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영국생활] 집 앞 골목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2. 08:00

아이들이 많이 사는 우리동네 골목 

저희 골목에는 아이들이 많이 살아요.  

저희 왼쪽 집이 두달전 셋째를 낳으면서 아들이 셋, 그 왼쪽 집은 딸이 둘이에요.  

저희 집에 아들 둘, 저희 오른쪽 집에는 다시 딸이 둘.

저희 앞집에는 딸 하나 아들 하나, 그 옆집에는 아들 둘. 

앞집의 옆옆옆옆집에는 딸 둘 아들 하나. 

저희와 저희 옆집이 이사오기 전에는 이 골목에 딸들이 많았대요.  그도 그럴것이 저희 집에 살던 가족이 딸만 셋이었거든요. 

그런데 저희와 저희 왼쪽 옆집이 이사온 후부터는 아들 부자 골목이 됐어요.  앞집 할머니가 사시던 집에 새로운 홍콩 가족이 오면서 이 가족들의 아들 둘로 인해 아들이 더 풍성한 골목이 됐죠.  거기에 저희 옆집은 셋째를 낳았는데 그 셋째마저 아들!

 

집앞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

이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나와서 놀아요.  골목에 사는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아이들이 나와서 놀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부모의 감독 없이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나이가 되고부터는 더 많이, 더 자주 나와서 놀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집앞 골목에서 노는 건 참 당연한 일이었어요.  요즘 한국 아이들은 대부분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겠죠?  저희 시절만 해도 아파트는 나름 새로운 거주형태였던 지라 오래된 동네에 오래된 주택에 살던 저의 어린시절의 삶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비슷했어요.  

동네 이웃집 아이들과 모두 사촌보다 더 친한 친구처럼 지내고, 이웃들이 모두 가족처럼 가깝고 친했죠.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니 저는 저희 골목에서 아이들이 나와서 노는 걸 보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희가 지금 사는 집을 처음 보러 왔던 그 날도 저희 앞집 남매가 집 앞 가든에 나와서 놀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이 골목에 대한 호감이 더 높아졌죠.  여기는 안전한 곳 같다, 좋은 동네 같다,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에 대한 관용도와 포용도가 높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앞집은 당시 부부가 모두 틴틴과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던 직장 동료이기까지 했던 놀라운 우연. 

어쨌거나, 다시 돌아가서 집앞 골목 아이들은 자주 어울려 놀고, 아이들도 친하고, 어른들도 항상 인사와 근황을 나눕니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사교욕구가 급증한 저희 잭.  형 누나들이 나와서 노는 것만 보면 자기도 밖으로 나가서 놀고 싶다고 해요.  

그러나 혼자 나가는 건 아직 어려서 위험하기도 하고, 아이도 부끄럼이 많다 보니 늘 엄마와 함께 나가자고 합니다.  

가서 형아들 뭐하는지 보자, 누나들 뭐하는지 보자, 하며 제 손을 끌고 나가요. 

막상 나가면 아이는 부끄러움이 많아 아이들에게 스윽 다가가기만 할 뿐, 어떻게 친해지고 어떻게 같이 놀 수 있나 아직은 모릅니다.  그럴 나이죠.  그래봤자 아직 만으로 다섯살도 되지 않았으니까요. 

 

골목 아이들에게 놀이를 전파하다

아이들과 놀고 싶지만 놀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결국 또 엄마가 나섭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말 걸고, 뭐 하고 있나 물어보고, 잭이 궁금한 걸 대신 물어보고, 잭의 마음도 전해줍니다.  너희가 뭐하는지 궁금해해.  같이 놀고 싶어해.  같이 놀아도 되겠니, 하고 말이죠. 

그렇게 아이들 근처를 쭈뼛거리며 맴돌다보니 저도 재미가 없고 해서 이제는 제가 놀이를 주도합니다. 

몇주전에는 집 앞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아 집 앞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다가 아이들에게 공기놀이를 가르쳤어요.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제 공기 기술에 깜짝 놀라더군요. ㅋㅋㅋㅋ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얼마나 감탄을 하던지!  

그리고 어제는 집 앞에 아래와 같이 그림을 그렸어요.  아이가 쵸크로 바닥에 낙서만 하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 서있자니 저도 심심해서 아래와 같이 그림을 그려서 그 안에 동그라미, 세모, 엑스를 그려넣었어요. 

그리고 규칙을 만들었죠.  동그라미에서는 두 발 다 디뎌도 되고, 세모인 곳에서는 한발로만 디뎌야 한다구요.  엑스가 그려진 곳은 절대 발을 디디면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선을 밟을 경우 실패.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잭이 신나게 저 공간에서 노는 걸 보더니 동네 아이들도 하나 둘씩 제게 다가와서 이건 어떻게 하는 놀이냐고 물어요.  

그래서 규칙을 설명해줬어요.  옆집 낸시가 엄청 좋아하네요. 

그 다음부터는 다른 애가 오면 낸시가 다 설명해줘요.  

말 없이 저희가 노는 걸 보고 있던 저 윗집 유세프는 역시 사내 답게 말도 없이 자기도 다 알았다며 일단 뛰기부터 시작합니다.  10살이 넘은 아랫골목 남자아이도 와서 자기도 하네요. 

친구, 형아들이 와서 함께 하자 잭은 더 즐거워했어요.  한참 뛰다 잠시 쉬는 아이들. 

골목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같이 식사도 했는데, 코비드로 그 모든 게 중단됐어요.  그래도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부활절 계란찾기 놀이는 다 같이 한 적이 있었지요.  저게 벌써 2년 전이네요.  집 앞 골목에 숨겨진 쵸콜렛 계란들을 찾고 있는 아이들. 

이번주 일요일에는 골목에서 영국 여왕 즉위 70주년 쥬빌리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집 앞 골목에 테이블을 내어 놓고 다같이 기념 파티를 할 예정입니다.   

파티를 좋아하는 저희 잭은 벌써부터 신났어요.  어린이집에서도 쥬빌리 파티를 한다고 며칠째 파티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번팅을 만들고, 왕관도 만들며 파티 준비 중입니다. 

이제 이사를 가게 되면 다른 것보다 이렇게 좋았던 이웃들과 헤어진다는 것도 참 아쉬운 일입니다.   또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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