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in 2022

아이들 생애 첫 영화: 무한 반복 시청 중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21. 22:39

아이들이 푹 빠진 Paw Patrol: The Movie

요즘 저는 오전에 아이들 등원 준비를 혼자 시키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아이들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양치를 시키고, 차에 태우는 일을 하다가 혼자서 두 아이 밥을 먹이고, 두 아이 옷을 입히고, 두 아이 양치를 모두 시키다 보니 그 시간이 겨우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인데 그 사이에 제 체력이 모두 고갈되어버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좀 쉽게 해보려고 티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어요.  밥을 다 먹고 나면 그 때부터 티비를 틀어서 아이들이 정신을 팔리게 한 후, 아이들에게 차례로 옷을 입히고, 양치를 시키는 거죠. 

그러다가 지난주 월요일에 처음 보게 된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게 바로 Paw Patrol: The Movie 라는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퍼피 구조대"라는 이름으로 나온 아이들용 만화 드라마를 영화화한 영화예요. 

퍼피 구조대, 영국에서는 포 패트롤이라 불리는 이 프로는 영국 Channel 5에서 바영하는 프로인데, 유튜브, 넷플릭스, Amazon Prime TV에서도 볼 수 있어서 저희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티비에서 자주 시청하곤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무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걸 보자고 조르는 통에 영화를 틀게 됐는데, 아이들에게 정신이 팔린 상태로 리모컨을 조정하다 보니 제가 "렌탈" 서비스를 결제를 했더군요.  딱 48시간 유효한 것을 1.99파운드(약 3200원) 주고 결제를 한거죠.

이틀간 등원 전, 등원 후 아이들은 이 영화를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아주 몰입감 있고, 재미가 있어요.  같이 보는 저도 빠져들 정도로요. 

그리고, 지난 주 내내 이 영화를 열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보고, 또 보고.  티비는 아예 보지도 않고, 한 주 내내 본 컨텐츠가 이 영화와 Frozen 영화가 전부였을 정도입니다.

태어나서 두번이상 반복해서 본 유일한 영화

전 한번 본 영화나 드라마를 또 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유일한 이유는 스토리가 궁금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다 보니 스토리가 대충 나오고 나면 결말도 잘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어요.  궁금증이 풀렸으니 결말이야 어찌됐던 별로 상관을 안 했던 거죠. 

그런 제가 가장 관심없어 했던 영화 장르가 있었으니, 그게 또 히어로물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 컨텐츠는 딱 히어로물은 아니더라도 위기에 처한 이들을 특정 집단이 구조해주는 식의 프로그램들이 참 많이 있더군요.  그런 프로그램이 저는 별로였어요.  아이들 프로라서 그런지,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하는 것보다는 "어떤 문제라도 우린 해결할 수 있어!" 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게 불편했거든요.

적고 보니 요즘 시쳇말로 저 같은 사람을 "프로불편러"라고 하려나요? 

또한, 특정 주인공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보기 불편했어요.  함께 의논하고, 의견을 나누며 문제 해결방식을 찾는 게 아니라, 뛰어난 누군가가 항상 해결책을 바로 갖고 나오고, 그 해결책대로 계획을 진행시키며, 그 해결책은 언제나 성공하는 게 현실이랑 너무 동떨어져보였던 거죠.

그렇죠.  아이들 프로그램인만큼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풀어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러나 사회정책을 전공한 엄마에게는 저런 만화들조차 저도 모르게 분석적으로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 프로그램에 별 흥미를 못 느낀 저마저도 이번 영화 퍼피구조대 더 무비는 정말 빠져들어서 봤고, 보고 또 봐도 지겹지가 않았어요.

아니, 약간 지겹긴 한데, 그래도 계속 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Paw Patro: The Moview 의 재미 요소

일단,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정말 귀여워요!!! 정말 정말 귀여워요. ㅋㅋ 이 영화 등장인물도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하는데, 정말 너무 귀여워서 꽉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예요. 

저희 아이들도 모든 캐릭터들을 정말 귀여워해요.  너무너무 귀엽대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든 강아지가 말이죠!

그리고, 각종 탈것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즉, 이 영화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귀여운 강아지와 온갖 탈것들(소방차, 경찰차, 헬리콥터, 불도저 등)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이니만큼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포 패트롤 티비 시리즈에서 나오던 캐릭터와 설정들을 영화로 잘 만들어낸 것도 볼 만한 요소예요.  

그리고, 전형적인 헐리우드 히어로물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아이들용 만화에서도 그대로 활용한 게 정말 웃기고 볼만해요.  너무나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웅물의 장치들, 영웅과 악당의 인물 관계, 영웅이 갖고 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는 상황, 그 어려움을 딛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등의 이야기 요소들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이게 아이들용 만화영화인지, 헐리우드 영웅물을 풍자해서 어른을 웃기려고 만든건지 궁금할 정도로 어른들도 푹 빠져 볼 수 있는 재미 요소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음악도 좋습니다.  영화에 삽입된 Good Mood 라는 노래는 저희 잭의 새로운 최애곡이 되었어요.  주말 내내 그 음악을 정말 크게 틀어놓고 거실과 부엌을 방방 뛰어다니며 신나게 춤을 추더라구요.  

아이들 때문에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다 보니 처음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영화 속 장치들, 처음 볼 때는 들리지 않았던 사소한 말장난 대사 등이 들리면서 영화를 더 풍부하게 즐기게 됐어요.  아,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봤던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주말쯤 되자 저와 틴틴이 영화 장면을 보지 않고도 개들의 대사를 떠오를 정도가 됐는데, 이래서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게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구나 싶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고 건전한 프로그램이 보고 싶으신 분들은,  퍼피구조대 더 무비, Paw Patrol: The Movie(2021)를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