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아기 저체온증으로 응급실을 다녀오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3. 9. 09: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소식이 뜸했죠?  저희 잭이 계속 아프고, 저도 잭에게 감기가 옮아 지겹도록 감기를 앓느라 블로그를 쓸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저의 이웃블로그 지루한 천국 괴팅엔의 도리님께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도리님의 박사 파티가 궁금하신 분들 링크를 클릭하세요!) 한국 귀국 전 저희집을 방문하여 집에 손님까지 함께 있다 보니 더더욱 개인 시간이 나질 않았네요.  
저희는 도리님이 영국에 오시던 바로 그 목요일 새벽 (2월 28일) 2시20분부터 옥스퍼드 대학병원인 존 래드클리프 병원 (JR이라 불리는) 어린이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감기에 중이염을 앓던 잭이 항생제를 5일간 복용 (2월 15일에서 19일) 하고 열이 좀 내렸다가 그 주 주말부터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40도에 이르는 고열이 나서 며칠간 해열제를 복용했어요.  2월 23일 토요일 밤부터 일, 월, 화요일 정도까지 해열제를 먹인 것 같아요.  수요일 아침이 되니 열이 좀 잡혀서 그날은 낮에 내내 약을 먹이지 않다가 저녁이 되니 또 열이 38도가 넘어 6시에 해열제를 한번 먹이고, 잠 들기 전 9시 반경에 마지막 해열제를 먹였지요.  
그리고 나서.. 밤에 잠을 자는데 애가 너무 울어대서 밤 12시 37분쯤 잠에서 깬 저는 틴틴과 교대를 하려고 틴틴에게 침실에 가서 자라 하고 제가 계속해서 울고 있는 잭 옆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아이를 슬쩍 만져보는데 아이의 손도 차고, 머리도 차고, 혹시나 해서 배와 등을 만져보니 아이 온 몸이 차면서 온기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깜짝 놀라 틴틴에게 체온계를 가져오라 하고, 저는 계속해서 우는 아이를 들어안아 올려 달래보려고 하는데 도무지 아이가 달래지지 않고 죽어라고 울어대는 겁니다. 
아이의 체온을 재니 35.1도!!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다시 재어보고 다시 재어봐도 35.2도에서 35.1도를 왔다 갔가 했습니다.  아이는 죽어라고 울어대고, 저는 깜짝 놀라 울면서 한국에 있는 저희 언니들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며, 저는 아무리해도 달래지지 않는 아이를 달래고 아이 체온을 올려보려고 한밤중에 웃통을 벗고 아이를 제 품에 꼬옥 안아주는데, 그래도 아이는 버둥거리며 울며 제 몸에서 벗어나려 하고,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해서 울어댔어요.  
이렇게 울어대는 아이의 체온을 재니 34.8까지 떨어져있었어요.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아이가 제품에 안긴채로 이렇게 울어대는데도 몸이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고 체온이 더 떨어지다니요..
그 때 남편은 응급전화 111로 전화해서 아이에 대한 의료상담을 받고, 저희 케이스를 접수한 접수원은 야간 당직 중인 GP (영국 가정의) 와 통화를 연결해줬습니다.  저희와 통화한 GP는 이 나이 (14개월)의 아이가 이런 체온인 것은 위험하다고 당장 엠뷸런스를 보내줄테니 그걸 타고 병원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얼마 뒤, 엠뷸런스 팀에서 저희에게 확인 전화가 왔고 곧 이어 구급차가 집 앞에 도착했어요.  저희는 아이 옷을 입히고, 대충 채비를 해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저희가 간 병원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인 옥스퍼드대학병원 응급실.

구급차에 타니 아이가 새로운 환경이 신기한지 두리번 두리번.. 하지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아이 표정이 내내 안 좋았어요.  그래도 울지 않고 병원까지 잘 왔어요.  이날 저희를 데리러 온 paramedic (구급의료대원) 은 두 명이 모두 여자였던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새벽 2시 20분쯤이었던 것 같아요.  소아응급실로 안내받은 저희는 놀이실에 들어가서 무한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소아응급실 아기 놀이실.

아마 한시간쯤 대기한 후에야 간호사를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설명하고, 그 뒤에 다시 한시간쯤 대기한 후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기 중에 지쳐 잠든 아이.. 포대기도 없이 아이를 제 등에 업어서 병원에서 왔다갔다 하며 겨우 재웠습니다.  아래 사진은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돌아와서 지쳐 있는 틴틴과 잭. 

저희 선우는 체온 자체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전에 약 한달간 내내 아팠던 것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 소변검사 (요도감염 의심), 엑스레이 (폐렴), 피검사 (기타 질병)를 해보자고 하셨어요.   먼저 소변을 받아서 소변검사를 보내고 (아이 소변 받으려고 기저귀 벗겨뒀다가 제 신발과 남편 바지는 오줌범벅이 ㅎㅎㅎ), 엑스레이 찍으러 가서 아이를 눕혀서 가슴 엑스레이를 찍느라 생쇼를 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무시무시했던 피검사를 했지요.  

아이 손에 적외선이 나오는 기구를 들고 와서 아이의 어느 손등이 핏줄이 더 좋은지 확인한 후 손등에 마취크림을 바르고, 또 대기..  적어도 45분은 기다려야 마취가 좀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정말정말 위중한 아이 환자가 오는 바람에 모든 의료진이 그리로 쏠려서 저희 대기시간은 더더욱 길어졌습니다.  정말.. 아픈 아이라서 제 마음이 다 무겁고..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ㅠ 

저희는 새벽 6시가 넘어서야 피 검사를 겨우 했어요.  아이 손등에 바늘을 꽂으려는데 아이는 꽂지 않으려고 울며 발버둥.. 의사와 간호사가 아이를 붙잡고 손등에 바늘을 꽂은 후 피를 뽑아내고, 아이는 버둥버둥.. 제 품에서 울고 불고.. 몸을 뒤틀고... 아주 힘들게 피를 뽑고 나니,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서로 눈빛교환을 하는 거 있죠. “얘 장난아니네 정말~” 하는 눈빛!  저랑 남편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여러번 건넸습니다.  피검사를 하면서 울다가 겨우 잠든 잭.. 

혹시라도 아이에게 링거를 놓아야 할 수 있다고, 아이 피를 뽑느라 손등에 삽입한 관은 빼지 않고 둔다고 하셨어요.  그 바람에 저희 잭은 손에 튜브관을 꽂고, 그 관을 못 움직이도록 손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칭칭.. 아이는 불편하고 아파서 얼마나 울어대든지.. 

밤새 몸도 아픈데 이것 저것 검사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니.. 아이도 제정신이 아니고 저랑 틴틴도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다행히 소변검사 정상, 엑스레이도 정상.. 그러나 아침 8시가 다 되어 가도록 저희는 피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진단대기실로 옮겨 아이 피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이 되도록 저희 아이 체온은 35.5도.  체온이 34.8도로 떨어진 후 약 7-8시간이나 지난데다가, 병원에서 아이를 따뜻하게 엄청 감싸뒀는데도 체온이 오르질 않았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혹시나 하여 겨드랑이에 넣고 체온 재는 체온계로 측정을 했는데도 여전히 35.5도.  좀 희안한 경우라고,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혹시라도 이 아이의 베이스 체온이 낮을 경우에도 왜 그런지 검사를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대기하던 사이.. 저희는 다른 병실로 옮겨졌고, 야간 당직들은 모두 퇴근하고 아침 정규 의료팀이 출근.. 

새로운 놀이실에서 대기 중인 틴틴과 잭.  그 와중에.. 티비에 정신팔린 틴틴. ㅎㅎㅎ

다행히 9시가 넘어가면서 아이 몸에 온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그제야 걱정을 한시름 놓은 저와 틴틴은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소아병동 놀이실에 아이를 뉘어둔 후 그 옆에서 의자에 앉아 아주 잠시 꿀잠을 잤더랬지요. 
저희는 그날 출근한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 아이 피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적혈구 수치가 좀 낮은데, 그 외에는 일단 모두 정상이라고.  귀에 중이염 아직 있고, 목에 편도 부었는데, 그 외에는 문제는 특별히 못 찾겠다고.  아마 이런 경우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이니, 어떤 바이러스인지 알아보기 위해 아이 코 점액을 채취하여 바이러스를 확인해보도록 하겠다고.  그게 저희가 들은 모든 이야기였어요. 

체온이 올라오면서 잭도 좀 더 살만해졌는지 놀이실에서 돌아다니며 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의료진과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오전 11시.  저희는 그제야 집으로 출발해서 11시 반이 조금 못 되어 집에 도착했고, 틴틴은 저와 잭을 집에 내려준 후 그 길로 바로 회사로 향했습니다.  저도 저지만, 틴틴도.. 그 상태로 출근을 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그날 오후 저희 집에 도착한 도리님은 저희의 처참한 꼴을 보고 저희를 매우 불쌍해했어요.  
“아~ 너무 불쌍해~ 어떡해요… ㅠㅠ”
신기하게도 잭은 도리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전혀 낯가림 없이 도리님에게 다가섰어요.  그 덕에 저는 도리님과 함께 잭을 보니 훨씬 수월하고 즐거웠어요.  희안하게도 도리님은 늘 저희 가족의 위기의 상황마다 저희와 영국에서 함께 하고 있어요.  전생에 도리님과 어떤 인연이 있었으려나.. 도리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아서 정말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보니, 저희처럼 아기가 고열에 시달리다 저체온증을 겪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제 주변에서도 케임브리지 J 네도 비슷한 일을 겪었구요.  일부는 진통제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해요.  파라시트몰 (타이레놀과 같은 약 성분의 약)은 열이 있을 때도 먹이지만, 열이 없을 때도 - 대표적으로 치통 - 먹이는 약인데, 그걸 먹는다고 아이들이 저체온으로 떨어지지는 않으니까요.  아이들은 몸이 약하고 정상체온을 유지하는 기능도 아직은 좀 떨어지나봐요.  아이가 걷고, 뛰고, 소리도 잘 지르고, 밥도 어른밥처럼 먹고 하니 우리 애 이제 많이 컸다 싶었는데.. 이럴 때 보면.. 아직 애는 애구나.. 15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내가 너무 더 큰 형님 취급하면 안 된다 다짐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체온증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려드리자면..
아이를 따뜻하게 잘 감싸 주세요.  저희는 집에서 제가 안고 있으려 해도 안겨있지 않으려 하며 울고 불고 난리를 쳤는데, 병원에서 아이가 잠들었을 때 아이 점퍼, 제 코트, 남편 코트 다 동원하여 아이를 따뜻하게 덮어줬더니.. 오래 걸리긴 했지만 9시간이 지난 끝에 체온이 36도 이상으로 올라왔어요. 
따뜻한 물을 먹여라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했는데.. 저희는 먹여보려 해도 아이가 먹지 않으려 해서 따뜻한 물은 못 먹였어요. 

아이가 건강한 상태였으면 몰라도 저희처럼 장시간 (저희는 근 한달을) 몸이 좋지 않고 아팠던 아이라면.. 되도록 의료진에 문의하여 전문가의 소견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 되면..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