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2022년 3월 30일, 워킹맘 포기를 선언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3. 30. 23:41

지난주 잠시 봄날씨가 찾아왔더랬습니다.

오늘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꼭 기록해둬야 할 날이에요.  그래서 바쁜 일 다 제치고 블로그에 들어와서 이렇게 기록에 남겨봅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들이 영국 어린이집을 다닌지 1년 하고 2일이 지난 날입니다.  바로 오늘, 저는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이야기했어요.  5월부터 주 4일로 바꾸고, 6월부터는 주 3일로 바꾸고 싶다고 말이죠. 

더이상 전업맘을 하지 않고, 일 욕심 내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한 날입니다.  몇달에 걸쳐, 아니, 아이들을 주 5일 보내는 거의 내내 고민했던 것 같던 그 고민의 답을 내린 날입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날이구요. 


아이들은 지난 1년간 주 5일 풀타임으로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영국 어린이집은 한국 어린이집과 달리 원하는 요일에 자리만 있다면 선택적으로 다닐 수 있고, 하루 중에도 오전시간 혹은 오후시간 중 선택해서 파트타임으로도 다닐 수 있습니다. 부모들의 유연근로시간제처럼 아이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로 돌아갑니다. 

어린이집 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보통 엄마들이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아이들도 파트타임으로만 맡기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작년 3월 한국에서 영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들 어린이집을 주 5일 보내며 저도 일을 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연구였어요.  전업으로 일하는 엄마들처럼 저도 전업으로 일을 하고자 아이들을 주 5일 모두 보내는 결정을 했으나 실제로 그걸 해보니 전업이 참 힘들더군요. 

아이들은 어리다 보니 자주 아프고, 코비드도 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장염도 걸리고, 그냥 감기도 걸리고.  아이들이 자주 아프고, 그러다보면 아이들 돌보며 저도 아프고, 남편도 아프고.  

그렇게 서로 돌아가며 아프기를 반복하다 보니 원래 계획한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하고, 작년 12월 전에 끝냈어야 할 일을 아직도 하고 있어요.  그 말인 즉슨, 현재 4월을 바라보며 여전히 일을 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제 소득은 0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일이 늘어지게 된 것은 작년 여름 남편의 차 사고도 있었고, 가을 우리 가족의 코비드 감염도 있었고, 겨울 또 한차례의 코비드가 다녀갔고, 올해 들어서도 아이들의 감기가 잦아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게 참 이민가정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예요.  엄마인 저도 일은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한다는 것에 제약이 참 많죠.  아이들은 자주 아픈데,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어린이집에는 보내지만 그 비용은 너무 비싸고. 

한편, 제 소득은 그 반에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 경력을 유지한다는 데에 의의를 뒀으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다 보니 저희 생활을 이렇게까지 희생하고 유지하는 경력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물음에 도달하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희 첫째 잭은 어린이집을 매일 다닌지 1년이 넘어서도 아직도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울어요.  오늘도 문앞에서도 울고, 어린이집 문 앞에서도 울고.. 결국 선생님 두 분이 나와서 우는 아이를 들쳐안고 들어가셨어요.

들어가면 잘 지내는데, 아이 말은 엄마가 함께 없어서 어린이집에 있는 게 싫고 힘들대요.  엄마만 같이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엄마가 없어서 힘들대요. 

매일 아침마다 아이와 어린이집 가는 일로 갈등을 겪고,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을 시키는 것도 큰 일이고, 이제 9월이면 잭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서 이젠 정말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저는 어린이집에 이메일을 썼습니다.  이사를 고려하고 있어서 아이들 어린이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싶다고 말이죠. 

그러다가 글로만 하려니 힘들어서 그냥 전화를 해서 통화를 했습니다.  5월부터 하루를 줄이고, 6월부터는 이틀을 줄여서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싶은데 가능하겠냐구요.  

이렇게 변경하려면 최소 몇 주 전에는 노티스를 줘야하는데, 그 기간이 한달인지 두달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노티스 기간은 최소 한달일 것 같은데 오늘이 3월 30일.  하루 이틀 끌었다가 4월에 연락하게 되면 빨라야 6월부터나 어린이집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그냥 바로 전화를 해 버린 거죠. 

어린이집 매니저, 한국으로 치면 원장이라 할 수 있는 니키는 저희가 이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아주 서운하다고 하며, 일단 어느 요일로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해서 전화통화 후 저는 5월은 목요일, 6월부터는 목요일과 금요일을 빼고 싶다고 이메일로 적어서 다시 보냈습니다. 

이메일은 보내졌고, 이제 저는 저희가 원하는 날로 줄이는 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렇게 할 경우 어린이집 비용이 얼마로 바뀌는지 연락받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작년 3월 마지막주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제가 돈을 받는 연구일을 한 건 5월인가 6월부터였서요.  그 때부터 12월까지죠.  약 6-7개월어치의 일을 1년간 끌었으니.  제 실제 소득은 기대 소득의 절반.  가계에 참 타격이 컸습니다. 

남편은 그래도 그렇게라도 제가 일을 이어간 게 좋았다고 하고, 원한다면 계속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저는 이게 참 힘듭니다.  저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고, 덩달아 남편도 힘든데, 제 일을 이어가자고 모두가 힘든 선택을 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닌 것 같거든요. 

저는 저대로 제 일이 밀려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면 어쩌나 항상 조마조마하고, 동시에 아이들이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게 되면 어쩌나 가슴 졸이고, 아이들이 컨디션이 안 좋아도 약 먹여가며 아이들을 꾸역꾸역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정말 마음이 불편했어요.  게다가 아이는 매일 아침 싫다고 울어대니.  이건 정말 맴찢하는 상황. 

그리하여 오랜 고민 끝에 일단 파트타임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일을 할지, 안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현재는 이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 이사 알아보는 일에도 시간이 꽤 많이 듭니다.  그리하여 이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낼 생각입니다. 

오랫만에 아이들을 혼자 돌보는 시간을 가지만 참으로 빡셀 것 같긴 한데,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죠?  

죽이 되는 밥이 되든 한 번 해보기로 합니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하더라도 우리끼리 한번 뒹굴고 싸워볼게요. 

5월부터 시작됩니다.  혼자서 사내 둘 돌보기.  코비드 직후에 혼자서 애 둘을 전업으로 돌봤을 때는 둘째 뚱이가 아가라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어린이 둘, 그것도 남자 어린이 둘을 혼자 감당해야 해서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엄마이니, 못할 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도오전!!!!! 한번 해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마침내 그 고민에 끝을 맺고, 그 결심을 어린이집에 알린 중요한 날입니다.

5월이 되고 6월이 되면 제가 그 결정을 후회를 할지, 잘했다고 뿌듯해할지 그게 참 궁금하네요. 

저도 인간인지라 제 지나간 시간, 제가 한 결정을 긍정하고 싶어할 거예요.  힘들고 고되어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겠죠?  소위 말하는 정신승리? 

답은 이미 정해져있겠죠.  그럼 뭘 두려워하나요.  부딪힐 일만 남았는데.

다행히 날씨 좋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아이들과 아빙던 이곳 저곳을 누려보겠습니다.  

어린이집을 줄여서 몇백파운드의 지출을 줄이게 되니, 이제 잭의 구멍난 옷들을 새 옷으로 바꿔줄 수 있을 거 같아 그건 참 좋습니다. 

주말나들이로 하던 것들을 이제 저 혼자 아이들 데리고 다니며 해보려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이 가든에서 놀거리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