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만 2세 아들의 지극한 자동차 사랑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4. 01:02

뚱이는 자동차 사랑이 지극하다.  자나 깨나 자동차.  차를 탈 때도 자동차를 쥐고 타고, 목욕을 할 때도 자동차를 갖고 간다.  외출 준비를 하고 아이 신발을 신기려고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아이는 자동차를 찾아서 재빨리 손에 쥔 채로 신발을 신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자동차가 배달되어 왔다.  아이 둘이 자동차로 맨날 싸우니, 틴틴이 자기도 자동차가 갖고 싶단다.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니 자기도 자기만의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세일 중인 어느 자동차 세트를 주문했다. 

그 자동차는 틴틴이 런던으로 출근한 날 배송됐다. 박스를 발견한 아이들.

자동차 사랑이 남다른 뚱이가 박스를 낚아챘다.  자기만의 힘과 속도로 낚아챘다. 

절대적인 힘은 첫째 잭이 더 세지만, 해도 되는 것 안 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서 있는 잭이기에 뚱이를 힘으로 감당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할 때 뚱이의 행동은 막무가내, 마구잡이, 마구 밀어부치는 형태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둘이서 자동차 박스를 둘러싸고 서로 가지려고 하는 통에 그 자동차는 아빠꺼야!!”라고 나는 부엌에서 소리쳤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달려와보니 그 박스는 뚱이 손에 가 있었다. 

그 날은 틴틴이 런던으로 출근한 딱 두 번째 날이었다.  이는 곧 나 혼자서 저녁 시간 내내 아이들을 돌본 두 번째 날이었다는 뜻이다.

정신없이 아이들 밥을 먹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물을 가져다 주려고 싱크로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뚱이가 자동차를 형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아빠 자동차 박스를 계속 안고 다니더니, 그 박스를 깔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참 밥을 먹고 나서 뚱이는 똥을 쌌다.  그렇다.  아이들은 밥 먹는 자리에서 똥을 싸기도 한다. 밥을 먹는 중에 똥을 싸기도 한다는 것이다.  

.. 혼자서 아이들 돌보면서 저녁 준비하고, 저녁을 먹이는 것도 힘든데, 똥까지 쌌다.

잭에게 뚱이 기저귀 갈고 오겠다고 말을 하고, 뚱이를 데리고 거실로 갔다. 

기저귀 갈자~”

말하며 거실에 와서 기저귀와 물티슈를 준비해서 왔더니 뚱이가 자동차 박스를 들고 와서 그걸 머리 밑에 베고 눕는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저 결연한 의지! 하하하. 얼마나 웃었던지!

반전

아이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뚱이만 자동차 박스를 깔고 앉아 있는데도 잭이 별말없이 조용하다 했떠니, 잭은 창고에서 찾아낸 엄마 아빠의 다크쵸콜렛을 깔고 앉아있었다.  내내 저걸 깔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던 것!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사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피곤하고 힘들어서 아이들 돌보는 게 버겁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정리하고 글을 쓰다 보니 우리 아이들,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이렇게 웃음과 행복을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 중에 육아 블로그를 작성하는 것은 양육자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