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이사 계획에 대한 잭의 불편한 마음

옥포동 몽실언니 2022. 4. 6. 22:00

매일 아침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고 우는 잭. 

작년 겨울만 해도 제법 잘 다닌 것 같은데,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가기 싫다고 다시 울기 시작한 게. 

최근 한달도 안 된 일이다.  

매일 가기 싫어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다시 씨름을 하자, 얼마전 케이트가 물었다. 

"혹시 아이가 이사 가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예요?  다른 건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요."

"네, 알고 있긴 한데... "

난 이사 가는 거랑, 어린이집 다니는 게 무슨 상관이라고 케이트가 저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아이가 어김없이 들어가지 않겠노라 어린이집 문앞에서 버텼고, 낮동안 몇번의 말썽으로 조용한 시간을 갖는 벌을 섰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너무 가기 싫었는데 가야 했어서 화가 나서 그랬을까.. 정말 미안해요."

내가 사과를 하자, 에밀이 괜찮단다. 

"남자애들은 좀 그런 편이라 잭만 그런 거 아니예요.  다른 애들도 그래서 벌 선 애들 있어요.  그런데 선우가 혹시 이사 가는 거 알고 있어요?  혹시 이사 때문에 그러나?"

"흠... 그럴지도요..."

케이트에 이어 에밀까지도 그 이야기를 하니 이번에는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시간을 보내다가 잭에게 물었다. 

"잭, 우리 이사가는 거 때매 너 걱정되고 불안했어?"

아이는 내 눈을 피하며 고개만 두 번 끄덕였다.

"정말? 그랬구나.  우리 이사가는 거 때매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

"응.."

난 아이를 꼬옥 안아줬다.  

"그랬구나.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 잭이 이사 가는 거 때매 걱정하고 불안했구나."

그리고 생각해봤다. 

우리 집에 살고 싶어서 사람들이 우리집을 보러 올 거라서 청소를 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사람들이 오는 날 아침일찍 아이들을 챙겨서 집에서 밖으로 피신을 가던 게 우리에겐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아이에게는 영문도 모른채 우리 집이 곧 사라져버릴 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회사를 런던으로 옮겨서 우리도 런던 가는 기차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거라고 했는데, 아이에게는 그게 왜 꼭 필요한 일인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이는 알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에게 부담이 됐을 것 같은 말이 또 있었다.  아이들이 문 손잡이에 매달리고, 벽을 쾅쾅 치고, 장난감 자동차를 벽에 굴려 벽에 상처를 내는 일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집 망가지니까 그렇게 하지 마라, 위험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을 요즘 들어서는 이제 이 집 우리집 아니니까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한 적이 두세번 있었다. 

사실 이 집이 우리집이든, 곧 남에 집이든, 우리집이 아니라 아예 세들어 살아서 우리집이 아니든, 자기가 사는 공간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것을 아이에게 차분하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고 귀찮으니 손쉽게 아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 "이 집 이제 우리집 아니니까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아이에게 말한 셈이다.  

이 집이 우리집이면 그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나?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니다.  자신의 물건, 자신이 사는 공간, 이런 것들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건 중요한 삶의 덕목인데.  그걸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아이를 쉽게 제압할 방법만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틴틴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이 집 우리집 아니니까 어쩌고 저쩌고 한 건 좋지 않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라고.  우리가 힘이 들더라도 아이에게 차분하게 설명하고 아이를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좀 더 해야겠다고.

사실 우리라고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다 생각하고 후회하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걸 보면 우리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런 쉬운 길을 택하고, 이내 후회하는 건 뭘까?  그건 우리도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아이와의 갈등에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접근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몸이 힘들기 때문이다.

육아에 기본은 체력이다.  틴틴도, 나도, 우리 아이들도, 건강을 잘 회복해서 다시 에너지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