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어린이집 '적응기간', 오늘은 4시간 세션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26. 20:4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잭은 오늘도 어린이집에 갔어요.  

오늘로 세번째 세틀링 인 세션 (settling in session) 에 간 것이고, 저 없이 혼자 있는 건 오늘이 두번째죠.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머물 예정이에요.  

아이는 그저께 수요일에 두시간 동안 저 없이 어린이집에 머물면서 거의 그 시간 내내 울었대요.  수요일의 전적 때문에 어제 저녁 내내 저는 살짝 긴장상태였습니다.  과연 오늘 4시간 세션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점심도 먹고 낮잠도 잘 수 있을까.  오늘은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머무는 것인데, 11시 30분이 점심시간이고, 아마 아이가 점심 먹고 나면 졸려할테니 짧든 길든 낮잠을 조금 자기는 해야 할텐데, 잘 하고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과 팔에 전기가 통하는 듯이 찌릿찌릿한 느낌이에요. 

아이 데려다 줄 때 신경 쓴 것 

(1) 실내복과 외출복의 확실한 구분

오늘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할 때 아이 외투를 안 입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투에 아이 이름도 쓰고, 외투를 단단히 챙겼어요.  실내복과 외출복이 확실히 구분되도록 상의는 긴팔 티셔츠 두겹을 겹쳐 입혔어요.  지난번에는 패딩조끼 얇은 것을 긴팔 티셔츠 위에 입혔는데, 그것 때문에 선생님들이 그 조끼가 아이 외투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실내용으로는 긴팔 티셔츠 두겹으로 누가봐도 실내복장이라는 티가 나도록 했지요.  가든에 나려면 외투를 꼭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죠. 

(2)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챙기다

지난 화요일,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아이를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 팩 쥬스를 가져가려고 챙겼는데, 그날은 저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쥬스를 챙겨둔 가방을 들고 가는 걸 깜빡했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아이 쥬스를 아예 아이 가방에 넣어 보냈어요.  여벌 옷을 넣은 가방의 안 주머니에 아이 쥬스를 넣어뒀죠. 

사실 어린이집에는 아이 먹을 음식을 따로 싸 오지 못하게 해요.  워낙 다양한 종류의 알러지를 가진 아이들이 섞여 있고 하다 보니 안전상의 이유로 개별음식 반입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따로 가져가려고 하면 오늘도 깜빡할 수 있으니, 아이의 어린이집 옷 가방에 쥬스를 챙겨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걸 꺼내서 먹일 생각입니다.  아이가 집에서는 일체 쥬스나 음료를 마시지 않으니 가끔 외출했을 때 먹는 쥬스가 아이에게는 특식이라 정말 좋아하거든요. 

추가 세틀링 인 세션을 요청하다

지난 화요일에는 입구에서 선생님에게 저희 잭을 안겨주고 곧바로 방문을 열고 나와버렸는데, 건물 밖에서까지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는 통에 제 마음이 정말 크게 동요했어요.  그날 아이를 찾으러 갔을 때 그 시간이 되도록 여전히 눈물 범벅이 된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생각하니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에게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계속해서 어린이집에 또 놀러간다는 이야기를 해줬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도 “엄마 선우 점심 먹고, 낮잠 자고 일어나서 놀고 있으면 데리러 올게. “ 라고 몇번이나 말 해 줬어요.  그러나 그렇게 말 해주고 아이를 보내고 나오니 어린이집으로 끌려(?)들어가는 아이와 눈이 제대로 마주치고 말았어요.  지난번처럼 확 돌아나왔으면 그럴 일이 없었을텐데, 아이는 어린이집 안으로 끌려가면서 내내 저에게 처절한 눈빛을 쏘아보내면서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울어대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우렁차고 큰 울음을 말이죠. 

(사진은 오늘 어린이집 등원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아이의 우는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 ㅋㅋ 한장 첨부~ ^^)

제 심장은 터질 것 같았고, 정신이 몽롱해졌어요.  이대로 가도 되나 어쩌나.. 

곧바로 저는 어린이집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이날은 저에게 어린이집을 소개해줬던 직원 리차드는 없고 여자 매니저 두분이 앉아계셨어요.   

“방금 저는 4시간짜리 세틀링 인 세션에 아이를 넣어주고 왔는데요, 혹시 세틀링 인 세션을 추가로 더 할 수 있을까요?”

“아, 방금 저희가 들은 바로 그 (울음)소리예요?"

“네, 그래요.  아직 저희 아이가 종일반을 시작하기에는 준비가 안 된 거 같아요.”

사무실에서 이야기 나눈 선생님들은 나의 얼굴 표정에서 당황하고 속상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지, 처음에는 아이들이 모두 저러지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니 너무 걱정말라고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시작하는 날이 언제예요?”

“다음주 수요일이에요.”

“그럼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중에 좋은 날 고르시면 그날 하루 더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고마워요.  아무래도 저는 월요일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간은 똑같이 10시에서 2시로?”

“네, 그렇게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해요.”

그렇게 나는 다음주 월요일에 하루 더 세틀링하는 시간으로 잡을 수 있었어요.  한번쯤 더 이렇게 짧게 다녀오고 나면 아이가 수요일에 하루 종일 있는 게 좀 더 수월하지 않으려나 하는 마음에 말이죠.

저는 아이가 영어에 처음 노출되어서 더 힘든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하니, 원하면 한국어를 영어로 적어 보내주면 그걸 사용할 것이고,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을 녹음해서 주면 그걸 아이에게 틀어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것들은 오히려 아이를 더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했어요.  선생님들도 그게 아이를 좀 혼란스럽게 할 수는 있을 거라는 것에 동의하더라구요.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또 다른 한 선생님과 마주쳤습니다.  이 선생님도 괜찮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나를 위로해주셨어요.  이번 주에 경험하는 이 어린이집은 우리가 3월 말 첫 방문에서 경험한 것보다 훨씬 친절하고 따뜻했어요.  그 부분은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아이는 곧 잘 적응할거예요.  괜찮아요.” 

“그래요?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기간이 얼마나 오래 갈까요?"

“글쎄요.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르니까 아이들마다 다 달라요.  아이가 일주일에 몇번 와요?”

“다음주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와요.”

“그런 경우에는 적응 기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어요.  어린이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일주일에 한두번만 오는 아이들 중에는 그날 밖에 어린이집에 없으니 그날 집중해서 바짝 놀고 가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아요.”

돌아 나오면서 아이와 눈이 또 마주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차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아이 울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울음 소리가 들릴까 싶어 가든쪽 울타리 근처로 살금 살금 걸어갔는데, 그래도 울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어요. 

'밖에 나와서 노는 아이들은 놀고, 우리 선우는 안에서 울고 있으려나?'

가든에 더 가까이 가서 아이가 어쩌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내가 그걸 본들 뭐하랴 하는 생각에 그냥 얼른 집에 가자 싶어 차로 다시 향했습니다.

그리고 차를 서서히 몰고 나오는데, 어쩔 수 없이 내 눈은 다시 가든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했어요.  차를 아주 느린 속도로 몰고 나가며 가든을 빠르게 눈으로 훑었는데 저희 아이는 보이지 않더라구요.  

‘아이가 울어서 선생님이 안에서 간식이라도 주고 있나?’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왠걸!!!  바로 가든의 가장 구석 모퉁이에 저희 아이가 철망을 붙잡고 철망 밖 골목만 내다 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차로 어린이집을 들어오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그쪽, 차가 나가면 지나게 되는 바로 그 가장자리 지점에 아이가 자리를 잡고 엄마가 나갔을 그 곳만 바라보고 있다가 저희 차가 지나가자 가든쪽에서 핸들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저와 0.1초 눈이 마주쳐버렸어요!  

저는 아이의 키 케어러 코랄 선생님은 어디 가고 애가 저러고 있나 하고 보니 코랄 선생님은 저 쪽 쉐드에서 저희 잭이 좋아하는 공과 훌라우프를 들고 아이에게 다가오고 있었어요.  제가 아이가 공을 많이 좋아한다고 했더니 아이를 위해 공을 가지러 가셨던 모양이에요. 

아이는 저와 그 짧은 순간 눈이 마주친 후에 다시 철망 밖으로 손을 마구 뻗으며 울기 시작했고, 아이가 오열하자 선생님이 다시 아이를 안아주는 듯한 모습을 뒤로 보며 저는 바로 차를 몰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왈칵..  눈물이 나려 하더라구요.  그러나 운전 중에 울면 눈물 때문에 안전운전에 방해가 되니 꾹 참았어요.  차에서는 어린이집 가는 길에 나오던 노래가 계속해서 자동재생이 되었는데, 다른 때 같으면 아이가 없을 때 동요를 바로 꺼버리는데, 오늘은 볼륨만 낮춰서 그대로 틀어둔 채로 왔어요.  이상하게도 음악을 끄지 못하겠더라구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는 틴틴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선우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엄청 울었어.  그렇게 우는 애를 내가 놓고 왔어.. 흑흑흑”
전화통을 붙잡고 제가 울자 틴틴이 달래줍니다.
“괜찮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봤는데, 다들 괜찮을거래.  그리고, 아이가 우는 게 자기가 싫은 걸 표현하는 거잖아.  싫다고 울어도 엄마가 빨리 가버려야 자기가 울어도 엄마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울음도 더 빨리 그친대.  그러니 그냥 아이 놓고 빨리 나오는 게 좋은 거 같아.”
“응. 알겠어.  그런데 아이가 그 가든 철망을 붙잡고 골목 밖만 보고 있잖아 ㅠㅠ 나는 애가 거기 있는지도 모르고 가든을 슬쩍 봤다가 바로 눈이 마추셔서 아이가 또 울고 ㅠㅠ”

남편의 오전 티타임에 이렇게 남편을 붙들고 한바탕 울고 나니 저도 좀 진정이 되었어요. 

작은 발전 

지난번 2시간 세션과 비교하여 진전이라면, 지난 화요일에는 아이가 내내 울기만 했는데, 오늘은 제가 나오고 나서 어느새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는 점이에요 (결국 금방 다시 울긴 했지만).  철망을 붙잡고 어린이집 밖만 바라 보고 있었으나, 그 옆에 다른 한 여자 꼬마가 붙어서 저희 아이 외롭지 않게 둘이서 함께 골목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도 마음이 놓였구요.  마음이 저리면서도 두 꼬마가 그렇게 함께 그 구석 모퉁이에 붙어 있는 게 얼마나 귀엽던지..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이 나는 상황이었죠.

틴틴을 붙잡고 울고 난 후 이 황금같은 시간..저는  아이 아침 먹은 것들을 대충 정리하고, 저도 간단히 뮤즐리 (시리얼)로 점심을 먹고 커피플 한잔 타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할일이 많은데, 이렇게 일기 쓰다가 시간을 다 보내네요. ㅠㅠ 번역하기로 한 일도 해야 하고, 자료 조사 해야 할 것도 있고, 차고 문 수리로 업체에 연락도 해야 하고, 빨랫감도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아이 없을 때 느긋하게 목욕도 좀 즐기고 싶은데.. 어느새 저에게 남은 시간은 한시간 뿐입니다!! 

얼른 하나 하나 일 처리를 좀 해야겠어요.  휴우.. 저희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는 계속됩니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주욱~

저희 아이의 어린이집 순조로운 적응,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