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생후 28개월 성장일기] 언어발달: 말이 청산유수라~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3. 08:00

저희 둘째 뚱이 이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요즘 저희 뚱이는 흔히 말하는 '시러시러병'에 걸렸어요.  다 안 좋대요.  뭐든 다.  

잠 자는 거 안 좋아. 
어린이집 가는 거 안 좋아.
이 옷 안 좋아. 
이 밥 안 좋아. 다른 밥 줘.

요즘 들어 이 아이가 왜 이러는 걸까요?  

얘가 요즘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 하고 보니 아이가 28개월이네요.  이 시기가 그런 시기인가 봅니다. 

저희 아이는 작년 초만해도 이렇게 아기아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저 때 저희가 아직 분유를 안 뗐나봐요.  동생은 우유 생각도 없는데 형아인 잭이 가든에 드러누워 저렇게 동생 젖병을 빨고 있었습니다.   

생글생글 미소가 이쁜 아이.  이러던 어린 아이가 어느새 쑥쑥 자랐습니다. 

이 아이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해요.  밥 먹을 때도 자동차와 함께 하는데, 

자동차에 올라타면 더더욱 좋아하죠. 

이 아이는 자율성이 매우 높아요.  엄마 아빠 없이도 혼자서 움직이고 이동하는 반경이 매우 넓습니다.  단, 그 기준은 자기 형아죠.  형아인 잭은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둘째 뚱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은 혼자서 척척 갑니다.  

겁이 많은데, 또 겁이 없어요.  겁의 종류가 다른 것 같아요.  형아는 벌레를 겁내지 않는데, 뚱이는 벌레를 무서워해요.  그런데, 아래 사진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 혼자 앉아있는 것에는 또 겁이 없어요.  형아가 저런 곳에 앉았다면 형아는 제 손을 꼭 잡고 저를 놓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뚱이는 저기 앉은 다음 저를 밀어내요.  저리 가라고.  자기 혼자 앉겠다고 말이죠. 

이 아이의 자동차 사랑은 여전합니다.  언제나 손에는 자동차와 함께!  신체의 일부처럼 자동차가 늘 함께 있어요. 

아이는 계량스푼으로 왜 코를 가리고 있을까요?  저렇게 코를 가리고,

"선재 코 없어졌다." 

하고 말을 합니다. 

제가 코를 닦아주려는데, 그게 싫다고 생각해낸 게 자기가 들고 있던 계량스푼으로 코를 가리는 거였어요.  그리곤 "선재 코 없어졌다!" 하고 외치는 거죠. 


이제야 오늘의 주제, 아이의 언어발달로 넘어왔는데요.  

아이가 말이 정말 많아졌어요.  언어적 능력이 최근들어 확 올라간 게 느껴집니다. 

원래도 이 아이는 말이 빨랐어요.  돌 전에도 우유, 물 정도의 말을 하더니, 말이 트이면서부터는 이내 문장을 구사했어요. 

말을 너무 잘 해서 하나하나 기록하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최근 와서는 대명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작은 의자를 들고 옆에 와서 자기도 자르겠다고 합니다.

"선재도 자르고 싶어."

"그래, 선재도 자르고 싶어?"

"선재도 잘라도 돼?"

"그래, 선재도 옆에 와서 잘라봐.  대신 조심해야 돼~"

"아야 할 수 있어.  (양파를 가리키며) 이거 잘라도 돼?"

"그건 선재가 자르기 좀 힘들 것 같은데?"

"뭐는 잘라도 돼? 이거 잘라도 돼?"

"응, 그건 잘라도 돼."

이렇게 아이가 "뭐는 잘라도 돼?" 하고 "뭐"라는 단어를 쓰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가 들고 있는 칼이 유아용 버터칼이네요.  그걸 본 제가 말했죠.

"그 칼로는 자르기 힘들텐데~"

그 말을 듣자 아이가 수저가 담긴 서랍으로 달려가더니 다른 유아용 버터용 나이프를 꺼냈어요. 

"이거로 자르면 돼?"

그걸 본 제가 대답했죠. 

"그것도 잘 안 잘릴 거야."

"이걸로 자르면 돼?"

이번에도 아이가 꺼낸 건 유아용 버터용 나이프.  

"그것도 안 될 거 같아." 

고 하자 아이가 이번에도

"뭐로 자를 수 있어?"

하고 묻는 겁니다. 

30개월에도 원래 이렇게 말 하는 건가요?  말 느린 첫째를 키웠던 제게 둘째의 언어발달은 정말 감탄할 수준이에요. 

저녁에 자기 전에도 아이가 그래요. 

"안 자고 싶어. 안 자고 싶어.  엄마, 웨이키 웨이키(일어나 일어나).  엄마?? 선재 손 쪼물쪼물해줘.  엄마, 선재 손 쪼물쪼물해줘."

저를 못 자게 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몇 달 전이었어요.  

외출 준비를 하던 중에 첫째를 혼내느라 저와 첫째는 차에 타지 못하고 뚱이와 틴틴만 차에 타 있었어요. 

틴틴이 차에 시동을 켜자 뚱이가 그러더래요.

"아빠, 부릉부릉 하지마. 엄마 와야 돼."

하고 말이죠.  형아 와야 한다는 소리는 안 하고, 엄마 와야 하니 아빠에게 운전하지 말라는 뚱이.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어?"하고 물으면 저희 첫째 잭은 절대 웃어주는 법이 없었어요.  잠이 안 깨서 잠투정 부르니라 늘 찡그린 얼굴로 잠에서 깨어나던 잭.  그런 잭과 달리 저희 뚱이는 "잘 잤어?"하고 물으면 씨익 웃으며 "잘 잤어."하고 대답까지 합니다. 

말을 잘 하다 보니 형아가 엄마 아빠 안 보이던 곳에서 동생을 때리기라도 하면 바로 일러주는 게 가능해요.

"형아가 여기 때렸어.  여기 여기 여기 아야했어!"

하고 말이죠.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형아가 침실에 있나 없나 살피는 일.

"형아 어디갔어?" 

밤에 형아가 덥다고 웃옷을 벗어제끼면 질세라 자기도 옷을 벗어요. 

"더우니까 옷 벗어야 돼."

하면서 말이죠.

노래도 잘 불러요.  첫째 잭은 멜로디에 강한 편이었는데, 둘째 잭은 가사에 강하고 음정은 엉망이에요.  그래도 가사를 기가 막히게 잘 외우고 따라불러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자동차가 나오는 노래예요.  

"하얀 병원차가 삐뽀삐뽀 내가 먼저 가야~ 삐뽀삐뽀

내가 먼저 가야~ 삐뽀삐뽀, 어서빨리 가야~ 삐뽀삐~뽀~"

원래 가사는 "내가 먼저 가야해요~ 삐뽀삐뽀"인데, 아이는 그게 어려운지 '내가 먼저 가야~ 삐뽀삐뽀, 어서빨리 가야~ 삐뽀삐뽀' 이런 식으로 "해요"를 빼고 부릅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하하. 


그 외에는 아이가 자주 하는 말인데 한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말로, "못 보여"라는 말을 자주 해요. 

"보여?"

라고 물으면 "보여." 혹은 "안 보여." 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저희 잭과 뚱이는 영어의 영향인지 "못 보여"라고만 말해요.  "안"과 "못"을 구분해서 쓰는 게 힘든 거 같아요.  

말이 아무리 빨라도 그런 부분까지 정확하게 쓰지는 못하네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지켜보면 두 개의 언어에 노출되다 보니 이렇게 한국어에 영어의 영향이 조금씩 발견돼요.  특히 저희 잭이 제일 많이 쓰는 건 영어 "and" 와 한국어 "랑"을 섞어 쓰는 거예요.  그리고 영어 "or"와 한국어 "(뭐뭐)나"를 섞어 쓰는 거죠.  가령, 이런 식입니다.

"엄마, 망고 먹고 싶어! 랑, 딸기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I want some mango and strawberries 라면 문제가 없는데 그걸 섞어서 쓰는 거죠.  

한국어의 "랑"은 문장을 연결할 때는 쓰지 않는데, 아이는 문장 연결에 쓴다는 것이 특징이네요. 

어느날은 골고루 잘 먹어야 키도 크고 힘도 세진다고 했더니, 

"힘 세지고 싶어! , 키도 커지고 싶어!!"

하고 말을 합니다.

더 웃긴 건 한국어로 "랑~"을 말 할 때 억양이 완전 영어의 "and"를 말 할 때의 억양이라는 거. 

둘째 뚱이는 영어와 한국어가 조금 분리되어 발달하는 느낌인데, 잭은 한국어가 좀 더 많이 고착되고 나서 영어를 접해서 그런가 둘의 이중언어 발달의 양상이 다른 것도 흥미롭습니다.


둘째 뚱이의 30개월 언어발달을 적는다는 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까지 함께 적게 되었는데요. 

오랫만에 글을 쓰려니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가봅니다. 

그간 쌓인 많은 이야기들, 차차 계속 풀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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