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고모집 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9. 08:00

영국에서 살면서 참 다행인 것은 틴틴의 누나가 영국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누나가 틴틴을 영국으로 불러들인 장본인이에요. 

틴틴의 누나도 IT 개발자로 경력만 20년!  우연찮은 기회에 런던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틴틴의 누나는 영국에서의 IT 업계 환경이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고,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틴틴에게 영국에 와서 직장을 찾아볼 것을 권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던 틴틴은 영국으로 들어왔고, 영국에서 구직을 하게 됐죠. 

다시 돌아와서, 틴틴의 누나는 저희 집에서 차로 45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고모를 만날 날이 잘 없었습니다.  고모가 바쁘기도 했고, 저희도 고모집에 갈 여력이 나질 않았어요.  고모는 너희가 힘들까봐(?) 저희를 자주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런던 외의 지역에 살면서 런던으로 출퇴근하며 시내던 중이었으니, 시누도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을 거예요. 

 

최근 시누는 잘 다니던 좋은 직장을 관두고 혼자서 게임 개발을 하고 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 혼자서 공부하고, 아이디어 짜고, 게임 만들어보고.. 그 생활을 약 2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시누가 집에서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게 시누에게 최고로 건강한 삶의 방식은 아니리라는 생각을 한 저는 최근 들어 시누 집을 자주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사실 주말이면 저도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늘어지고 싶지만, 저희가 시누를 만나러 가는 것이 시누에게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다는 생각에 자주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실제로 시누도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사람과의 접촉에 좀 더 활력을 느끼는 것 같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고모집에 가는 것이 나름의 이벤트가 되어 고모와 고모집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잭이 하는 말이 "고모집에 가고 싶어."라는 말일 정도입니다.

 

주말에는 고모에게 다녀왔어요.  일요일에 고모집에 가서 꼭 받아왔어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고모집으로 향했습니다.

최근들어 몇 번 가다 보니 이제 둘째 뚱이도 고모 앞에서 말도 재잘거리고, 우리집 마냥 고모집에서 편하게 노는 모습을 보였어요. 

 

아이들이 고모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편안함과 설레임을 모두 느끼는 것 같아요. 

일단, 아이들이 고모를 가족으로 인지하는 게 참 신기해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고모와 저희의 관계가 기타 타인들과의 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쉽게 몸으로 아나봐요.  고모 앞에서 아이들이 빨리 친숙해지고 편안하게 행동하는 게 참 신기했어요. 

설레임 요소는 바로 고모집과 동네에 있습니다.

먼저, 고모집에는 새가 있어요!  아니, 새들이 있습니다.  두 마리의 앵무새!

고모가 키우는 애완조예요. 공원에서 보는 새들은 근처에 가기도 전에 도망가는데, 고모집에 있는 새들은 아이들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고모 손 위에도 올라오니, 아이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그 외에도 고모집에 가면 동네 상점이 많아요.  고모가 살고 있는 곳은 저희가 사는 것보다 훨씬 큰 도시로 집 근처에 백화점이고 뭐고 없는 게 없습니다. 

최근 고모집에 가서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시내 구경을 하면서 아이들의 고모집에 대한 호감도가 증폭됐어요.  난생 처음으로 "장난감 가게"에 가서 장난감도 사고, 뚱이는 난생 처음 백화점도 가본 거죠.  잭은 백화점이나 상가에서 에스컬레이터 타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저희 동네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계! ㅋㅋ 

뿐만 아닙니다.  상점에 가서 물건도 살 수 있고, 고모집에 가면 맛난 간식도 많아요.  고모가 쟁여둔 맛있는 과자들을 털어내어 먹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일입니다.  집에서 잘 먹지 못하는 달콤한 간식들!

고모집에 여러번 갔지만, 쇼핑을 한 건 지난 주말이 딱 두번째였어요.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 장난감을 산 게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번째였죠. 

이번에는 일요일이라 장난감 가게가 문을 닫아서 인근 문구점에서 장난감이라 할 만한 것을 샀어요.  잭은 예쁜 색깔펜과 새 인형, 뚱이도 새 인형.  그리고, 아이들 양말과 팬티, 겨울 모자와 장갑을 사러 갔다가 1파운드짜리 썬글라스도 샀습니다. 

잭은 새롭게 갖게 된 물건들이 너무나 좋았는지 세 물건 모두를 손에 쥔 채 차에 타서 집까지 오는 동안 저 물건들을 단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았답니다.  윙크를 하는 잭! 요즘 잭이 열심히 윙크 연습 중입니다. ㅋㅋ 윙크를 하면 입이 꼭 저렇게 되요. ㅋㅋㅋ 처음에는 혓바닥도 같이 나왔는데, 이젠 혓바닥은 집어넣고 입만 삐뚤어집니다.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은 모두 털모자를 쓰는데, 저희 아이들만 털모자를 안 썼어요.  모자가 싫대요.  그러다 친구들이 내내 모자 쓰는 걸 봐서 그런지, 잭도 어느날 그러더라구요.  자기도 머리에 공이 달린 모자를 쓰고 싶다고.  

그래서 어제 고모집 간 김에 모자를 샀습니다.  사실, 시내를 걷는데 갑자기 비가 왔고, 비를 피하러 들어간 게 M&S 였어요.  거기서 아이들 모자와 장갑을 샀습니다. 

잭이 먼저 모자를 고르고, 뚱이에게도 모자를 사자고 하니 뚱이는 계속해서 싫다고 하더군요.  할 수 없이 잭 모자만 두 개를 사서 왔는데(여분으로), 집에 오니 뚱이도 모자를 쓰고 싶다고 하네요.  귀엽죠?  형아 모자라 뚱이에게는 좀 큽니다.  사실 저게 잭에게 잘 맞는데 6세에서 10세용이에요. ㅋㅋㅋㅋ 잘 맞네요, 우리 잭에게는. 

아이들은 고모집에 가면 새도 보고, 새에게 간식(해바라기씨)도 줘요.  이번에는 새가 알을 품고 있어서 새를 보지 못하고 새 인형만 사서 왔습니다.

 

평소 먹지 못하는 달콤한 과자도 많이 먹고, 시내 가서 쇼핑도 하고.  시내로 가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다리 아래 큰 도로는 뚱이에게 "레이싱 트랙"이에요.  "엄마, 레이싱 트랙 같아!!!"하면서 소리를 질러댑니다.  저희 동네는 모두 2차로 도로라 한 방향으로 가는 차 한 대, 반대 방향 한 대가 전부인데, 고모 사는 동네의 큰 도로가 아이에게는 신문물입니다. 

그렇게 저희 아이들은 주말 고모집에 잘 다녀왔어요.

저희가 다녀가고 나면 고모는 한 2주일을 힘들어해요.  

그렇지만, 고모도 활력이 나고 즐겁다고 하니, 조만간 또 고모집을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