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는 저희 잭이 13개월이 되었을 때 한국 친정에 머물던 중 언니들의 도움으로 단유를 했습니다. 오늘은 단유를 하게 된 배경과, 저의 단유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단유를 결심하게 된 배경
저희 잭은 수유 간격도 너무 좁으면서, 심적 안정을 위해서도 엄마 젖을 찾는 경우가 많았고, 밤에 자다가 잠이 깰때마다 또 젖을 물고서야 다시 자려해서 아주 아주 힘들게 수유를 이어왔어요. 혼합수유도 몇번이나 하려고 하였지만 아이가 분유를 잘 먹지 않으려 하고 엄마 젖만 파고드는데, 단호하게 아이를 거절하며 분유를 계속 줬으면 성공할 수도 있었을텐데 저나 틴틴이 그러지 못해 분유를 안 먹으면 결국 젖을 주고.. 하다 보니 혼합수유 시도가 몇번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죠. 그래도 8개월쯤 지난 후부터는 가끔 하루에 한두번은 분유를 먹긴 했는데, 양은 하루 종일 적으면 30-40미리, 많으면 80-90미리 정도 먹는 정도였어요. 서너번 정도 140미리 정도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게 최대량이었지요. 아이가 분유를 먹지 않으려 할 때, 단호하게 계속 분유수유를 밀어붙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배앓이를 오랫동안 해 왔던 것도 있었어요.
단유 시작!
어쨌든 그렇게 저는 나름 힘겹게 수유를 이어왔던터라 한국에 갔을 때 반드시 단유를 하겠다는 결심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계기가 없으니 단유를 시작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친정집에 언니네 가족이 모두 모인 1월 11일 금요일 (잭 생후 13개월 2일) 부터 큰언니의 도움으로 하루 종일 젖을 주지 않을 수 있었고, 하루 성공한 김에 이대로 밀고 나가자 하며 주말까지 이어갔더니 2일, 3일을 수유없이 보낼 수 있었어요.
그렇게 4일, 5일 이어간 후, 작은언니네에서 일주일 머물며 더욱 확실하게 단유를 이어갔지요. 확실히 가족들이 많아서 아이 정신을 엄마 젖이 아닌 다른 곳에 팔기 쉽고, 모유에 대한 상실감을 다른 것으로 채워주기 용이한 환경에 있었기에 단유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잘 이루어진 것 같아요.
단유 방법
저는 특별히 약을 쓰거나 양배추를 붙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젖을 안 주고, 유축하고.. 유축 간격을 조금씩 늘리고.. 하는 식으로 젖을 줄여갔습니다.
저희 아이는 수유량도 많고, 수유빈도도 많던 아이였어요. 아마 제 젖량이 저희 아이가 원하는 것에 비해서는 부족해서 수유빈도가 잦았을 수도 있는데 (저희 아이는 모유만 먹고 4개월에 10킬로, 7개월에는 12킬로를 찍은 아이입니다) 지금도 보면 아이가 자주 자주 배를 고파하고 한번에 아주 두둑하게 많이 먹는 경우가 드물어요. 본인의 먹는 습관이나 성향, 아니면 속이 편한 상태가 아마 적당히 자주자주 먹는 거라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아이가 젖을 찾을 때마다 다른 마실 거나 먹을 것을 주고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면서 젖을 주지 않았고, 저는 젖이 가득 차도 바로 짜지 않고 좀 버텼다가 유축하되 (유축 너무 귀찮은 ㅠㅠ) 유축을 모두 하지 않고 아프지 않을 정도까지만.. 유축하는 정도로 했어요. 하지만 실은 한두번은 가슴에 젖이 차 있는 게 불편하고 답답해서 충분히 유축을 해버린 적도 있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언니들의 조언은, 젖이 찼다고 바로 유축하지 않고 좀 버텼다가 너무 아파서 안 되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 젖을 짜되, 절대 다 짜지 않는 것. 그렇게 저도 유축 간격을 조금씩 늘려갔어요.
처음에는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파서 따뜻한 샤워를 한 후 손으로 유축을 했어요. (유축기를 다른 데 두고 와서 어쩔 수 없기도 했구요) 그리고 나서 유축기를 챙겨온 후부터는 처음에는 하루에 3-4번 유축을 했고, 3일쨰 되는 날부터도 이미 하루에 두어번 유축으로 충분해졌어요. 그리고 나서는 하루에 한번 유축, 그리고 단유 일주일을 넘긴 후에는 2일에 한번, 그 다음은 3일에 한번, 그 다음은 4일에 한번, 그리고 나서는 5일에 한번, 그 다음은 7일만에 한번.. 이런 식으로 늘려갔습니다.
첫 1주일만 유축이 잦았지, 2주째만 해도 유축을 한주 내내 2-3번밖에 하지 않았고, 그 다음주부터는 거의 1주일에 한두번 하는 정도로 한 후, 5-6주쯤 되었을 때려나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한 후 더 이상 유축을 할 일이 없었어요.
단유 후 모유 상태
단유 한달이 지난 후부터는 거의 완전히 소위 ‘젖이 마른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가슴에서 우유가 나올 때가 종종 있었어요. 가슴 부분의 옷이 동그랗게 살짝 젖는 정도? 며칠전까지만 해도 그러더니 단유 두달이 조금 넘은 이제는 그런 증상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단유에 대한 아이의 적응 과정
아이는 처음에 굉장한 상실감 (?) 에 시달렸어요. 자꾸만 제 가슴에 손을 집어넣어서 제 가슴을 꺼내드려 하고, 제 가슴쪽으로 머리를 파고 들고, 젖을 주지 않으니 울고 화를 내고..
몇번이나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었으나 언니들의 지대한 도움 덕분에 단호하게 이어갈 수 있었지요. 언니들은 이 모든 과정을 겪어봤던터라 아주 능수능란하게 엄마 젖을 파고드는 잭을 들어안아 다른 데로 이동시키기도 하고, 다른 먹을 것을 제공해주고, 재밌는 놀이를 해주는 등 끊임없이 아이의 신경을 다른데로 분산시켜줬어요. 언니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ㅠ
아이의 놀라운 적응력
놀랍게도 단유 단 일주일만에 아이는 젖을 별로 찾지 않았어요. 특히 낮에는요! 그러나 밤에 자다가 깨거나 하면 습관인지, 무의식인지, 아이가 가슴을 파고들려고 하는 낌새를 보일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러다 3주차가 되자 아이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해보였어요.
그러나 저희 언니들의 조언이, 아무리 아이가 젖 안 찾는 듯 해보여도 한달 정도는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아이가 엄마 가슴을 알아보고 무는 건 한 순간이라고! 그리고, 그 한순간 때문에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무산될 수 있으니 적어도 한달간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대 아이에게 젖 ‘안 물리도록’ 조심하라고 했어요.
영국에 돌아와서부터는 아이를 욕조에서 목욕을 시키며, 안전하게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제가 함께 들어가서 목욕을 할 때가 한두번 있었는데, 그때가 고비였습니다. 아이에게 엄마 가슴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철저히 가렸어요. 아이가 겨우 잊어가는데, 눈에 띄면 아이도 생각날 것 같아서요. 그렇게 며칠 한 후, 목욕을 남편에게 온전히 넘기면서 그럴 일도 사라졌지요.
한달 넘게 지나고 나니 아이가 이제는 어쩌다 제 가슴을 봐도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ㅋㅋ 오히려 제 배꼽을 보면 달려들어 배꼽을 누르고 좋아해요.
단유 후 엄마 (=나) 의 상태 변화
어쨌든 그렇게 단유를 하고 나니.. 휴우~ 얼마나 세상 편한지 모르겠습니다!!! 둘째를 낳게 되면 고민없이 분유수유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바로 이래서 그렇구나 싶더라구요. 수유를 하고 안 하고 간에 엄마의 삶에 질이 너무너무 다르더라구요. 수유를 하는 시간이 하루 중 그리 길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아이를 안거나 들어올리고, 아이와 씨름하고, 젖을 물린 채로 “꼼짝마” 자세로 버티고 하는 일이 생각보다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이에게 덜 매어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유로움도 매우 컸습니다. 육체적 피로감이 덜 한 것은 당연하구요!
수유에 대한 그리움
단유로 제 삶의 질이 나아지긴 했지만 희한하게도 요즘은 가끔 아이를 꼬옥 안고 수유하던 때와 그 때의 그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정말 웃기죠?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합니다. 수유 하던 때에는 그게 그리 힘들어서 난리였는데, 막상 젖을 완전히 끊고 나니 아이가 내 품에서 젖을 먹던 때가 얼마나 좋았던가 하고 좋았던 기억만 나니 말입니다.
저는 수유 중에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워서 동영상 찍어둔 게 몇개 있어요. 팔을 쭉 뻗어내어 아이가 젖을 먹는 모습을 찍은 거지요. 제 젖꼭지가 조금씩 보이기도 해서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뭔가에 취한듯이 젖을 빠는 아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거든요. 며칠전 사진첩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 젖 먹는 동영상을 발견했는데, 아이의 얼굴에서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엄청 좋아하면서 젖을 빠는 모습이 보이더라구요. 당시에는 그저 “귀엽다” 정도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 아이가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먹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아이가 얼마나 좋아했냐면, 틴틴이 잭이 젖 먹는 것을 볼 때마다
“몽실, 니 젖이 엄청 맛있나봐! 잭이 엄청 맛있어 하며 먹고 있어!”
라고 하곤 했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그 표현이 너무 웃겨서 푸하핫 웃곤 했는데, 지금 보니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하고 먹고 있으니 틴틴 입장에서는 “얼마나 맛있길래” 그런 표정을 하나.. 라고 생각했나봐요. 과거 동영상을 보니 저도 틴틴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동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단유에 성공하고, 2주 전 드디어 첫 생리가 시작됐습니다. 딱 2년만에 생리네요. 재작년 3월부터 생리가 끊어졌었는데, 2년만에 생리가 돌아왔어요.
오랫만에 생리를 하니 제 몸의 호르몬이 이제 다시 정상화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고 반가웠어요. 그러나 그 반가움도 잠시!! 출산 후 첫 생리와 함께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감정이 널뛰는 감정기복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ㅠㅠ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할게요~
단유를 고민하시는 분들, 약 복용 없이 자연스러운 단유를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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