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잭은 현재 학교 입학을 6개월 앞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를 만 4세가 지나면 시작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만 5세가 되면 시작하는데, 1학년 전에 "리셉션"이라 부르는 0학년부터 시작한다.
어찌보면 병설유치원같은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유치원 과정이 아닌 초등학교 과정 중 일부로 되어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일과 시간도 1학년과 동일하게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6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0학년부터 영어 알파벳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게 되는데, 공부를 하는 시간은 적고, 거의 하루 종일 노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학교에 들어가면 알파벳과 함께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자기 이름쓰기이다.
학교 리셉션을 시작하기 전 과정은 프리스쿨이라고 흔히 부르는데, 말 그래도 학교(스쿨) 전(pre-) 과정이다. 학교 시작 직전의 유치원 과정을 프리스쿨이라 부르고, 이 시기에도 아이들에게 알파벳도 조금 가르치고, 숫자 읽기도 가르치고, 이름 쓰기도 가르치는 모양이다.
어린이집에서 대부분 하는 활동이 놀이이지만 가끔 포닉스(영어 읽기 과정인듯)를 했다고 할 때도 있고, 숫자 했다고 할 때도 있는 걸로 봐서는 어느 정도 아카데믹한 활동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 주말이었나.
아이가 식탁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 이름을 썼다며 종이를 잘라와서 내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SUNWOO 선우. 우리 잭의 이름이다. N위에 붙은 꼭지가 귀엽고, 연장형 W도 귀엽고, 00 를 세로로 붙여쓴 것도 귀엽다. 그 옆에 u를 또 붙인 건 아무래도 자기 이름이 "선우"로 발음되다 보니 U가 "우"소리라는 것을 배워서 U를 또 붙여쓴 것 같다.
깜짝 놀란 틴틴과 나는 아이의 첫 이름이라고 사진을 찍어 동네 방네 자랑했다.
시부모님께도 보내드리고, 우리 부모님과 언니들에게도 보냈다. 울 부모님의 반응은 읽씹. ㅋㅋㅋ 우리 언니들은 우리 똑똑이~~~ 하고 난리가 났다(만족스러운 반응 ㅋㅋ). 시아버님은 "이건 무엇인고?" 하시며 아이가 아이 이름 쓴 것을 못 알아보셨다. 하하하.
가장 놀라운 것은 내가 이름을 써 주고 따라 쓰라고 해서 쓴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이름을 생각해내서 스스로 적어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아이에게 한번 더 써보라고, 너무 신기하고 너무 이쁘다고 아이를 독려했다.
아이도 신이 나서 식탁으로 다시 가서 종이 위에 펜을 잡았다.
그리고 S를 주윽 그으며 그리더니 몇 초간 망설였다. 그리곤 내게 말했다.
"엄마. 할 수 없어. 이제 더 할 수 없어."
한번은 어쩌다보니 쓰긴 썼는데, 다시 쓰려니까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진 나는 아이를 안아줬다. 괜찮아. 다음에 생각나면 그 때 또 써보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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