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형제육아] 그래도 둘이 마음이 맞을 때가 있어 다행이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3. 8. 08:00

딸만 셋에 늦둥이 아들 하나인 집에서 자란 나에게 아들 둘을 키우는다는 건 정말 새삼스러운 일이다. 

"남자"라는 생물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나 할까.

저 넘치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다가 신이 난다고 부엌 바닥에 엎드려 포복 자세로 거실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며 키득키득 웃어대는 아이들.  

자기 몸안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갖 기이한 육체적 활동을 선보이며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면 건강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저런 아이들이 십년쯤 지나면 자리에 앉아서 게임이나 하고, 더 커서는 어떤 식으로든 제 앞가림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이다. 


뚱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이 갈등의 연속이었다.  형제 갈등.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고 때리고 뺏고 울고.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둘이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짧게는 30초, 1분, 2분...?? 2분 정도까지 울음 없이 둘이 논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그러나 그나마 둘이 마음이 맞아 한가지 활동을 함께 할 때가 있으니.  그게 바로 티비를 볼 때이다. 

요즘 아이들이 푹 빠져 지내는 포 페트롤, 한국에서는 퍼피 구조대라 불리는 프로그램. 

둘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똑같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저께 일요일 저녁, 부엌 청소를 하느라 틴틴과 내가 정신이 팔린 사이.  아이들이 어쩌고 있나 봤더니 아이들 식탁 의자를 발판삼아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엥?? 왜 왜들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어?"

하고 틴틴에게 물었다.

"애들이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더라고.  근데 의자가 너무 높아서 다리가 불편해 보여서 의자를 갖다 줬더니 발판으로 높이가 딱 맞아서 그런지 애들이 좋아하네."

아이들을 위해 발판을 마련해 준 틴틴. 

아이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틴틴의 배려에 감동. 

나였으면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보면 불편하니 바닥에 앉아서 보라고 한다거나 했을 것 같은데.  틴틴은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해주되, 좀 더 편하게 세팅을 바꿔줬다.  

아이들이 앉아있는 모습에서 둘째 뚱이 허리가 얼마나 꼿꼿한지.  아기때부터 허리를 항상 꼿꼿이 세워 앉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잭이랑 나란히 앉아있으면 뚱이의 허리가 더 눈에 띈다. 

퍼피 구조대 영화에서 어드벤쳐 시티에 사는 소세지 독(닥스훈트) 리버티가 포페트롤에게 전화한 장면을 보고 있는 두 형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같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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