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만4세 육아] 아이가 만든 연못

옥포동 몽실언니 2022. 5. 30. 22:24

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많이 바빴어요.  제 블로그 업데이트가 뜸할 때는 저나 가족이 많이 아프거나, 제가 많이 바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많이 바빴어요. 

새 글을 쓰려고 보니 거의 3주 반만에 올리는 새 글이네요.  잊지않고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가 최근에 만든 연못을 공유할까 해요.

저희 첫째 잭은 뭘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해요.  구조물을 만드는 걸 특히 좋아해요. 

영국에서는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마트에서 아이들 놀이용 모래를 판매합니다.  아이들이 만지고 놀아도 안전하도록 깨끗하게 씻고 처리한 모래로, 한 포에 몇 파운드면 살 수 있어요.  할인하면 두 포대에 5파운드(8천원 가량) 정도에 살 수 있어요. 

올해도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마트에 놀이용 모래를 팔길래 두 포를 사와서 아이들이 놀 수 있게 가든에 풀어줬어요.  처음에는 한 곳에 놀 수 있게 풀어줬는데, 1분도 못 가고 싸움이 나서 결국 잭을 위한 모래판과 뚱이를 위한 모래판을 따로 만들어줬어요.  모래를 담아둘 수 있는 통이 마땅찮아서 큰 아이 잭을 위한 모래판은 집에 있던 짐정리용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했습니다. 

사실 전 밖에서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모래가 손에 묻는 건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런 건 모두 남편 틴틴이 해 주는 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잭이 가든에 나오더니 가든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분주히 쫒아다녔어요.  얘가 뭐하나 하고 가 봤더니, 글쎄 연못을 만든다고 하네요. 

아이의 통을 보니 바깥쪽에 큰 돌멩이로 경계를 쌓고 그 안에는 작은 돌멩이를 빼곡히 넣어뒀어요.  그 위에는 풀을 뜯어와서 풀도 좀 뿌려주고, 작은 대나무 가지도 위에 걸쳐서 다리라고 올려뒀습니다. 

 

큰 돌멩이와 작은 돌멩이들의 위치를 명확하게 구분한 것도 놀랍고, 풀을 뜯어와 올린 것도 너무 놀랍고, 그 위에 다리라고 걸쳐둔 것까지 너무 그럴싸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물었어요. 

"잭, 이 나무는 뭐야? 왜 여기 올려둔 거야?"

"다리야. 다리."

정말로 저 나무를 다리라고 얹어둔 게 맞다니! 아이의 연못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와서 열심히 물을 붓네요. 

물을 붓고 물이 고이나 기다리는 잭.  ㅋㅋㅋ 물이 고일 수가 없습니다.  모래니까요... ㅋ

아이는 물을 계속 부었습니다. 

한 순간이나마 물이 고여 연못같아 보이는 형색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인 저는 이 때다 싶어 이 때를 기록으로 남겼지요. 

의지의 한국인. 우리 잭은 물을 계속 부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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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로리~~~ 결국 저 모래통은 완전히 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의 연못 모양이 나오지 않아 약간 실망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물바다가 된 건 물바다가 된 대로 두고 뚜껑을 닫더군요.

그리고... 그 모래통에 담긴 물에는... 녹조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틴틴이 뒷처리를 해주었다는 웃픈 이야기...


아이에게 어떻게 저렇게 연못 만들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에서 숲학교(Forest School) 시간에 연못을 만들었대요.  

그래서 어린이집에 가서 물어보니, 아이들 숲학교에 올챙이들이 있는데, 얘네가 많이 자라서 연못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연못을 만들어줬다고 하네요.  그걸 아이가 보고는 집에 와서 저렇게 연못을 만들었나봐요. 


아이가 만든 연못이 너무 이쁘고 놀라워서 저는 이 연못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특히 이 사진을 본 남동생의 반응이 제일 재밌었어요.  

제 남동생은 토목공학을 전공한 토목기사예요.  저 연못은 자기가 맨날 디자인하는 Water Quality Rain Garden 혹은 Sand filter water quality pond 라고 하네요.  Erosion을 막기 위해서 자갈로 riprap 설치한 것 하며 정말 완벽하다고, 자기 회사에 왠만한 토목기사들보다 낫다며 외삼촌의 조카사랑을 뽐냅니다. ㅋㅋ  

그러면서 아이의 연못 사진에 이렇게 글씨를 넣어서 보내줬어요. 

그래서 제가 답했죠. 

"엥?  뭔 소리여.. ㅋㅋㅋ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하고 말이죠.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래도 그런 해몽을 들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저희 아이가 만든 첫번째 연못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잘 키워서 나중에 연못 비스무레한 거라도 하나쯤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관계로 앞으로는 자주 자주 포스팅을 올려볼 예정이에요.  앞으로 올라올 이야기도 기대해주시고, 자주 들러주세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