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잭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그 중 우리 잭의 창작의 세계를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 어느 주말, 끼니마다 먹는 게 고민이던 우리는 한국슈퍼에 가서 김밥용 단무지와 우엉 세트를 사 온 게 기억이 나서 집에 있던 프랑크프루터(길쭉한 소세지)를 물에 데친 후 소세지 김밥을 말아먹었다.
내가 김밥을 싸겠다고 하자 잭이 와서 자기도 같이 싸겠다고 덤빈다. 잭이 열심히 쌌지만 김밥 모양은 엉망이었다. 그러자 자기 김밥은 모두 내팽개치고 내가 싼 김밥을 자기 접시에 달라고 했다. 김밥을 동그랗게 쌓아줬고, 아이는 접시를 들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으로 간 후에도 나머지 김밥을 싸고 있는 내게로 와서 잘라둔 소세지를 하나씩 가져가던 잭. 하나를 가져가고는 잠시 후 다시 와서 또 하나를 더 가져갔다.
난 얘가 소세지를 이렇게 빨리 먹나, 소세지 너무 많이 먹으면 짜다고 아이에게 말해주며 남은 김밥을 계속 열심히 쌌다.
김밥 싸기를 마치고 식탁으로 온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이가 가져간 소세지는 먹기 위한 소세지가 아니라 자기 김밥을 장식하기 위한 소세지였던 것이다!
자기만의 김밥을 장식한 잭. ㅋㅋ 잭아, 넌 뭐니? 어디서 와서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하는 거니? ㅋㅋ
얼마 전에는 뚱이 생일에 집에 온 손님이 직접 만든 맛있는 쵸코쿠키를 가져왔다. 너무 맛있다고, 쿠키 사이에 이 쵸코크림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물으니 아이싱슈가로 만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잭은 아이싱, 아이싱,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오후 아빠와 마트에 가서 아이싱슈가를 비롯해서 디저트 장식용 온갖 재료를 사갖고 왔다.
그리고, 잭이 자기 맘대로의 레서피로 만든(즉, 레서피가 없다) 케잌(???) 위를 온갖 재료로 장식했다. 알록달록 예쁘다.
그리고 또 어느 주말이었던가. 아이가 갑자기 감자로 고슴도치를 만들자고 한다. 잭이 감자로 고슴도치를 만든 건 도대체 언제였을까. 차일드마인더 베키집에 가던 때였으니, 그 때는 아이가 만 두 살쯤이었는데. 그 때 만든 게 기억이 난걸까.
틴틴은 집에 있던 기다란 꼬치를 잘라줬고, 잭은 열심히 감자에 꽂아서 고슴도치를 만들었다. 집에 남아있던 꼬치를 다 쓰고서야 완성했다. 그리고 나서 아이는 고슴도치 눈을 붙여야 한다고 했다.
"고슴도치 눈은 어떻게 생겼어?"
나는 잭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잭 왈,
"하얗고, 까만 게 있어."
라고 대답했다.
고슴도치 눈도 우리 눈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눈동자가 까맣지 않은데도 고슴도치의 눈은 우리 가족들처럼 흰자위에 까만 눈동자가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작은 동그라미로 종이를 잘라주자, 그 안에 까맣게 볼펜으로 동글동글 그리더니 양며네이프를 달라 해서 눈을 붙이고서야 아이의 고슴도치가 완성되었다.
아이의 말을 듣고 혹시 몰라 고슴도치를 검색해보니(혹시라도 잭 말이 맞았을까봐) 고슴도치에게는 흰자위가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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