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3월 11일, 도리님이 돌아갔어요..

옥포동 몽실언니 2019. 3. 17. 12: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 집에는 2월 28일 목요일 점심.. 그러니까 저희 가족이 난생 처음 영국 구급차를 타고 JR (옥스퍼드 대학병원 존 래드클리프 병원의 약자) 에 갔다 돌아온 점심 시간..  바로 그날 저희 집에 오신 도리님이 3월 11일에 지루한 천국 괴팅엔으로 돌아갔어요.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을 함께 지내다가 도리님이 돌아가던 날.. 

특별히 도리님을 위해 모카포트를 꺼내 커피를 내려드렸습니다.  아니.. 올려드렸다 해야 할까요? 모카포트는 아래에서 위로 커피가 올라오는 형태이니까요~

집에 있던 일리 디카프 커피를 넣고 커피를 만들었어요.  카페인에 취약한 저와 틴틴 떄문에 저희집에는 모든 커피가 디카프이고, 카페인 있는 커피라고는 한국 믹스커피 뿐이에요. ㅋ

이날은 도리님이 돌아가는 특별한 날인만큼 1인 1포트!  저와 틴틴이 싱글이던 시절, 제가 원래 갖고 있던 모카포트 하나, 또 제가 틴틴에게 선물로 사준 모카포트 하나. 이렇게 저희는 1인용 포트만 두개가 있어서 둘이서 커피를 마시려 하면 무조건 두개를 끓여야 합니다.  

이날 저희 잭은 갑작스런 발달을 보였습니다. 

간식으로 잭에게 바나나를 먹이다가 잠시 싱크대에 다녀오느라 잭 먹이던 바나나를 잭 테이블 위에 잠시 놓고 돌아왔더니 잭이 제 손에 직접 바나나를 들고 스스로 먹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당연히 도리님이 쥐어준 거라 생각하고 도리님에게,

“도리님, 도리님이 잭 바나나 쥐어줬어요?”

했더니 도리님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그렇지 않다고, 자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바나나를 먹으며 부엌 밖 가든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잭~

항상 엄마가 들고 먹여주던 것을 직접 들고 먹는 게 기분이 좋은가봐요!

바나나를 한입 베어먹으며 바나나를 바라보네요~

아이 테이블에 있는 M 이라 적힌 상자는 Magnum 아이스크림 통이에요.  도리님이 온다고 저 아이스크림을 4박스나 사 뒀지요 (세을을 하길래 그만.. 충동적으로..).  그래서. 하루 걸러 하루.. 항상 디저트로 저 매그넘을 먹었습니다.  도리님과 틴틴은 하나씩, 저는 한번에 두개씩..  아 나의 이 아이스크림 사랑 ㅠㅠ 

점심식사 후 저 매그넘을 후식으로 드신 후.. 우리의 도리님은 지루한 천국 괴팅엔으로 돌아갔어요.  

“안녕, 도리님!! 잘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지만.. 저는.. 휑~ 하게 집이 빈 느낌.. 괴팅엔에 갔다가 열흘 후면 다시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도리님을 올해는 당연하고 당분간 더 길게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잭과 놀다가 잭이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얼굴을 계단에 부딪혀 울어대자.. 저도 함께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어요.
“잭.. 아프지~ 어떡해.. ㅠㅠ 엉엉!!! 엄마도 오늘 너무 슬퍼!!!! 엉엉!”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잭은 신나게 놀다가 오후에 낮잠에 들었어요. 

15개월이 되어 엄청 잘 걷는 건 물론이고 뛰기까지 하는 잭이건만.. 뱃살, 볼살은 여전합니다.

목의 옷깃이 올라가서 더 뚱뚱해보이나 싶어 옷을 내려봅니다. 

옷을 내려주니 아이 고개가 돌아갔어요.  옷깃을 내리니 목은 드러났는데 배는 왜 더 나온 느낌이 드는 걸까요. ㅋㅋ  우리 귀염둥이~

아이가 오후 낮잠을 길게 자면 밤잠이 열한시 넘는 시간까지 늦춰지는 경향이 있어서, 이날은 오후 낮잠이 20분 되었을 때 과감히 아이를 깨우려고 안아들었습니다.  들어올려 안았는데도 정신없이 자던 잭.  이게 잭 12개월 전과 후에 아주 달라진 점이죠.  아기때는 건드리기만 해도 깨버리던 아이가, 이제는 이렇게 어지간히 들어올려도 잠이 깨질 않아요~  

들어올려 안았는데도 꿋꿋이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결국 아이를 안고 1층으로 내려와도 아이가 깨질 않아 문을 열고 가든까지 나가 찬바람을 쐬어주니 아이가 일어났어요.  그렇게 3-4시 사이에 20분 낮잠을 잔 잭은 저녁 9시에 잠이 들었습니다.

도리님이 돌아간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 잭 낮잠 밤잠 이야기로 끝이 나네요.

도리님이 돌아가던 날.  2019년 3월 11일.  그 날 우리가 함께 했던 모카포트 커피.  잭이 처음으로 바나나를 제 손에 직접 들고 먹던 날.  바로 그 날을 기억하기 위한 짧은 글을 여기서 마칩니다.

도리님, 잘가요~  전쟁터 (?!!!) 한국에서 멋지게 살아남아 언젠가 아침마당에서 만나요!

도리님이 저희집에 와서 뭘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지루한 천국 괴팅엔 블로그에서 도리님의 옥스퍼드 대모헝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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