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틴틴에게 점심을 싸주며 생긴 일

옥포동 몽실언니 2019. 3. 2. 20:26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는 2주 전.. 그러니까 잭의 상태가 아주 악화되기 전이네요.  그 주에는 매일 틴틴의 점심 도시락을 싸는 이벤트 아닌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틴틴에게 굉장한 시혜를 베푼 것이지요! ㅋㅋ)  잭이 오랫동안 감기를 앓으니, 틴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점심이라도 잘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아주 오랫만에 받아보는 점심 도시락에 틴틴은 신이 났어요.  

점심 도시락이 준비됐다 함은, 점심 시간에 집에 오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뜻하며, 그 시간에 틴틴은 주로 회사 바로 앞의 gym에서 30분간 운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 빠르게 점심을 먹어요.  점심이라 해봤자 흰 쌀밥에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것이지만, 샌드위치보다 백배 낫다며 아주 좋아하지요. 

너무 오랫만에 도시락을 받아 기분이 좋았던 틴틴.  

“몽실, 고마워!! (점심에 운동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도시락까지 챙겨줘서)”
“응, 틴틴, 일 잘 하고, 잘 다녀와!”

틴틴을 보내고 잠시 뒤 현관을 보니.. 헐 ㅋㅋㅋ  도시락에 신이 나서 점심가방을 챙겨간 틴틴이.. 자기 책가방을 두고 갔습니다!!  

현관 앞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틴틴의 책가방. 

이날 저는 제 유축기를 Y에게 빌려주기로 한터라 유축기 소포를 남편에게 함께 보냈는데 (회사에서 편지/소포를 우체국에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거든요), 그날 틴틴은 유축기와 점심만 쇼핑백에 담아서 덜렁덜렁 회사로 갔다는.. ㅋㅋ

틴틴의 가방을 발견한 저는 재빨리 틴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묵묵부답. 
그리고 몇분 후 틴틴에게 전화가 왔는데 저는 잭을 재우느라 받지 못했어요.  

잭을 재우고 돌아와보니 카톡이 와 있었어요. 

“나 가방 놓고 왔네.  안경이랑 회사에 다 있어서 괜찮아. 걱정 하지 마."

문자를 보고 저는 바로 틴틴에게 전화를 했죠.

“아하하하하! 틴틴, 나 정말.. 너무 웃음 나서 죽는 줄 알았어! 어떻게 가방을 놓고 가~~ ㅋㅋㅋㅋ 오늘 점심이랑 유축기만 들고 회사 간 거야?  ㅋㅋㅋ”

“아, 그러게 말이야! 나 회사 다 와서야 가방 놓고 온 거 알았잖아!”

이게 그렇게 웃음이 나는 이유는.. 틴틴은 저 가방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진이 나든, 전쟁이 나든, 집에 불이 나든, 항상 저 가방만 챙기면 되도록 저 가방 안에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다 챙겨 들고 다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가방을 도시락을 챙기느라 놓고 가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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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다음날도 전날 남은 음식으로 틴틴에게 도시락을 싸줬습니다.  요즘은 틴틴 점심을 싸주려고 전날 저녁이면 일부러 다음날 점심으로도 싸줄만한 음식을 요리하는 편이에요.  

이틀 연속으로 준비된 도시락에 틴틴은 또 감동.  (먹을 것에 약한 틴틴!)

그리고 그날은 전날처럼 책가방을 잊지 않겠노라 신경을 쓴 모양입니다.

틴틴이 떠나고 난 자리.. 바로 그곳에는 바로.. 도시락가방이 덩그라니 남아있었습니다!!!!

잭이 자꾸만 아빠 도시락 가방에서 아빠 간식을 꺼내오는 탓에 잭이 건들지 못하도록 열쇠 걸어두는 고리에 도시락 가방을 걸어뒀는데, 틴틴이 그걸 못 보고 두고 갔나봐요.  전날은 책가방을 놓고 가고, 다음날은 도시락가방을 놓고 갔네요.

틴틴은 그냥 집에 와서 그 점심을 먹겠다고 하는데, 저는 잭과 산책도 할겸, 도시락을 회사로 갖고 갔습니다. 

아침 미팅 시간이라 그런지 틴틴은 전화를 받지 않아 저는 리셉션에 도시락을 맡겨뒀죠. 

틴틴은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니 회사 이메일에 리셉션 직원이 "Your lunchbox is here" 이라고 메세지를 보내줬다고 하네요.  친절한 리셉셔니스트!

이번주 내내 점심도시락과 함께 운동을 하며 점심시간을 보낸 틴틴은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은 운동을 쉬었다고 하네요)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조금 회복되어 저녁에 더 즐거운 상태로 육아에 임했다고 합니다. ^^ 그 덕에 몽실언니도 저녁 휴식 시간을 조금 가질 수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