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아직도 너를 잘 알지 못해 미안하구나

옥포동 몽실언니 2019. 2. 19. 23:52
어느새 14개월하고도 열흘이나 된 잭. 

참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 저는 아직 아이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아이는 나름대로 저에게 의사표현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저는 어떤 건 이해가 되다가도, 어떤 건 도무지 몰라서 아이도 울고, 저도 괴로워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됩니다.  

가만히 보면 이런 상황 대부분은 아이가 졸릴 때 일어나는 일인데, 저희 잭은 잠과 싸우는 힘이 무지 강한 아이라서 어지간히 잠이 와서는 잠을 버텨가며 계속해서 놀려고 하지 절대 쉽게 자지 않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아이를 재워보려고 업어도 보고, 안아서 달래도 보고, 업고 콩콩 뛰어도 보고, 별 짓을 다해 보는데, 아이는 낑낑 대며 짜증만 부려요. ㅠㅠ 

그럼 저는 '내가 뭘 잘못 했나, 내가 아이의 싸인을 잘 못 이해하나.. 왜 나는 아이가 졸릴 때 제때 제대로 재우지 못하나', 온갖 자책감이 올라와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동시에 내내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는 네다섯번쯤 소리도 질러보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항상 심호흡을 하며 냉정하려고 노력하는 힘이 조금 더 강한 거 같은데, 내가 얼마나 더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올라올 때도 자주 있지요.

블로그에는 늘 즐거운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 공유하고 싶은 정보들을 올리게 되다 보니 저의 이런 고충은 드러날 일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 사진 속처럼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육아한다면.. 그건.. 그림 속 동화같은 이야기겠죠.  실상은 이렇게 아이와 속으로 다투고, 아이가 울면 아이에게 짜증도 났다가, 그랬다가도 결국은 아이 마음을 다 읽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끝이 납니다.

블로그에 쓴 것처럼 저희 아이는 요즘 야행성이 되어 어제는 급기야 밤 11시 30분에야 잠들었대요.  저는 11시 10분까지 시계를 본 뒤 정신을 잃고 잠에 들어버려서 잭의 취침시간을 아침에 틴틴을 통해서야 들었어요.  신기록..  와.. 정말 대단한 아이입니다.  

잭은 오늘 아침 9시에 일어나더니 잠이 부족했는지 11시부터 졸려서 징징 거리고,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제 손을 끌고 다니며 자꾸만 짜증을 부리며 울어대서 업어줬는데, 업혀서도 내내 목 놓아 우는 통에.. 잠시 이성의 끝을 놓을 뻔 했지 뭡니까. 

안 되겠다 싶어 특단의 조치로 아이가 좋아하는 “외출”을 시도했어요.  집 뒷 마당 가든으로요.  아이 양말을 신기고, 외투를 가져오자 마자, 가든에 나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잭.  

“그래, 너 놀고 싶은대로 실컷 놀아라~ 너의 낮잠에 대한 기대를 엄마는 모두 버렸다.” 

저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와 가든에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는 자갈을 집어던지고, 이끼를 손으로 만지고, 나뭇가지를 잡아당기고, 바닥에 떨어진 잎을 줍고, 손으로 흙장난을 치고..  이런 야생 놀이에 익숙치 않은 엄마는 땅에 돌맹이도 맨손으로 만지기가 꺼려지는데, 아이 때문에 저까지 자연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돌과 흙을 맨손으로 이렇게 많이 만져보기가.. 제 기억으로는 태어나서 처음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지요.  

아래 사진 속 바닥에 돌들은 잭이 모두 던진 것들입니다. ㅎㅎㅎㅎ

그렇게 한차례 놀고 들어오니 12시 20분.  밖은 꽤 쌀쌀하고 바람도 많았는데 너무 오래 밖에 있어서 아이에게 과일을 조금 먹이고 바로 목욕을 시켰어요.  집에서 나가기 전에 아이에게 주려고 배를 깎아뒀는데, 나가기 전에는 입에 넣어줘도 뱉어내며 울기만 하던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배도 꽤나 고파졌는지 배를 보자마자 더러운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흡입하려고 했어요.  깎아둔 배를 모두 먹이고, 우유를 한컵 데워 욕실 올라가는 길에 먹이며, 욕실에 가서 목욕 준비.  그리고 또 한참 신나게 목욕하며 물놀이. 

이제 아이는 너무 졸려서 기대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놀아보겠다고 이 장난감 만지고, 저 장난감 만지고, 저를 끌고 이리 가고 저리 갑니다.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와중에도 부엌에 와서 아침에 끓여둔 된장국에 밥 한주걱을 얼른 말아 아이를 쫓아다니며 먹이기 시작했어요 (1시 30분).  아이가 “졸리면서 배고픈 때”가 저희에게는 가장 위급한 순간인데, 이 때는 하이체어에 앉혀서 밥을 먹이면 음식과 수저, 그릇 모두를 내던져버리는 통에 아이가 졸려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쫒아다니며 밥을 먹입니다.

한주걱 가득 푼 밥을 아이가 다 먹네요.  요즘 애가 꽤 잘 먹습니다.  한국에 체중관리하는 성인 여성의 밥양 정도라고나 할까요?! ㅋ 애들이 얼마나 먹는 게 적정량인지 모르겠으나, 잭은.. 그 정도의 밥을 하루에 3-4회 먹는 것 같아요.  보통 아침에는 좀 적게 먹는데, 오후와 저녁에는 제법 많이 먹어요. 

아무튼 그렇게 밥을 먹이고, 조금 더 데리고 놀고 나서, 아이를 등에 업었더니, 또 내려가겠다고 발버둥치고 울고... 하기를 2-3분.  노래를 부르며 계속 진정시켰더니 결국 바로 잠이 들었어요.  

아이방에 내려놓고 목욕 후 채 입히지 못한 바지를 입혔습니다.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바지를 입히는데도 아이가 완전히 정신줄을 놓고 잠든 상태로 꿈쩍도 않고 자네요.  

“휴우.. 이러고 잘 거면서.. 뭘 그렇게 버텼어..”

곤히 잠든 아이를 보니.. 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요.  이렇게 이쁜데, 왜 나는 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는가.. 나는 너무 부족한 엄마가 아닌가, 겨우 14개월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14년도 넘게... 20년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나는 아이를 제대로 잘 키울 수 있을까..  별에 별 생각이 다 올라오죠. 

그리고는 마치 기록병에 걸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이 소중한 아이 낮잠 시간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엄마가 아직도 너를 잘 알지 못해 미안하구나..' 하면서요.

그래도 오랫만에 아이 없이 낮 시간에 차를 마시니.. 정말.. 차 맛은 꿀맛입니다.  아이가 낮잠 자는 중에 차를 마셔보기가 정말.. 몇달 만에 처음인 것 같거든요.  

휴우..평소에는 늘 밝은 이야기만 쓰지만 영국 몽실언니의 육아현실은 바로 이런 모습이랍니다.  에너지 넘치고 자기 표현 넘치는 14개월 잭을 감당하지 못해 혼자 버거워하며 골골대는 서툰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