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두 아들의 엄마되기,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

옥포동 몽실언니 2022. 4. 1. 00:00

내 인생에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난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오랫동안 했었다.  내가 누군가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을?  거기다가 출산을?  육아를?  상상이 잘 안 되는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두 언니 밑에서 셋째로 자란 나는 우리 집 세 딸들 중 그나마 가장 여성스러운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언니들은 나와 비교할 수 없게 시원, 화끈, 괄괄한 성격이다.  난 우리 셋 중 가장 새침하고, 부끄럼 많고,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 언니들은 내게 "쟤는 남자혐오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정도로 나는 남자에 대해 무지했다.  남자들과 말도 잘 나누지 못했고, 어려어했다.  아버지에 대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가되었던 것 같다. 

동생도 남자아이였지만, 동생은 내게 인형같은 존재.  아기같은 존재.  귀엽고 내가 좋아하는 어떤 대상으로 존재했지, 그 아이가 남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기 전부터 난 대학을 가느라고 집을 떠난 탓에 남동생이 있었어도 난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몰랐다. 

그랬던 내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또 임신을 했고, 아들을 또 하나 낳았다. 

하아...

자식을 낳고서야 아들이 어떤 존재인지, 남자아이가 어떤 존재인지, 남성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

도대체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왜 굳이 과격한 행동을 하고자 하는지, 도대체 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 몸을 던지는지, 제 몸에 늘 힘을 가득 실어 움직이는 아이들. 

아이들의 그 에너지가 버거울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한 육아는 아이와 소꼽놀이를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로 가득차있었는데, 그건 정말 현실을 모르는 상상이었다.  이건 아이들이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들이었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저렇게 정적으로 노는 건 아주 일부의 시간일 뿐, 아이들은 성별을 떠나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고 그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려고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야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이라서 생기는 일들이 있다.  육체적인 놀이와 도전을 엄청나게 즐긴다는 것.  아이지만 힘이 정말 세다는 것.  먹기도 잘 먹는다는 것, 많이 먹는다는 것.  조금만 노력하면 엄마를 힘으로 곧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내가 스물 몇 살밖에 되지 않던 어린 시절에는 나도 힘이 많았다.  작은언니가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하던 날, 나는 언니가 편하게 이사를 전두지휘할 수 있도록 조카를 돌봐줬다. 

조카는 여자아이였지만 돌에 이미 15킬로가 넘었다.  그 무거운 아이를 아기띠에 매고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가량 보냈던 것 같다.  무겁고 힘들었지만, 그게 그 나이의 나에게는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체중도 5킬로나 덜 나가고 가녀린 몸이었지만 그 때는 그게 됐다. 

그런데 만으로도 마흔이 넘은 내 나이.  아이들은 여전히 2세, 4세.  처음으로 둘째에게 목마를 태워줬다가 허리가 끊어지고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  목마를 태워서 거실에서 부엌까지 걸어가서 거울로 아이에게 목마 탄 모습만 한번 보여줬을 뿐인데, 와... 내 어깨... 숭모근이 무너져내리는 줄 알았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이 남자라도 해서 생기는 일들이 과도한 육체 놀이와 버거운 힘 정도일 뿐인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이게 될 나와 다른 모습들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배워야 할 게 많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내 일을 끝내는대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 회복하기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이 내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하게 살자. 

아이들은 놀면서도 끊임없이 체력을 단련한다. 

나도 함께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