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방균형발전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영국은 한국에 비해 지방균형발전이 이루져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의 삶이 한국 지방에서의 삶보다 좀 더 윤택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영국에서는 지방 곳곳에 좋은 사립학교가 많아서 아이들을 좋은 사립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교육열을 충족시켜주다 보니 너도 나도 한 지역만 선호하는 경향이 적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영국의 지방에는 자연이 아름다우면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들도 많아요. 공립학교들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적당히 괜찮은 학교들은 여기 저기서 찾아볼 수 있어요.
지방 곳곳에 산업단지를 형성해서 좋은 회사들이 런던에만 몰려있지 않고 기타 대도시나 대도시 인근의 작은 타운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이 있는 편이에요.
그러니, 집값 저렴하고, 주변 자연 환경 좋고, 이웃들도 친절하고, 일자리 괜찮으니, 지방에서의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틴틴이 런던 직장으로 옮기면서 런던의 집값을 알아보다가 런던의 현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런던은 영국의 타도시와 완전히 다른 곳이더라구요.
집값도 엄청나게 비싸고, 집값이 비싸다고 주변 환경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이웃'이라는 집단도 그 안에서의 구성에 따라 편차가 크고, 대도시이다 보니 사람들이 좀 더 여유가 없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정말 놀란 것이 엄청나게 비싼 어린이집 비용입니다!!!
저희가 이사를 생각하면서도 몸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어린이집 비용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 처음에 저희 동네에서도 어린이집 비용이 정말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한달을 전일제로 보낼 경우, 만 3세 미만의 경우 1200-1300파운드 사이가 들어요. 약 200만원이 드는 거죠.
그렇다 보니 저희 이웃 중 두 가정은 양가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린이집도 며칠은 보내되 전일제로는 보내지 않고, 엄마들도 파트타임으로만 일하고 있어요.
그러나 조부모님 찬스를 쓸 수 없는 저희는 눈물을 머금고 저축을 까먹어가며(이럴 때 쓰려고 모은 게 저축이라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야외 놀이터 공간이 엄청나게 커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환경이라 마음에 들어요.
런던 어린이집 비용이 한달에 300만원?
런던으로 이사를 가려고 보니 런던은 어린이집이 저희 동네보다 훨~~~씬 비쌉니다. 저희 동네의 200만원도 비싼데, 런던으로 가면 300만원이 넘는다고 해요. 한달에 300만원!!
현재 저희는 이사가고 싶은 지역을 세 군데 정도 마음에 두고 있어요. 당장은 이사를 갈 생각이 없어요. 못 갈 거 같아요. 대출을 아무리 받아도 이사가고 싶은 지역에 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이 안 될 거 같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계속 보고 있어요. 어떤 집이 얼마에 나오는지 알아두기 위해서죠. 그러다가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적당한 값에 나온다면, 그 때는 과감하게 이사를 생각해볼 예정이에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냥 계속 "관망"만 할 생각이에요.
저희를 이렇게 "관망"하도록 하는 것은 비싼 집값으로 인한 영향이 제일 있지만, 어린이집 비용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사 후보지 중 한 곳인 K지역에 어린이집이 얼마나 하나 찾아보았어요. 여기는 후보지 세 곳 중 어린이집 비용이 중간 정도 될 지역이에요.
다른 한 곳은 런던 외곽이라 행정구역상 런던이 아닌 곳이므로 좀 더 싸고, 또 다른 한 곳은 K 지역보다는 런던 시내에 조금 더 가까워서 어린이집 비용도 더 비싸다고 해요. 그러니 그 중간인 K 지역을 찾아봤지요.
런던 4존 K 동네, 하루 어린이집 비용: 85파운드(14만원)
실제로 찾아보니 이 K 지역도 어린이집 비용이 만 2세 이상일 경우 하루에만 85파운드네요? 하루에만 14만원이에요.
사진: 이사지역 후보 셋 중 한 곳의 어린이집 비용 표
표에 보면, Full Time Discount, 그러니까 전일제로 다니면 5% 할인을 해준답니다.
그럼 [하루 85파운드 x 주 5회 x 1년 52주 x 5% 풀타임 할인]/12 개월로 나눈 게 한달 어린이집 비용이에요.
그렇게 계산하니 한달에 1,750파운드, 284만원 되겠습니다.
2세 이상 한달 어린이집 비용: 1,750파운드(284만원)
둘째 뚱이 한명에 대해서만 런던으로 이사가면 어린이집 비용이 현재보다 매달 81만원이 추가로 더 나오는 거예요!
와.....
제가 애들 매달 어린이집 비용이 $$$$ 만큼 나간다고 했을 때, 친구 남편이 자기한테 그 돈 주면 자기가 애들 봐주겠다고 할 정도였는데, 저 런던의 어린이집 비용을 보고 나니 런던으로 갈 엄두가 안 나네요. 적어도 애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중에는 말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째 잭은 올 가을에 학교를 시작한다는 거..
큰 애가 학교를 들어가면 둘째만 어린이집을 보내면 되니 그게 다행이에요.
영국 정부의 어린이집 비용 지원: 만 3세 이상 주 15시간, 맞벌이 가정 주 30시간
거기에 더해서 내년 1월이 되어 저희 뚱이가 만 3세가 되면 정부에서 주 15시간 어린이집 비용을 보조해줍니다.
여기에, 제가 소득이 얼마 이상이 되는 일을 하게 될 경우, 최대 30시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30시간 지원을 받게 되면 어린이집 비용이 월 1,050 파운드 정도, 한화로 월 17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하아... 그렇게 30시간을 지원받아도 여전히 정말 비싸죠?
그러니까, 적어도 제가 최소 1050파운드, 즉 한화로 170만원 이상은 벌어야 어린이집 비용이 나온다는 말이고, 그러지 못할 경우 경력 포기하고 애를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제가 200만원 번다면, 그것도 그만두고 애를 보는 게 낫습니다. 애 데리고 왔다 갔다 하고 저도 일 하고.. 그러면서 어린이집 비용 내고 나서 30만원 남는다면 그 일은 안 해야죠.
250만원을 번다 해도 일을 안 하는 게 낫습니다. 큰 애 잭이 학교를 들어가면 연간 38주만 학교를 가고 나머지 14주간 방학이 있는데, 그 때마다 애를 누가 보나요. 그 때마다 방학캠프를 보낼 수 있지만 그 주간 방학 캠프라고 하는 것이 또 어린이집 비용 만큼 비싸요. 연간 14주 전체는 아니라도 연간 10주가량을 첫째는 방학캠프를 보내고 둘째 어린이집 보낸다? 그건 제가 250만원을 벌어도 적자입니다.
런던이라는 도시에서의 삶이 이렇다고 하네요.
애들이 어릴 때는 엄마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같습니다.
영국이 유럽 전체에서 남녀 소득 편차가 심한 국가에 속하는 게 이런 보육 시스템도 연관이 있을 것 같네요.
런던의 어린이집 비용을 알고 나니 런던으로의 이사가 더더욱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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