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아이들의 근황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2. 23:16

2022년 2월 2일 수요일 아빙던 날씨 흐림

아이들은 쑥쑥 잘 자라고 있다. 그간 어린이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확진자가 3명 나왔고, 최근 또 2명이 나왔다.

우리 아이들 또래에게 감기는 그냥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보니 코비드와 살아가는 게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우리 잭이 어렸을 때,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던 시기에도 얼마나 많은 감기와 중이염을 앓고, 아이를 데리고 한밤중에 응급실을 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그 때보다는 상황이 더 나쁠 게 없는 것 같을 정도이다.

영국은 이렇게 코비드와 함께 살고 있다. 모두 앓고, 아프고, 견디며 집단면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생명의 희생이 있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많은 고통을 견뎌야했던 시간.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이런 시간을 지나게 될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이 생기다


지난 12월 잭이 만 4세가 되었고, 우리 둘째 뚱이도 지난 1월 생애 두번째 생일을 맞으며 2살이 되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조금 나이를 먹으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잭과 뚱이가 싸우지 않고 노는 시간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둘이 상호작용을 하며 노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다. 붙었다 하면 싸우고 때리고 울던 애들이 지금은 키득거리며 함께 노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시간이 길지 않고 이내 누군가의 괴성이나 울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지만 그 시간 자체가 20초도 안 됐다면, 지금은 그 시간이 2분 혹은 운 좋으면 2분 이상 이어질 때가 있다. 기껏 2분이냐고 하겠지만, 아이들을 돌볼 때라면 2분은 충분히 길 수 있는 시간이다. 잠시 커피 물이라도 끓일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텀블러 사랑에 빠지다


잭은 자기가 하고 싶은 특정한 것들을 스스로 잘 만들어내는 아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상에서 나름의 놀이를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가령, 반찬들을 담아두는 통들을 보면 뚱이는 몇 개 꺼냈다 넣었다, 열었다 닫았다 하다 마는데, 잭은 어릴 때부터 그 통에 무언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담아서 들고 다닌다든지, 그 통을 들고 흔들며 논다든지, 그 통들을 갖고 자기만의 놀이를 즐기곤 하는 아이였다.
달리 말하자면 잭은 뭐든 자기 눈길을 끄는 게 있다면 그걸로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이다. 그런 아이가 요즘 꽂힌 게 있는데, 그게 바로 텀블러!

남편이 전 회사 생활을 정리하며 회사에서 쓰던 텀블러들을 가져왔는데, 아이는 집에서 쓰던 머그들과 다른 남편의 텀블러들에 관심을 보였다. 그건 뭐하는 거냐고 묻더니, 자기도 텀블러에 우유를 담아서 마시고 싶다고 했다.
형아가 하는 건 뚱이도 늘 따라하고 싶다. 형아것이 좋아보인 뚱이는 형아 것을 막무가내로 뺏으려 들었고, 그걸 말리느라도 얼른 뚱이에게도 다른 텀블러 하나를 쥐어줬다. 뚱이도 만족.

그리하여 요즘 잭과 뚱이는 자기만의 텀블러에 자기만의 음료를 담아둔다. 오래 두면 상한다고, 빨리 마셔야 한다고 했더니 냉장고에 늘 넣고 보관한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냉장고 문을 열고 자기 텀블러부터 찾는다.


잭은 텀블러에 우유도 반드시 텀블러에 적혀있는 “Starbucks”라는 이름까지 담아달라고 요청한다. 언제나 요구사항이 디테일한 잭. 그만큼 자기 욕구가 구체적인 것이고, 구체적인 것 하나하나에 따라 다름을 느끼는 아이.

아이들 우유를 텀블러에 오래 뒀더니 우유가 상해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면 우리는 우리가 마시는 커피나 차에 아이들 우유를 넣는다. 최대한 아이들 우유를 소비하고, 통을 씻고 다시 새 우유를 담아준다. 그냥 뒀다가 아이 우유 아깝다고 틴틴이 마신 날이 있었는데, 그 날 틴틴의 입으로 들어온 것은 우유가 아닌 요거트(!!)였던 날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 위생관리를 위해 힘쓰는 중이다.

비록 아이들 입대고 마시던 것을 우리 차에 넣어먹는다는 게 이미 위생에 어긋나는 일이고 비위가 약한 이들에게는 비위가 상하는 일이다. 그러나 애들 둘 키우고, 거기에 경제사정까지 빠듯하면 비위고 뭐고 따질 게 없다. 그냥 마신다. 그게 삶이다.

오프숄더 패션을 즐기는 아이들


잭은 예전에 기저귀를 머리에 쓰고 좋아했는데, 이젠 바지를 머리에 입는다. 아니면 옷 위로 팔을 빼내어서 오프숄더 패션을 선보인다.

형아가 재밌는 걸 하면 뭐든 같이 하고 싶은 뚱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따라 한다.

그걸 보는 내 마음에 드는 생각은 여러 갈래다.

맨살로 들어난 아이들의 작은 어깨가 너무 귀엽다.

옷의 목 부분이 다 늘어날텐데 어쩌나 걱정을 한다(옷 살 돈 없으므로 잘 아껴 입어야하는데 말이지).

그러다가 옷의 머리 부분에 몸통에 맞는 게 신기하다 = 머리둘레와 몸통둘레가 비슷한 아이들!

그러다 잭은 저 상태로 옷을 아래로 벗어내린다.  즉 머리둘레=몸통둘레=엉덩이둘레임을 증명한다.  아이들의 신체구조는 참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저 상태로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는 피곤해서 힘이 없는데 아이들이라도 힘이 넘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