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7개월 어린이집 적응일지] 2주차 1일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16. 18:0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이번주는 저희 아이의 주3회 등원 2주차입니다. 

지난주,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주3회 등원 1주차

5월 7일 화요일 9시에서 2시반, 총 5시간 반 머물렀고, 
5월 9일 목요일은 아침 7시반에서 2시반, 총 7시간, 
5월 10일 금요일은 아침 7시반부터 오전 10시 반까지가 전부였어요. 

주3회 등원 2주차
5월 14일 화요일 아침 7시반에서 오후 3시반, 총 8시간

이렇게 머물렀네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짧게 머문 것은 아이가 물똥을 쌌기 때문인데요. ㅠㅠ 
목요일에는 물똥 기저귀가 2개 나와 집으로 연락이 와서 일찍 데리러 갔어요.  이날은 꼭 일찍 데리러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이집 연락을 받고 놀란 제가 일찍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온 거죠.  

금요일에는 아침 등원 후 2시간만에 아이가 또 물똥을 싸서, 24시간 안에 물똥기저귀 3개 나올 시 48시간 등원거부 정책에 따라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라고 연락 받고 바로 데리고 왔어요.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놀이상황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 어머님들 말씀이, 영국 어린이집은 한국과 달리 선생님의 개입이 적은 편이라 합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놀게끔 내버려두고, 안전사고나 위험이 있는지만 체크하는 정도라구요. 

실제로 저도 아이를 데리러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아이들은 모두 제각각 알아서 논다는 것이었어요.

지난주 목요일까지만 해도 제가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는 항상 차가 들어오는 길목을 바라보는 방향에 서서 놀고 있었어요.  여전히 엄마를 많이 기다리나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아이의 물똥사태로 인해 예정과 달리 오전에 아이를 픽업하러 가게 되었는데, 오전에 갔더니 아이가 저혼자 가든 놀이공간에서 다인승 말 기구의 손잡이를 아주 취한 듯이 심취하여 입으로 물고 빨고 있었어요. ㅋㅋ 저러니 감기도 옮고 균도 옮는구나 싶더라구요. 

오죽하면 옆집 영국남자가 어린이집은 ‘널서리 (nursery)’ 가 아니라 ‘저머리 (germery)’라고 하더라구요.  Germ 세균 + Nursery 어린이집 을 합친 말이죠. 

아이는 여전히 어린이집 들어가는 길목에서 울어재낍니다.  그렇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말에 따르면 아이가 여전히 기분 안 좋고 슬픈 상태로 있는 때가 있지만 즐겁게 노는 시간도 있다고 해요.  

아이의 놀라운 적응력 

식사

식사는 자기 몫을 다 먹는대요.  지난 화요일에는 미역국에 말아서 아침밥을 한그릇 먹고 갔는데도, 거기서 또 아침을 먹고, 오전 간식은 건너뛰고 (배가 불렀을테니 ㅋㅋ), 점심도 다 먹었대요.  그리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가 마침 오후 식사 시간이었는데, 그걸 집으로 갖고 와서 줬더니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더라구요.  어린이집 식사량이 아마 저희 아이에게는 좀 부족한지 아이는 집에 오면 항상 저녁 내내 먹는 걸 달고 살아요 

언어 적응력 

화요일, 아이의 버디 케어러 레이첼에 따르면, 아이가 기저귀 갈 때가 되어서 ‘기저귀 갈까?’ 라고 하면 아이가 먼저 기저귀 가는 곳에 와서 그 문 앞에 서 있는대요.  그래서 ‘good boy!’라고 칭찬해줬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집에서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는데, 아이가 어느새 맥락과 상황으로 아는 건지, 기저귀 갈자고 영어로 얘기해도 다 알아듣고 먼저 그렇게 움직인다니.. 저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친화력

화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들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이야기는 아이의 버디 케어러 레이첼이 2주 반 동안의 휴가 후에 이날 처음 저의 잭을 만났는데, 저희 잭이 글쎄 이 레이첼 선생님을 기억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레이첼 선생님은 저희 잭의 첫 적응기간주간이었던 4월 25일, 26일 이렇게 이틀밖에 보지 못했던 선생님이에요.  대신 그 이틀이 저희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서 어린이집에 2시간, 4시간 머물렀던 날들이고, 거의 내내 울던 저희 아이를 오랫동안 안아주고, 안아서 재워주고, 안고 함께 놀아준 고마운 선생님이었죠.  그런 선생님을 저희 잭이 기억하고는 그 선생님이 출근하여 아이들 놀이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저희 잭이 그 선생님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래요.  “레이첼!!” 이라고 말은 못했겠지만 ‘선생님, 나 선생님 알아요! 나 안아줘요!!’라는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겠죠? ㅋㅋ

아무튼 2주반만의 휴가에서 그날 처음 돌아온 레이첼을 저희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을 보고 레이첼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해요.  그리고 저희 아이는 제가 데리러 간 오후에 레이첼 품에 안겨서 놀고 있었지요. 

여전히 엄마를 찾는 아이

지난 화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저는 가든에 나와서 놀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푸핫 하고 웃음이 터졌어요.  아이가 드디어 자기 마음에 가장 드는 장소를 발견한 거 같더라구요. ㅋㅋ 그건 바로바로, 실내 놀이방에서 가든으로 나오는 입구 바로 앞자리였어요.  그 바로 입구 자리에 앉은 레이첼 품에 안겨있었거든요.  

그 자리로 말하자면, 자리에 앉아서는 차가 들고 나는 것을 바로 바로 볼 수 있고, 고개만 뒤로 돌리면 방 안에서 엄마가 나타나는지 안 나타나는지도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명당자리죠.  레이첼이 뜬금없이 그 문 입구에 앉아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보자 저는 ‘저것은 분명히 잭이 저기 앉겠다고 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아이는 그 자리에 앉아 차를 몰고 들어오는 저와 눈이 마추졌고, 얼른 주차를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자 아니나 다를까 실내 놀이방에서 어느새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어요. 

제가 안아주자 어느새 울음은 뚝 그치고, 저와 레이첼의 대화를 듣더라구요. 

“거 봐요.  결국 아이들이 적응한다고 했죠?  선우는 기분 안 좋을 때도 있긴 했지만 즐겁게 잘 있었어요.  약간 물똥비스무레한 똥을 한번 누긴 했는데, 그게 전부였어요.  아이 상태는 괜찮아 보여서 전혀 문제될 것 같아 보이는 건 없었어요.  식사도 했어요.  아침은 다 먹고.. “
“네?  아침을요?  아침 집에서 잔뜩 먹고 온 거였는데..”
“그래요?  그래서인가, 오전 간식은 안 먹겠다고 해서 안 먹었어요.  그리고 점심도 다 먹었어요.”
“낮잠은 좀 잤어요?”
“네, 12시반부터 1시간 반 동안 잤어요.  이 때가 낮잠시간이라 메인놀이방에 침대를 만들어 아이들을 여기서 재우는데, 자기 싫어하면 좀 놀리다가, 그러다 또 자는 걸 시도했다가, 이걸 두어번 하고 나니 아이가 잠들어서 1시간 반동안 잘 잤어요.”
“1시간 반이나요?  이 방에서요? 정말요?”
“네! 그러니까요.  아이가 잘 적응해나가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레이첼!”

저희는 대충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 선생님이 지금 마침 아이들 티 타임인데, 선우 몫을 가져가겠냐고 하길래, 그러겠다고 했더니 아이 이름이 붙어있는 그릇을 하나 내어왔어요.  집에 오자마자 그 음식을 폭풍흡입.. 

아이들 식사? 로 나온 그 음식이 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공개할게요. 

저희 아이는 그렇게.. 느리지만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