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7개월 아이의 영국 어린이집 적응기: 세틀링 인 세션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10. 18:19
(이 글은 2019년 5월 9일 목요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에요.

침묵을 깨며..

아이 출산하면서 한달정도인가 글을 못 썼는데, 그 이후로는 가장 긴 공백기를 가졌던 것 같네요. 

지난 글에 말씀드렸듯이 아이가 4월 16일 금요일 어린이집 4시간 적응 기간 (settling in session) 이후 감기에 걸린 후 온 가족이 모두 아프면서 저의 모든 일상이 중지되어 버렸어요.  이번주에 들어서는 어떻게든 글을 쓰려면 글을 쓸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피곤하고, 또 한 동안 글을 안 쓰다 보니 뭘 써야할지 막막한 마음까지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부담된다면 그럴 때는 잠시 쉬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에 블로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저희 아이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어요.  사실 정식 등원은 지난주 화요일부터였기는 한데, 지난주는 일주일 중에 딱 하루, 화요일만 등원했기 때문에 정식등원이라 하기도 민망하네요. ㅋ 이번주부터는 대망의 주3회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했답니다.

4월 23일 화요일 1시간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 settling in session
4월 24일 수요일 2시간 (2pm-4pm) 혼자 어린이집 settling in session
4월 26일 금요일 4시간 (10am-2pm) 혼자 어린이집 settling in session
4월 29일 월요일 4시간 (10am-2pm) 혼자 어린이집 settling in session

저희 아이는 이렇게 총 4회에 걸친 적응기간을 거쳤어요.  마지막 세션인 4월 29일 세션은 제가 추가로 요청해서 얻은 기회였어요.  이 날의 어린이집 방문이 큰 계기가 되어 아이 어린이집 등원 요일도 조정하고 횟수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4월 26일 금요일 4시간 세션에서의 변화

지난번 글에서 이미 썼듯이, 2시간짜리 첫 세틀링인 세션 (4월 24일 수요일) 에 아이를 찾으러 갔을 때는 아이가 울면서 선생님 품에 안겨있었고,
첫 4시간 짜리 세션인 26일 금요일에 아이를 찾으러 갔을 때는 아이의 볼에는 눈물 한방울이 묻어 있었으나 아이가 큰 소리 내며 울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요.  이게 별 것 아니었지만 저에게 용기를 준 큰 변화였습니다.  

아이는 그 주 내내 자신의 key carer가 아닌 buddy carer에게 돌봄을 받을 듯 했어요.  버디 케어러는 부담임(?) 정도라 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 레이첼이라는 젊은 선생님이었죠. 

금요일에 아이를 찾으러 갔을 때는 어린이집 메인룸이 울음바다였어요. ㅋㅋㅋㅋ 예닐곱명의 아이들이 울면서 방 안을 서성이고 있더라구요.  저는 순간 아주 당황.  혹시 이게 저희 아이의 울음으로 촉발된 떼울음(?)은 아니려나 싶어 울면서 걸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을 빠르게 스캔하는데, 저희 아이는 안 보이더라구요.  

메인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레이첼 선생님 품안에 앉아서 선생님과 함께 블록쌓기를 하고 있었어요.  볼에는 흘러내렸다가 마르지 않은 눈물 한방울이 묻어있었죠. 

“선우야! 엄마왔어~”
“으아아아앙!!!!!”

아이는 절 보면 바로 울음을 터뜨립니다. 

레이첼 말이, 아이가 전보다 훨씬 나아졌고, 여전히 슬프고 화난 상태일 때가 있었지만 때때로 행복할 때도 있었다고.  자기가 아이를 안아서 재우는데도 성공했고, 재운 후에 아이를 눕혔더니 그대로 50분 가량을 자더래요.  아이가 통통하니 살집이 있어서일까요.. ㅋ 아이가 잘 안겨 있었다고, 안을 때 너무 느낌이 좋다며, 아이와 그 새 나름 애착이 좀 형성된 거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하더라구요.

외투를 벗지 않으려는 아이 

저희 아이는 이날, 외투를 절대 벗지 않으려 하더래요.  레이첼 말은, 이 외투가 아이에게 애착담요 같은 역할을 하는지, 아이가 절대 옷을 벗으려 하지 않아서, 잠 재울 때도 아이를 안고 외투도 함께 덮어서 안아서야 아이를 재웠다고 하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외투를 벗으면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아이가 옷을 절대 벗지않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나는 여기 머물 사람이 아니오!!” 라는 강력한 의지 표명?! ㅋ 

아직 어린이집 식사가 낯선 아이 

여전히 어린이집에서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 모양이었어요.  여전히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도 않고, 선생님 무릎에 앉혀준다 해도 싫다 하더래요. 

이날 돌아온 후 저희 아이는 다음날부터 기침과 콧물을 시작했어요.  그 상태의 아이를 주말동안 틴틴이 데리고 자며 틴틴이 바로 그 감기를 옮았죠. 

4월 29일 월요일 마지막 적응 세션 4시간

월요일이 되고, 저는 아이를 또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아이는 차로 어린이집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설 때부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앙!!!!! 엄마아!!!!”

우는 아이를 세게 안고 저는 어린이집 건물로 또 꾸역꾸역 들어갔어요.  

이날은 월요일이라 학생 수가 정말 적더라구요.  영국은 월요일이 어린이집이 가장 한가한 날이에요.  크리스마스와 1월1일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휴일이 월요일이라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면 공휴일을 끼더라도 돈은 돈대로 다 내야해서 주5일을 모두 가는 애들을 제외하고는 파트타임의 경우 대부분 월요일을 피해서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 수가 적은 만큼 선생님 수도 좀 여유로워 보인 나머지 한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가요?  좀 조용해보이네요?  오늘은 아이들이 몇명이나 있어요?”
“네, 월요일은 제일 조용해요.  오늘은 22명 있어요.”

아이들 수가 적은 만큼 선생님도 7명이 계신다고 했어요. 

월요일에 한가로운 모습을 보니 저는 아이를 매주 수요일에 보내기로 했던 것에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수요일에는 정원이 꽉 차서 아이들이 32명인데, 지난주 수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 왔을 때와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왔을 때의 분위기가 너무너무 달랐거든요.  아이들도 여유있고, 선생님들도 여유있고, 공간에도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어요. 

이날의 어려움은 아이가 친숙한 선생님이 한분도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저희 아이랑 조금 친해졌던 버디 케어러 레이첼은 이 주와 그 다음주까지 2주간 휴가였고, 저희 아이의 키 케어러인 코럴 선생님은 병가를 냈더라구요.  대신 다른 젊은 선생님이 와서 제 품에서 어린이집 가지 않겠다고 발버퉁치며 우는 아이를 대신 받아안고 안으로 들어가셨고, 저는 그렇게 아이를 보내주고 나왔습니다. 

마지막 적응세션에서의 변화

  • 아이 혼자 독립적으로 노는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 어린이집 탐색을 시작했어요.  가든이며, 메인룸이며 혼자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탐색하기 시작했대요. 
  • 아이가 음식을 조금 먹었어요!  한입이긴 한데, 그래도 한입 먹긴 먹긴 먹더래요.  
  • 낮잠 시간에 아이 혼자 베드 (바닥에 마련해둔 아이들 잠자리용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스스로 자더래요.  
  • 이날은 제가 데리러 갔을 때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은 날이었어요!!

어린이집 가든을 좋아하는 아이 

아이가 가든을 좋아한대요. 그렇지 않아도 이날 갔을 때도 저희 아이가 가든으로 가는 문 앞에 서서 가든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사실 선생님들이 저희 아이가 가든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이를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였어요.  
어린이집 가든은 한쪽 울타리가 차량 진입로를 끼고 있어요.  그래서 차량이 들고 나는 것을 가든에서 볼 수 있지요.  저희 잭은 지난주에도 차량 진입로에서 가장 가까운 가든 모퉁이에 서서 엄마만 찾으며 울고 있었어요.  저희 잭은 야외활동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어린이집 가든을 특히 좋아했다기 보다는 가든에서 엄마 차가 들고 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었어요.  이날 월요일에 제가 갔을 때는 아이들 낮잠 시간으로 가든에서 놀다가 모두 메인룸으로 들어온 뒤였어요.  그래서 가든에 직접 나가지는 못하니 아이는 차량 진입로를 바라 보기 위해 메인룸의 문에 서서 문에 난 창을 통해 가든 밖을 보고 있었던 거죠.  그저 엄마 오는지만 찾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또 짠했습니다. 

이런 적응기간을 거쳐, 저희 아이는 그 다음날인 4월 29일 화요일, 정식으로 종일반에 등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등원 시작과 함께.. 저는 아이 등원 일수도 늘리고, 요일도 변경했어요.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할게요!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위 사진은.. 지난주 5월 1일 어린이집이 아닌 저희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다 찍은 사진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