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희는 둘째를 갖고 싶어하고 있어요.
마음은 언제나 있었어요. 아이 키우는 것으로 한창 힘들 때조차도 저희는 늘 ‘그래도 둘째도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왔죠. 저희 둘다 외롭고, 이 영국 땅에 자식이라도 한명 더 있어서 가족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보니 키우는 과정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아이가 너무 귀엽고, 아이가 주는 기쁨과 재미가 참 굉장한 것 같아요. 다른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을 아이를 통해 하다 보니 아이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어요.
현실의 벽
저희 아이는 이가 빨리 나서 그런가 돌 이후까지도 밤잠을 굉장히 힘들게 잤어요. 생후 13개월을 채운 후 제가 단유를 감행한 것이 아이 밤장을 좀 더 잘 재워보고자, 그리고 저도 잠을 좀 더 잘 자보고자 하는 것이었죠. 밤중에 한 열번은 울면서 깨는데, 그때마다 젖을 찾고 젖을 무니, 제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요. 밤중 수유는 아이도 속이 편치 않다고 해서 되도록 안 하려고 하는데도 엄마우유를 줘야만 아이가 달래지니 얼마간 밤중수유 중단을 했다가도 또 시작하게 되고, 또 힘들게 중단하고, 그랬다가 또 시작하게 되는 악순환을 거쳤거든요.
단유를 하고 나서 아이는 더 잘 자게 되었지만, 그 뒤로는 아이가 계속 감기로 아픈 바람에 저희 부부는 둘 중 한사람이 항상 아이와 함께 잤고, 그게 아니고도 아이는 무겁고 (7개월부터 12킬로), 힘도 세고 (무게도 많이 나가니), 잠은 적게 자는 (10개월에도 낮잠을 하루에 한번!!) 아이다 보니 저희는 늘 많이 피곤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이를 가지기 위한 행동은 거의 못 했어요. 할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저는 생리도 전혀 없었고, 아이 생후 15개월이 지나고서야 생리를 시작했지요. 생리가 없다 해도, 또 모유수유를 하는 중이라 해도 배란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희는 육아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감이 워낙 컸던 데다가 아이가 자잘하게 계속 아픈 바람에 뭔가 둘째를 갖기 위한 실제 행동은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둘째를 갖기 위한 노력
사실 저는 생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배란일을 알아보기 위해 배란테스트를 주문했습니다. 단유 후에도 생리가 시작되지 않아 혹시 배란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2월 말에 구입한 거예요. 그러다 3월 저의 첫 생리가 시작되었고, 저는 태어나서 생리 하는 걸로 이렇게 기뻐해본적은 처음이에요. 뭔가 우리도 아이를 또 가질 수 있다는 신호탄처럼 여겨져서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
영국 아마존에서 ovulation test (배란테스트)를 검색하면 클리어블루 (Clearblue) 라는 브랜드의 제품이 가장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쌌어요. 10개에 16파운드더라구요. 10개에 24000원.
배테기라는 것의 존재를 알려줬던 한국에 있는 동생이 본인은 그냥 저렴한 것을 썼는데, 그걸로 한번에 임신이 되었다며 ㅋㅋㅋ 그냥 저렴한 걸 써도 괜찮다고 했던 이야기가 기억나서 저렴한 것으로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찾게 된 것이 원포 배테기예요. 50개에 14파운드. 클리어블루보다 저렴한 값에 5배의 양이 들어있어요. 즉, 가격이 5배 이상 저렴한 거죠.
한국에서도 이 배테기를 쓰기도 하나 싶어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도 꽤 많은 분들이 이걸 사용하셔서 임신 준비를 하셨더라구요. 다양한 성공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와있었어요.
사실 배란테스기를 사 두고도 생리시작하기 전까지 실제로는 한번도 쓰지 않았어요. 이게 별 게 아닌데도 은근 귀찮더라구요. 소변을 받아서 3초간 담근 후에 5분을 기다렸다가 결과를 읽는 거래요. 흐르는 소변에 하는 임신테스트기와는 달리 이 원포 배테기는 반드시 소변에 3초간 담그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번도 쓰지 않다가 첫 생리가 끝난 후 3월 중순경부터 써보기 시작했지요. 둘째를 갖고 싶다는 마음에 배란 시험선에 빨간 줄이 뜨지 않았는데도 마치 뜬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는 일이 몇번 있었어요. ㅋㅋㅋ 얼마나 사람 마음이 간사하던지.. 아니어도 맞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었죠. 게다가 임신할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임신을 너무 바라고 바래서 틴틴에게 자주 '나 임신한 거 같아~ 상상임신!' 이런 이상한 드립을 날리곤 했답니다. ㅋㅋ 속이 안 좋거나, 피곤하거나, 몸에 좀 열이 난다 싶을 때마다 '틴틴, 나 임신했나봐~' ㅋㅋ 그럴 때마다 틴틴은 그렇게 임신이 하고 싶냐고, 자기는 몇달 좀 더 있다가 둘째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죠. 아직은 감당할 자신이 없다구요.
배란 테스트기로 배란을 확인하면 뭐하나요.. 배란일에 맞춰 소위 ‘숙제’라 부르는 그 거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은데. 저희는 나이도 있고, 체력도 딸리고, 아이는 계속 아프고 하다보니 배란일이라고 해서 의무적으로 관계를 갖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마음에 부담만 되고, 괜히 실망만 하게 되고.
어느날 큰언니와 통화하던 중에 이야기했죠. 막상 배테기를 사서 본격적으로 마음 먹고 해 보려니 잘 안 되고 괜히 실망만 하게 되더라구요. 그랬더니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너희가 첫째를 워낙 쉽게 가져서 그렇지 생명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니란다. 나만 해도 아이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했는데 몇년만에야 첫째를 가졌잖아. 너무 부담갖지 말고 편안하게 생각해.”
그래서 배테기가 있지만 일단은 마음 편하게, 또 자연스럽게 노력해 보기로 했어요. 둘째를 가질 거면 빨리 가져서 최대한 저의 경력단절기간을 줄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는데, 향후 3년 안에 둘째가 생긴다면 감사히 낳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둘째에 대한 욕심은 과감히 접기로 했어요. 터울을 적게 하고 싶은 것이야 저희 욕심이니까요. 지금 가져도 두살 이상의 터울이 날텐데, 이미 나는 거 뭐.. 한두살 더 나면 나는대로 키우는 것이고, 경력 단절이 길어지는 것.. 그게 문제인데.. 그건 더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ㅠㅠ
둘째,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러게 말이에요. 그 생각을 하면 우리가 철이 없는 건가.. 고민이 든답니다.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둘째까지 감당하기에는 정말 빠듯하고 힘든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모두 감당하려고 둘째 욕심을 내는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저희 부부는 둘 다 속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최대한 지출을 더 줄이고, 어떻게든 좀 더 일을 해서 (아마 제가 알바를 해서?) 소득을 늘리면 둘째까지는 어떻게든 빠듯하게라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아이들.. 대학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ㅠㅠ 저희는 부모님의 도움을 상당히 받아놓고 저희 자식에게는 그렇게 해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무거워요. 그렇지만 세상이 그리 바뀌었으니.. 그걸 저희 능력탓만 할 수도 없고. 또 저희 자식들이 놀랍게도 자립심이 강해서 스스로 먼저 자기 능력으로 대학공부를 하겠다고 혹은 대학 공부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으니.. 벌써부터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죠? 아이들이 자랐을 때의 세상은 또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그것도 알 수 없으니까요.
저는 요즘 아이가 매우 평범하게 살면서도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의 가족과 이웃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자꾸만 고민하게 돼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제 마음에 부담감만 가중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런 이야기를 큰언니에게 했더니 큰언니가 걱정 말라고 하네요.
"지금이야 그런 저런 것들을 바라는 마음이 들겠지만, 좀만 지나면 그런 마음이 다 사라질거야."
"정말? 어떻게?"
"잭이 좀만 더 크면 절대 그 아이가 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 하하하하. 그래서 그 아이는 너와는 완전히 다른 한 존재라는 것을 니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면서 그 아이의 인생을 있는 그래도 바라보게 될테니까."
그래요..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저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드는 건가봐요. 아이가 좀 더 자라고, 저도 좀 더 성숙해지면, 좀 더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마음도 비워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참, 원포 배테기를 얼마간이지만 써 본 결과, 쓸 만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떤 게 두줄이고, 어떤 게 두줄이 아닌지 헷갈렸는데, 기록을 며칠 해 보니 확실한 두줄이었던 날이 진짜 두줄 (=배란) 이었던 것 같더라구요. 선명한 두줄 빨간선이 보인 날로부터 딱 14일 후 저의 두번째 생리가 시작됐거든요. 저렴한 배란테스트기를 찾고 계신 분들, 원포 배테기 추천해요. (**참고로, 저는 이 배테기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마존uk 소비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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