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25개월 발달사항] 언어폭발, 신체발달, 애교폭발, 고집도 폭발!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 8. 21: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 아이는 며칠 뒤면 생후 25개월을 꽉 채웁니다.  두돌하고 한달을 더 채우는거죠. 
두돌이 지나면 아이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더니, 아니나다를까 저희 아이에게도 최근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 변화들이란, 제목에 적은 것처럼 언어가 폭발하고, 애교도 폭발했는데, 고집도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언어폭발

먼저 아이의 언어폭발에 대해 적어보자면.. 적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 저희 아이는 두돌전까지 아이가 말하는 단어가 몇개 되지 않았거든요. 

엄마, 아빠, 어부바, 바이, 앉아, 응.. 정도? 

젤 잘 하는 말이 엄마, 아빠, 어부바. ㅋㅋ 

그러다 두돌을 앞두고,“달”, “불”, “팔" 이 세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해가 일찍 지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오후 5시에 밖에 뜬 달을 보고 아이에게 “달”이라고 알려줬더니 그 발음을 이내 따라하더라구요.  그리고, 아침마다 방에 불 켜라고 “불!!” 을 외치기 시작했구요.  달은 신기하고 좋아서 금새 배우고, ‘불’은 자기에게 절실하니 빨리 배운 거 같아요.  “팔”은 아이가 굴삭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굴삭기의 팔에 대해 워낙 자주 이야기하다 보니 “팔”을 금방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5개월이 된 지금, 아이가 말할 수 있는 어휘에 몇 단어가 더 추가되었습니다.

밥풀, 엉망, 짝퉁, 말, 양, 노노노 (No, no, no.)

이 정도 단어는 아이가 자주 쓰는 단어고, 그 외에 “폭발”이라 할 만한 것은 아이가 드디어 여러 단어의 ‘소리따라내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폭발이라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지만, 저희 아이 기준에서는 폭발적 수준이에요. ^^ 

그렇게 흉내냈던 소리들은 근처 산책을 갔다가 보게 된 말을 보고 “말”을 이야기하고, 집에 오는 길에 보이는 양떼를 보고 “양” 소리를 내네요.  웃긴 것은, 그래서 아이 양말을 보여주며 '이건 양말이지?'하고 아무리 말 해줘도 절대 '양말'이라는 단어는 말 하는 법이 없네요. 

밥풀은, 아이 밥을 먹이다보면 매번 밥풀이 여기 저기 붙는 일이 있다 보니 '밥풀'이라는 단어를 많이 써서 금새 익힌 것 같고, '엉망'은 아이가 항상 장난감이나 기타 물건들을 어지럽힐 때마다 제가 '엉망진창이네~'라고 하다 보니 '엉망'을 이내 따라하더라구요. ㅋ 

그리고, 집에서 오랫동안 갖고 놀던 아빠의 레고장난감이 사실은 값싼 짝퉁 레고였어요.  그래서 남편과 제가 '짝퉁 레고'라는 단어를 자주 썼더니 아이가 어느날은 '짝퉁'이라는 단어도 따라했어요. 

그 외에, 며칠전부터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노노노!” ㅠㅠㅠㅠ 영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워오기는 하는 모양이에요.  “바이”에 이어 아이의 두번째 영어단어가 “노!”라니!!  

기저귀 차자고 하면 “노노노”, 옷 입자 해도 “노노노”, 아주.. ’No, no, no.”를 연발하는 통에.. 정말 귀여우면서도 속에 불이 끓어오르는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최근 가장 마지막으로 추가한 단어, "There!"!  어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하면서 남편이 해 준 이야기예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나오자 마자 공터를 가리키며 "There!"라고 영어로 말을 하더래요.  바이, 노노노에 이어 저희 아이의 세번째 영어단어, 'there!'.

** 
사실 저희 옆집에는 잭보다 2.5주 일찍 태어난 남자애가 살고 있어요.  이 아이는 부모가 모두 영국인이긴 하지만 저희 잭보다 언어발달이 월등히 빨라서 지금은 문장을 구사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말로 표현하는 수준인데, 그에 비하면 저희 잭의 언어구사력은 아주 애기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비해서 지난 한달 사이에 아이가 발화하는 어휘가 저희 기준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니, 저희에게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옆집 아이가 말을 훨씬 잘 하긴 하지만, 언젠가 저희 잭도 자기 할 말 다 하고 살테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

참, 저희 잭이 구사하는 단어들은 이 정도 수준이지만, 잭은 소리 흉내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내는 편이에요.  얼마전 틴틴이 재채기 하는 것을 보더니 그걸 그대로 흉내내서 따라하고, 며칠전에는 제가 너무 피곤해서 아이를 재우려다 먼저 잠들어서 코를 곯아버렸는데, 제 코 고는 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는 통에 제 코고는 소리 + 아이의 흉내내는 소리에 웃겨서 제 잠이 깨버리는 일도 있었답니다. ^^

신체발달

신체발달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면 서운할 것 같네요. 

두돌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팔다리가 길어진다 하더니, 팔다리가 길어지는 것은 모르겠지만 아이가 좀 훌쩍 자란 느낌입니다.  예전의 ‘아기아기’한 느낌보다는 유아같은 느낌, 어린이 같은 느낌이 더 많아졌어요. 

놀라운 것은 발바닥에 ‘아치’가 좀 생겼다는 것입니다.  발바닥이 너무 편평하고 두꺼운데다 왼쪽 발목은 안쪽으로 살짝 틀어지기도 해서 아이가 가을까지만 해도 곧잘 넘어지고, 발바닥이 아프다고 걷거나 뛰다가 주저앉아 발을 움켜쥐곤 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아이 발바닥 가운데에 아주 살짝이지만 아취가 생겼더라구요.  그래서인가, 요즘은 일부러 넘어지거나 어디 걸려서 넘어지지 않는 이상은 잘 넘어지지 않고 잘 뛰어다닙니다. 

달릴 때 뛰는 속도도 매우 빨라졌어요.  보폭도 커지구요.  전속력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도 10분을 훌쩍 넘을 정도로 기본 체력도 더욱 좋아진 것 같구요.  에너지가 많이 남아있는 날이면 저녁 즈음에 아이가 집 거실에서 부엌을 전속력으로 질주할 때가 있는데, 편도로 자기 키의 20배는 될 거리를 수없이 왕복으로 달리면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  그런 달리기 놀이를 마치고 나면 아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이, 마치 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를 한 사람 같은 모습이에요.  그런 날은 너무 피곤해서인지 밤잠을 자면서도 아이가 낑낑대는 경향은 있지만, 아이가 넘치는 에너지를 그렇게 풀겠다는데 말릴 길이 없습니다.

요즘은 공던지기도 잘 해요. 전에는 공을 위로 던져올리지 못했는데, 요즘은 공을 위로 던져올리기도 잘 하고, 앞으로도 힘차게 잘 던지고, 발로 찰 때는 달려가며 공을 드리블할 정도로 공 다루는 실력도 부쩍 늘었습니다.

참, 지난 일요일 (1월 5일) 아이가 아이용 좌변기에 세번인가.. 소변보기에 성공했습니다.  딱히 배변훈련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지금도 급하게 배변훈련을 할 계획은 없는데, 아이가 워낙 기저귀 차기를 싫어하고, 기저귀가 조금만 젖어도 갈아달라고 기저귀를 잡고 다니고, 목욕이 끝나기 무섭게 카펫에 오줌을 싸기를 반복하는 통에, '이럴 거면 차라리 좌변기에 쌀래?’하고 며칠전부터 좌변기를 집 안에 놓아줬는데, 어제 처음으로 기저귀 벗은 상태로 놀고 있다가 저희를 찾으며 소변을 보겠다는 표현을 하더라구요.  좌변기를 가져다줬더니 시원하게 다 싸지는 못햇지만 찌르르르.. 소변을 보며 자기 몸에서 소변 나오는 걸 신기하게 바라봤어요.  배변훈련이라는 것이 근육조절능력이라 지능발달이나 이런 것과 관계없이 근육조절능력이라 하는데, 아직은 어색한지 충분한 양을 다 누지는 못하고 좌변기에 조금 누고, 이내.. 카펫에 남은 소변을 봐버린다든지 ㅠㅠ, 좌변기에 다시 와서 더 쌀 때도 있었고, 아님 기저귀를 채워주면 그때에야 남은 양을 다 보기도 하더라구요.  어쨌든 지난 일요일은 아이가 스스로 표현해서 좌변기에 용변을 본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애교폭발

잭은 발화하는 단어의 수는 적지만 말귀는 다 알아듣는 편이에요.  그 덕분인지 요즘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재미도 배가 되었습니다.  이제 “뽀뽀”도 알고, 저희 질문에 대답도 곧잘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안으며 제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잘 잤어요?” 인데, 이렇게 물으면 아이가 늘 “응”, 아니면 “녜에~” 라고 대답을 해줘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엄마가 우리 잭한테 뽀뽀해도 되요?”라고 물으면 아이가 또 다시 “응” 혹은 “녜~” 라고 대답을 해줘요 (자기 기분에 따라 ㅋ).  

그럼 아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엄마한테 뽀뽀해주세요~” 하면 아이가 제 얼굴에 자기 얼굴을 부비며 입으로 “쪽”하는 소리를 내지요. 

그 외에.. “엄마 사랑해요?” 라고 물으면 그 때도 아이가 “응!” 하고 대답을 해줍니다.  이제 막 ‘No, no, no.’는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아니”라는 대답을 할 줄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긴 합니다.  아마 “엄마 안 사랑해?”라고 물어도 “응”이라고 대답할 거 같아서 그런 부정 의문문은 아이에게 아직 하지 않고 있어요.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자주 만나는 타인들에게도 아이가 먼저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찡끗 웃어주기도 하구요.  사회성도 조금씩 생기는 모양입니다. 

고집도 폭발

이 부분이 요즘 가장 힘든 부분인데요.  아이가 늘 고집이 센 편이었지만, 요즘 와서 아이와의 기싸움이 다시 시작됐어요.  

요즘의 가장 큰 말썽은,
자기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으면 엄마 아빠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행동 —> 엄마 아빠를 때리지 못하게 하니 이제는 자기 이마나 머리를 마구 치는 행동으로 옮겨갔어요. 
밥 먹다 돌아다니는 것, 장난 치고 놀면서 밥 먹으려 하는 행동
입에 먹던 음식을 뱉어내는 행동 (다른 것이 더 먹고 싶다거나, 먹기 싫다는 이유로): 특히, 음식을 바닥에 뱉으려는 행동!!! 매우 나빠요!
물건이나 장난감, 음식을 바닥에 던지는 행동

입니다. 

이 중 그나마 쉽게 고친 것이 밥 먹으며 돌아다는 것인데, 그 외의 것들은 아직도 훈육이 진행 중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미 여러번 들어서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희 한계를 테스트합니다.  제 눈을 빤히 보면서 그 행동을 할 때가 있거든요.  이번에도 혼 나나, 안 혼 나나 한번 테스트해본다는 듯이.  그럴 때면.. 정말이지 아이를 콕 쥐어박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어나지만 심호흡을 한번 하며 저의 그런 충동을 자제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저의 크지도 않은 눈을 부릅뜨고 “그러면 안되요.  나쁜 행동이에요!” 라고 알려주지요. 

아이가 15개월즘부터도 이런 비슷한 문제들이 많이 있어서 애를 먹었는데 (특히, 던지고 때리고 하는 행동의 문제), 그 때 당시와 현재의 차이가 있다면, 이제 저도 몇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서인지, 아이를 혼내는 요령이 좀 더 생긴 것 같다는 점입니다.  좀 더 일관성 있게 아이를 혼내려 하고, 아이에게 야단칠 때는 야단치더라도 아이의 행동이 고쳐지면 곧바로 아이를 칭찬해주고, 아이 혼내는 일에 제 감정도 최대한 배제하되, 아이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도 감정을 섞지 않고 바라보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화 내고 속상해하는 패턴을 보니, 충분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안돼~”부터 먼저 했을 때 아이가 더더욱 화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아이가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싶더라도 아이를 붙들고 하나하나, 제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며 왜 안 되는지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가 다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뭔가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가 누그러지는 것인지 울음을 그치고 진정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도 사람인지라 일단 ‘안돼~”라는 말부터 나갈 때가 많고, 매번 그 이유를 찾아서 설명해주고 아이에게 일러주는 것도 힘들고, 내 눈앞에 아이가 세상에 나온지 2년이 갓 지난 생명체라는 것을 잊고 다 큰 아이 다루듯 대하게 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훈육해나가는 과정이, 아이의 고집을 꺾고 아이에게 원칙을 알려주고, 행동의 경계를 지워주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저에게도 도를 닦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글은 이렇게 적고 있지만.. 정말 저도 화가 나고 속이 터지고 답답해서 소리를 꽤액 질러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ㅠㅠ

그렇게 저희 아이는 생후 25개월을 저희에게 기쁨과 힘듬을 함께 가져다 주며 저희 부부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어요.  

아이에게도 지금 자기 인생에 있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때라고 생각하며 아이 입장에서 아이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특히, 조만간 동생이 태어나면 급격히 바뀐 외부 환경에 아이가 느끼게 될 불안감과 생소함 때문에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첫째 아이에게 더더욱 집중해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사진: 한적한 이웃동네 길 모퉁이에서 아빠와 hill training (언덕 걷고 달리기) 훈련 중인 잭.  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이런 경사로를 오르고 내리는 걸 정말 좋아하는 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