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단상] 빨래, 보살핌의 대물림.

옥포동 몽실언니 2019. 2. 28. 01:15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하루에 나오는 빨래양이 엄청나다.  그나마 빨래가 좀 줄었던 기간은 아이 8-9개월쯤이었으려나.  이제는 빨래가 하루에 한번, 혹은 이틀에 한번 할 수도 있겠구나 했는데, 아이가 걸어다니기 시작하고, 자기 숟갈로 자기가 밥을 먹으려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빨래양이 다시금 엄청나게 늘어났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뭐가 힘드냐고..한다면 님은 “살잘못” 살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 빨래야 세탁기가 하지만, 엄청난 양의 빨래를 일일이 널고, 다시 일일이 개고, 각각의 서랍장에 다시 챙겨 넣는 것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성가신 일인지 모른다.

며칠전, 잭과 틴틴이 아직 자고 있던 아침에 먼저 일어나 하나, 둘, 개도 개도 끝이 없던 빨래. 이거라도 개어서 잠시라도 빨래대를 치워야 잭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늘고, 우리 부부도 숨통이 조금 트이니, 귀찮고 힘들어도 빨래를 개어야 한다 생각하며 하염없이 빨래를 개고 있노라니..

“우리 엄마는 우리 넷을 키우면서 그 많은 빨래를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의 빨래를 정성스레 해주던 엄마와, 그런 엄마의 빨래노동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엄마가 빨래를 널거나, 걷어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면 늘 “네~” 하고 하긴 했지만 항상 마음 속으로는 귀찮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빨래를 개는데, 여전히 남은 빨래가 많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이 생활이 그저 2-3년안에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잭이 열살이 되고, 열다섯살이 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는..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생각하니 “하아...”  더더욱 답답해졌다.  시간이 더 지나면 빨래의 양은 줄어들지 몰라도, 빨랫대에 널린 옷들의 크기는 커지겠지.  남자 아이니 운동도 하고 땀도 많이 흘리면 빨래가 지금보다 오히려 많을 수도 있겠다.

물론 아이도 빨래를 도울 것이고, 틴틴은 더더욱 돕겠지만, 내가 풀타임 일자리를 갖고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집안일의 상당부분은 내 전담이 될테니.. 앞으로 나는 적어도 이십년은 이렇게 빨래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대학을 가느라 집을 떠나기 전 스무살까지는 엄마가 해주는 빨래의 덕을 보며 살다가, 싱글로 사는 성인기 동안 잠시나마 “자신만의 빨래만 하면 되는” 특권을 누리다가, 결혼하고 나면 자식의 빨래를 수십년 책임져야 하는, 그것이 인생이구나 싶었다.

수십년 빨래를 얻어받아입다가, 그 빨래를 내 자식을 위해 고스란히 해 바치며 사는 것, “빨래”는 노동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아이와 가족을 보살피는 “보살핌”의 행동이다.  내가 빨래를 하는 것이 보살림의 되갚음으라 생각하니 빨래가 귀찮고 하기 싫은 마음이 꽤 사그라들었다.  당연히 받던 것을 아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 갚아주는 것, 되물려 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응당 나의 할 일, 나의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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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해도 빨래를 한창 널고 있는데 아이가 모두 걷어버리거나, 빨래를 힘들게 개어놓은 것을 아이가 흐트려버리면.. 화가 불끈 올라오긴 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