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7개월, 영국에서 어린이집 정식등원을 시작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11. 17:52
(2019년 5월 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예요. 

오늘은 저희 아이의 어린이집 종일반 첫 정식등원 후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어린이집, 투자라 생각하고 주 3회로 보내기로 결정하다

일단, 저희 잭의 어린이집 등원 일정은 애초에 주 1회 수요일만 보내기로 했던 것에서, 주1회 화요일로 변경했다가, 결국 주 3회 화, 목, 금으로 결정했어요. 

주 1회 수요일만 보내기로 했던 것은 주 중에 하루 쉬는 시간을 가져서 제가 육체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의도와, 가장 인기좋은 수요일에 마침 자리가 하나 났으니 그 자리를 일단 우리가 확보해두자, 라는 두가지 의도가 있었는데요.  저희 욕심만으로 아이를 가장 바쁘고 힘든 수요일에 보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수요일 자리를 당장 내놓고, 화요일로 바꿨습니다.  

화요일로 바꾼 이유는, 

(1) 수요일은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지요.  

(2) 가장 한가로운 월요일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실은 가장 한가로운 날은 월요일이에요.  그 이유는 영국 공휴일의 90%가 월요일이라 월요일에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면 돈은 내고 공휴일이라 아이를 못 보내는 날이 많아서 주5회 종일반을 보내는 풀타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부모들이 월요일은 피해서 보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월요일이 가장 한가롭긴 하지만, 월요일은 돈도 아깝고 보육교사들도 가장 피곤한 날이고 (틴틴 말이 모든 직장인이 가장 피곤한 날이 월요일이라는 ㅋ),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예정에 없던 휴가가 가장 많은 날도 월요일이에요.   실제로 저희 아이가 마지막 세틀링 인 세션 (적응기간) 을 하러 간 월요일에 저희 아이의 키 케어러가 병가로 부재 중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월요일을 보내게 되면 돈은 돈대로 아깝고, 교사는 교사대로 들쭉날쭉하니, 저희는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을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목요일이나 금요일도 보육교사들이 좀 더 지쳐있을 요일들이니 되도록이면 선생님들도 짱짱하고, 아이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날 보내면 되겠다 싶었거든요. 

결국 주 3회 (화, 목, 금) 보내기로 결정 변경

지난주 화요일 저희아이는 첫 정식 full day 등원을 했고, 그날 오후, 아이가 어린이집에 생각보다 잘 적응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어요.  저는 저대로 아이를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하루만 보내서는 제 일을 여전히 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서, 급작스럽게 주 3회로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주 1회로는.. 뭔 일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 것 같더라구요.  

그 바람에 저희 아이는 금주, 그러니까 5월 6일로 시작하는 주부터 주 3회로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을 가기 시작했어요. 

사실, [화, 수, 목] 혹은 [수, 목, 금] 이렇게 연속해서 보내면 가장 좋을텐데 (아이들은 연속성있게 죽 가는 게 애들에게는 가장 좋다고 해요.  변화가 적고 일관성이 있어서 안정감을 준다고), 저희가 수요일 자리를 포기하고 화요일로 변경하기 무섭게 수요일 자리는 다른 아이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수요일은 꽉 차서 자리를 예약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화, 목, 금 이렇게 주3일을 보내기로 한 거죠. 

4월 30일 화요일 첫 종일반 후기

이날도 어린이집 들어가는데 아이가 폭풍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영국에서 ‘어린이집 종일반’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운영하는만큼, 보통 근로자들의 풀타임 근로시간에 맞춰 운영해요.  
이 어린이집은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 반 사이, 각자 스케쥴에 맞게 아이를 데려다 주고 (드랍오프 drop-off), 아이를 픽업 (pick-up) 하면 되요.  
단, 종일반의 경우 총 10시간 보육이므로 그 이상의 시간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10시간이라.. 정말 길죠? 저희 옆집 같은 경우, 잭보다 2주 반 빠른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에 주1회 보내고 있는데, 이 아이는 남편이 아침 7시반 출근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부인이 퇴근길에 5시반 정도에 데려 온다고 하더라구요. 10시간을 꽉 채워 이용한다고.  

저희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된데다가 제가 옆집 아이 엄마 Anna 처럼 직장에 몸이 매인 상태가 아니니 아이를 일찍 데리고 왔어요.  9시 좀 넘어서 아이를 놓고 와서 2시 좀 넘어서 아이를 찾아왔는데, 생각해보니 적응기간 세션 4시간보다 딱 한 시간 더 맡겼더라구요.  그 정도면 half day 로 이용한 건데, 돈은 좀 아까웠지만 아이의 순조로운 적응이 우선이다 싶어 일찍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의 적응상태

음식섭취량 증가: 

이날은 아이가 음식을 먹었대요.  배가 고프니 자기도 먹은 것 같아요.  메뉴는 fish finger 라고 작은 생선살 튀김에, 브로컬리 등의 야채가 나왔대요.  선생님 무릎에 앉아서 아이가 음식을 먹여달라고 하더래요.  결국 배가 고프니 음식을 먹긴 한 거 같아요. 
그리고.. 간식으로 나온 메론!  메론을 아이와 완전 폭풍먹방을 펼쳤다고 하더라구요.  와구와구 먹어치우더래요. ㅋㅋ 남김없이! 
원래 과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메론은 집에서도 많이 먹어보던 것이니 익숙하고.. 음식으로는 배를 못 채웠으니 메론으로 배를 채웠겠죠? ㅋ

낮잠: 10분 

이날은 낮잠을 10분밖에 못 잤대요.  아이가 선생님 팔에 제 팔을 걸치고 옆으로 기대서는 잠이 드는데, 애가 잠들어 선생님이 자기 팔에서 아이를 내리면 아이가 깨고, 또 팔을 걸치고 잠들었다가 선생님이 팔을 빼면 또 깨고.. 해서 결국 10분 정도밖에 잠을 못 잤대요.  그래서인가, 제가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가 낮잠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는데, 아이가 메인룸에서 졸리고 힘든 나머지 징징 울면서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더라구요. ㅠ

가든에 나가면 방에 오고 싶고, 방에 오면 가든 나가고 싶은 아이

적응세션 마지막이었던 29일 월요일도 그랬다고 했는데, 어린이집 탐색을 계속하더랩니다. 
이 코럴 선생님도 지난번 29일 아이를 돌봐주신 다른 선생님들처럼 아이가 가든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이가 가든을 좋아하는데, 웃기게도 아이가 가든에 가면 메인룸으로 들어오고 싶어하고, 메인룸에 들어오면 아이가 가든에 나가고 싶어했어요."

라고 하더라구요.  

“그건 아마, 엄마가 차로 들고 나는 것은 가든에서 볼 수 있는데, 엄마가 자기를 데리러 와서 나타는 곳은 항상 실내 메인룸이니까 엄마가 오는지 확인하려고 가든에 갔다가, 방으로 왔다가 하는 거 같아요.”

이게 제 추측입니다.  밖에서는 차량 진입을 볼 수 있지만, 엄마는 항상 안에서 나타나니, 밖에 가 있으면 혹시 엄마가 방으로 자기를 찾으러 오진 않았을까 방으로 오고 싶고, 방에 있으면 엄마가 안 나타나니 밖에 나가서 엄마 차 들어오는지 나가서 보고싶은.. 그게 저희 아이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구요.

제가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는 낮잠시간 끝무렵, 아이가 졸린 나머지 흐느끼며 바닥을 기어서...저희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딩동댕!  네~ 가든으로 나가는 문으로!! ㅋㅋㅋ 문을 닫아둬서 나가지는 못하지만 가든으로 나가는 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려고 애를 쓰더라구요.  그 문 앞에 다른 한 아이가 엎드려 누워있었는데 (낮잠시간이라 그런가 애들이... 온 곳곳에 뒹굴고 있었어요.  신발 신고 생활하는 곳인데도 여의치 않고 아이들이 뒹굽니다. ㅠㅠ), 그 아이의 발이 문쪽에 닿아있자, 마치 그 발만 치우면 자기가 가든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기라도 한듯이 아이 발을 손으로 치우려고 하더라구요. 

그 아이는 문 앞에 엎드려 누워있다가 잭이 와서 자기 발을 자꾸 옆으로 치우니 “얘, 뭥미?” 하는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ㅋㅋㅋ

다행히 잭이 그 아이의 발을 치우는 행동이 전혀 과격하지 않았고, 그 아이도 기분 나빠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얘 왜자꾸 자기 발을 만지나?' 하는 듯한 눈빛으로 저희 잭을 보고 있어서 마음이 놓였어요.  아이가 타인에게 공격적이지 않은 것 같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 보여서요. 

아무튼 그렇게 잠시 아이의 등 뒤에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 등뒤로 다가가서 “선우야, 엄마!” 하자 아이는 또 바로 “으아아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날은 방에서 아이를 먼저 안고 나오는데, 아이가 이렇게 우는데도 불구하고 분홍색 코트를 입은 여자아이가 저희 잭에게 “바이~” 라고 인사를 건네줬어요.  역시.. 여자아이들은 다르더라구요!!  말도 잘 하고, 사교성도 좋고!! 

아이도 밖으로 나오면서도 계속해서 눈은 메인룸에 다른 아이들을 향하며 어린이집을 관찰했어요. 

그렇게 첫 종일반 경험을 단 5시간만에 마치고, 아이는 집으로 오는 길에 신이 나서 발을 동동 차고 차로 집 근처 골목에 진입하기 무섭게 집에 가는 걸 알아채서 그런건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에고..   이럴 때마다 마음은 약해지지만 아이가 조금씩 적응해가는 모습이 보이니 마음 굳게 먹고 어린이집을 계속 보내기로 했습니다. 


사진: 이것도 어린이집 사진은 아니고.. ^^ 동네 놀이터 출입문 앞에 선 잭의 사진입니다.  아이들 손이 끼지 않게 오른쪽 문틈에 공간을 두고 문을 설계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