 울타리가 아닌 문으로 아이를 주고 받았더라면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일입니다. 영국에서는 "Health and Safety"라는 규정이 아주 엄격하게 지켜집니다. 영국도 과거 한국처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겠지요. 그런 과거를 거치면서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규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문 근처에는 절대 장애물을 두지 못하게 하고(통행에 방해가 되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문이 아닌 통로를 통해 아이를 내보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어린이집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저런 조치를 해주면 좋겠다구요.
(1) 아이를 절대 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는 내보내지 말고, 아이 곁에 부모가 직접 가서 데려갈 수 있게 해주거나 선생님이 아이를 부모에게 데리고 와줬으면 좋겠다고.
(2) 혹시라도 문이 아닌 곳을 문처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문 근처를 항상 장애문 없이 깨끗이 해 두듯이 그 임시 문 근처도 장애물 없이 깨끗이 비워두라고.
(3) 아이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아이 상태를 좀 더 꼼꼼히 체크해주면 좋겠다고.
고심끝에 정리하여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왔습니다.
역시나 사과의 말은 없습니다. 다만, 사고 소식을 들어 "참으로 유감"이라는 표현 뿐.
영국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아주 전형적인 답변이라고 혀를 내두릅니다.
그렇지만, 원장의 답장이 아주 성의없지도 않았으며, 어린이집 직원 모두가 저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해줬으며, 남편이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갔을 때 선생님들이 제 안부를 많이 걱정하며 물어봐줬다는 이야기에 저희는 마음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제 온몸에 근육통은 정도를 더해갔습니다. 팔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손등이 너무 아팠을 때는 느껴지지 않던 손목의 통증이, 손등 상처가 좀 아물자 그제야 느껴졌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4월 14일)에 사고가 있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남편이 급히 휴가를 내고 아이들 등하원을 모두 남편이 책임졌습니다. 사실 틴틴도 요즘 몸이 좋지 않아서 점심을 먹다가 이유없이 코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휴가를 냈죠(이제 남은 연간휴가일이 별로 없어요 ㅠㅠ).
그리고 월요일(4월 19일). 저는 사고 후 처음으로 저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오늘도 저희 뚱이를 데리러 나온 선생님께서 저를 보자마자 괜찮냐고 물어보시네요.
많이 좋아졌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엄마랑 헤어지는 거 싫다고 우는 뚱이를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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