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17개월 아이를 기관에 맡긴다는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10. 18:30

-- 아이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기 전에 급히 남겨보는 나의 일기 --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내 시간이 좀 생기고, 한숨 돌릴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아직 초기라 신경쓰이는 일도 많고, 아이는 새로운 감기에 연속해서 걸려오고,

어린이집에서 다녀 온 뒤에는 더더욱 엄마 껌딱지가 되어 하루종일 나와 '베프놀이'를 하려고만 한다.

내 시간이 아주 조금 생기기는 하지만, 그에 비해 아이에게 온전히 힘과 정신을 쏟아야 하는 시간은 더 늘어나서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집에서만 데리고 있을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 하긴 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니 할 수 없다.  이런 적응기간은 언제 어떤 식으로든 겪을 수 밖에 없는 거니까. 

당장 약속해둔 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기관에 맡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에게는 가장 필요했던 시기였다는 생각도 든다.  남편과 나 모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이고, 아이도 아이대로 새로운 자극이 낯설긴 하지만 이런 자극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니. 

아직 아이가 어린이집에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아이는 말이 엄청 늘었으며 (아직 '엄마엄마엄마' 밖에 하지 않지만 그 말 자체도 자주 하고, 다양한 소리를 더 많이 낸다),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 두분이 아이들을 앉혀놓고 손으로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아이가 한 선생님 옆에 딱 붙어 앉아 노래를 듣고 있더라.  

힘든 변화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 무릎에 앉아 밥을 한두번 먹더니 자꾸만 내가 밥 먹는 중에 내 다리 위에 앉으려 하는 통에 식탁에서 아이를 앉고 밥을 먹는 일이 자주 있다. ㅠㅠ 아이는 잠을 더 잘 안 자려고 하고 ㅠㅠ 최대한 엄마랑 있을 때 계속해서 더 놀려고만 하는 것 같은..  어린이집은 근처에서 우회전 신호만 켜도 울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것은 계속해서 감기에 걸린 상태라는 것.  그리고 어제부터는 물똥도 싸서 어린이집에서 오늘까지 지켜봤는데, 오늘 또 물똥을 싸는 바람에 지금으로부터 48시간 등원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오늘 꼭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일은 하지도 못하고 돈은 돈대로 날린다.  물론 돈보다는 우리 아이 건강이 중요하다.  그러나 내 일에 대한 데드라인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 돈도.. 아이 건강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생활과 생계를 위해서는 중요하긴 하다. ㅠㅠ 아.. 삶은 정말 현실이다. 

오늘은 아이에게 죽을 좀 끓여줘야겠다.  평소에도 종종 설사를 하는 일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이걸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나도 괜히 겁이 난다.  휴우..  주말을 앞두고 있는데도 평일에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을 결국 주말에 해야 하니, 주말을 앞둔 마음이 조급하기만 하다. 

집에서 일을 하는데도 일과 아이 양육의 병행이 이리도 힘들다니..  다른 엄마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다들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