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오랫만에 저희 아이의 발달사항이라 적고 근황이라 읽는 소식을 전해볼까 합니다.
저희 아이는 요즘 정말 많이 자랐어요. 신체적으로도 정말 많이 자라서 3개월 전에 샀던 2-3세용 옷이 이제는 소매나 발목을 접지 않고도 잘 맞을 만큼 아이가 부쩍 자랐습니다.
신체적 성장 뿐만 아니라 그 못지 않은 발달도 정말 많이 일어났어요.
일단 신체조작이 정말 정교해졌어요.
이제는 바나나는 혼자서 아주 식은 죽 먹기로 까먹습니다. 문제는 한줄만 벗겨낸 다음 나머지 껍질은 붙여둔 채로 바나나를 파 (?) 먹는다는 거죠. ㅋ
다리 꼬기에도 재미가 들렸습니다. 자신의 신체가 이렇게도 작동한다는 것에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공차기 실력이 더 늘어서 아이가 드리블을 하면서 가기도 해요. 달리면서 공을 끊임없이 차는 거죠. ㅋ
다양한 감각놀이를 즐깁니다.
이전에는 촉감이 낯선 것들은 잘 만지려 들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재미있어 하고 좋아해요.
밀가루로 놀이용 반죽 (플레이도우)을 만들어줘도 이전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물락 거리다가 반죽을 잘게 뜯어보기도 하는 등 재미있어 합니다.
숟가락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아직은 밥을 빨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제가 퍼서 주는 게 더 많긴 하지만 가끔 숟갈에 퍼서 자기 밥그릇에 놓아주면 스스로 그 숟가락을 쥐고 밥을 입에 넣는 데 성공하곤 해요.
사실, 가장 좋아하는 감각놀이 (?) 는 집에서 콩알 던지고 놀기, 밀가루 갖고 놀기 인데, 이것들은.. 정말.. 뒷감당이 쉽지 않아서 아주 가끔씩만 허락해줍니다.
말귀를 훨씬 많이, 또 잘 알아듣습니다.
불과 한달전만 해도 너무 말도 안 되는 떼를 쓸 때가 많아서 정말.. 엄마 아빠를 곤란하게 했던 잭인데, 요즘은 말을 전보다는 훨씬 잘 들어요. 잘 설명하면 알아듣는 것 같고, 무작정 떼를 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 배운 것 같아요.
아래 사진은 한달전 저와 공원에 갔다가, 날이 추워서 제가 모자를 써야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모자 쓰기 싫다고 떼를 쓰며 공원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린 모습입니다. 제가 달래주지 않자 스스로 일어나 결국 모자를 쓴 채로 잘 놀았죠. ㅋ
요즘은 이렇게까지 벌러덩 누워가며 떼를 쓰지 않아요. 울며 징징거리기는 하지만, 안 된다고 말해주고, 왜 안 되는지 설명해주고, 필요할 때는 기다리라고 말해주면 놀랍게도 아이가 10번 중 6-7번은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물론 조용히 말을 듣는 것은 아니고 옆에서 조금씩 칭얼거리긴 하지만 말이죠.
오늘은 아이가 바나나를 들고 먹다가 바나나를 다 먹은 뒤 빈손으로 나타났어요. 그 모습을 본 제가
“선우, 바나나 다 먹었어? 그런데 바나나 껍질은 어디갔어? 바나나 껍질 어딨어요?”
라고 묻자 아이가 저를 데리고 현관 근처로 가서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현관 앞 카펫에 덩그라니 누워있던 바나나 껍질.
“바나나 껍질 바닥에 그렇게 두면 안 돼지. 바나나 껍질 쓰레기통에 넣어야죠. 껍질 들고 가서 쓰레기통에 넣자. 음식물 쓰레기통.”
이라고 말하자, 아이가 씨익 웃으며 (자신에게 미션을 준 것을 기뻐하는 듯) 바나나 껍질을 주워들고 저를 쫓아옵니다.
저는 아이를 번쩍 들어안아 아이가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바나나껍질을 버릴 수 있게 도와줬어요. 아이는 싱크대 위에 있는 음식물쓰레기통에 바나나껍질을 쏘옥~ 넣으며 좋아했어요.
이렇게.. 이제는 이 정도로 말을 잘 알아 듣고, 부탁하거나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하고, 가끔은 심부름까지 가능할 정도예요! ㅋㅋ 심부름을 할지, 말지는 아이가 선택하지만 그래도 다섯번에 두어번은 말을 듣는 것 같아요! ㅋ
뿐만 아닙니다. 요즘 생긴 엄청난 변화 중 하나는 기저귀를 갈 때 아이가 누워있어 준다는 거예요!!! 저희 아이는 누워있지 않고 곧바로 몸을 틀고 일어나 저희는 아이 똥이고 오줌이고 아이가 서 있는 채로 갈아야 했던 날이 정말 많았어요. 아이가 일어서기 시작한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던 저희 잭이 요즘은 누워줘요. 누워있어야 기저귀 갈기 쉽고, 그러지 않으면 엄마가 너무 힘들다, 누워 있어야 깨끗하게 똥 닦아서 엉덩이 안 아프다 등등 계속해서 이야기했더니 이제는 말을 들어줘요!
그 외에 여전히 자연탐색하기를 즐깁니다.
저희 아이는 야생의 자연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돌맹이 던지며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학교 칼리지 가든에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이곳에는 작은 자갈도 많고, 그 자갈을 마음껏 던지고 놀아도 되기 때문이죠. 아래는 옥스퍼드 Wolfson College의 뒷 가든입니다. 숲속 오솔길처럼 꾸며둔 가든이 있는데, 그 작은 오솔길을 걸으며 아이가 너무 좋아했어요.
특히,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와 작은 폭포수가 꾸며진 곳에 와서는 아주 흥분을 금치 못 했죠. 저 물속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아이를 말리느라 혼났습니다.
요즘은 날이 조금 풀리면서 집 가든에서 물을 뿌리며 노는 날이 많아졌어요. 샤워기로 바닥에 물을 뿌리며 물줄기가 바닥에서 분산되는 모습, 바닥의 돌에 부딪히며 솨아아아! 하고 내는 소리.. 잔디에 뿌릴 때, 집의 창에 뿌릴 때, 벽에 뿌릴 때, 나뭇잎에 뿌릴 때, 그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나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희 아이는 요즘 그림자를 알게 되었어요!
Wittenham Clumps 에 갔다가, 넓은 벌판에 자기와 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뭔가 바닥에 시커먼 자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제 그림자를 잡고 싶어서 쫓아오는데, 저는 뒤로 도망을 가니 제 그림자도 도망을 가고, 결국 제 그림자를 잡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곤 합니다. ㅋ 아래 사진은 그림자를 발견하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잭입니다.
오랫만에 저희 잭의 근황을 전했네요. 어느새 아이는 17개월을 꽉 채우고 18개월에 접어들었어요. 저보다 4-5개월 앞선 아이를 키우는 캐임브리지의 J에 따르면 17-18개월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번 5월에는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올지 정말 기대됩니다.
부디 적게 아프고 (‘안 아프고’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즐겁게 노는 시간들이었으면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고,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시간이 적은 관계로 ㅠㅠ 저는 오늘 글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도 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올게요!!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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