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4개월, 야행성이 되어버린 우리 아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9. 2. 19. 17:13
잭은 요즘 완전 야행성 아기로 돌변하여 예전에는 7-8시면 자던 아이가 밤 11시는 넘어야 잠을 잡니다. 

저는 너무 졸린 탓에 밤 11시가 좀 넘으면 정신을 잃고 잠들고, 자다 보면 틴틴이 잭을 제 옆에 재워둔 상태고.. 늘 그런 식입니다.  

어젯밤에 정신을 잃고 자다가 저는 아침 5시반에 잠이 깨서 부엌으로 내려와 아이 밥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연어, 그린빈, 두부된장국, 감자볶음.  아침에는 연어를 먹이고, 오후에는 간단히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일까 싶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잘 때 일어나서 아이 밥을 준비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저희 잭은 아픈데도 불구하고 어쩜 에너지가 그렇게나 넘치는지.. 하루종일 제 손을 끌고다니며 함께 놀고 싶어해서 아이를 보면서 밥을 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아이에게 신경 쓰면서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고.. 하다 보니 정신도 없고, 혹여라도 아이에게 뜨거운 음식이 닿거나, 제가 칼을 놓치기라도 해서 아이가 다치거나 할까봐 마음도 많이 불안하구요.  또 아이가 놀아달라고 징징거리는데 요리를 하다보면 저도 정신이 없어서 매일 뭘 해서 밥을 먹이나 생각도 잘 나질 않았어요.  

그래서 어제는 마음먹고 집에 장 봐둔 재료로 대충 한주간 어떤 메뉴를 먹일지 생각을 좀 정리한 뒤 잠을 잤어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아이 식사일기를 쓰기도 했구요.  

사실 ‘식사일기’라 해봐야 별 것 없이 '몇시에 뭐 먹고, 몇시에 뭘 어느정도 먹었다' 이게 전부입니다.  케임브리지에 사는 J가 항상 식사일기를 쓴다고 했는데, 저는 그럴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고 정신도 없어서 식사일기를 쓸 생각도 못 했어요.  그냥 하루하루 닥치는대로 만들어 먹이기 바빴지요.  그러다 보니 어제는 뭘 먹였는지, 오늘은 뭘 먹일지, 다음주는 뭘 먹여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고 정리도 잘 되지 않는 거예요.  게다가 이유식을 먹인지 한참이나 되었는데도 아직 우리 아이가 뭘 잘 먹고, 뭘 잘 안 먹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잘 파악이 되지 않고.. 그래서 저도 이제는 좀 적어야겠다 싶어 어제 저녁에 아빠와 잭이 노는 틈을 타서 노트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한주간 잭에게 뭘 먹일지, 대충 메뉴 선정도 해두고, 그것과 함께 저희 부부는 뭘 먹을지도 좀 정리했구요.  잭에게는 늘 간이 덜 되고 맵지 않은 음식만 해줘야 하다 보니 가끔 매운 것이 먹고 싶어 저랑 틴틴은 주말에 김치찌개를 해먹었고, 이번 주에는 매운 음식으로 제육볶음을 해 먹을 생각입니다.  ^^

그렇게 메뉴라도 정하고 나니 아침이 되니 맘이 편했어요.  정해진 메뉴를 얼른 준비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이가 야행성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는데, 아이 뭘 먹을지 이야기만 하다 마네요.  그럴 수는 없지요!

저희 잭이 야행성이 된 것은 아이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오후 낮잠이 추가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침부터 열심히 놀다 보면 늘 점심 때 아이가 낮잠을 자는데, 점심에 일어나고 나서 오후 4-5시면 또 엄청 졸려해요.  그 때 재우지 않으면 아이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 조금이라도 재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때 조금이라도 자면 아이가 밤 11시가 되도록 잠을 안 자더라구요. 

오늘은 처음으로 새벽에 저 혼자 일어나 밥을 준비하며, 핸즈프리로 한국에 있는 작은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고민상담을 했습니다.  이 아이를 어찌 해야 하냐구요.  

언니는 오후 낮잠을 안 재우거나 해야 하지 않겠냐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고, 아이가 울면서 짜증 부리며 노는 통에 눈에는 눈물이 젖은 상태로 이상한 짓 (말도 안 되게 작은 상자에 들어가려고 하고, 그게 안 되니 또 울고 ㅠㅠ)을 하며 상태가 좋지 않다고, 오후 5시에 딱 25분만 자고 일어나도 밤 11시까지 애가 안 잔다.. 등의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언니가 내려준 결론은..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중에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부모는 별로 없다..  어쩔 수 없다.  그러니 힘들겠지만 견디고 버텨라.  언제가 또 다른 시간이 찾아온다. 

는 이야기를 듣고 통화 종료.  

그래도.. 오후 낮잠을 좀 더 줄여서 15분-20분 정도로 더 짧게 해서 아이가 잠시 졸고 일어나도록 하는 쪽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아이가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으니 저도 틴틴도 자기 시간이 너무 없어서 정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거든요. 

저는 이제 열심히 밥 준비를 마치고도 운 좋게 시간이 이렇게 나서 블로그에 폭풍 업데이트도 했네요.  이제는 아침 샤워를 하고 틴틴 간식을 좀 챙겨줘야겠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니 그래도 밥도 하고, 틴틴 간식도 챙겨줄 수 있고 여유롭고 좋습니다 (아직까지는 ^^;;).  잭이 깨서 한참 신이 나서 놀려고 할 때 쯤이면 저도 졸음이 쏟아지겠죠?!  그래도 잭이 낮잠 잘 때 함께 자며 버티면 되니..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니 몸은 고되지만 힘은 솟는 것 같아요!

모두들 남은 한주 잘 보내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저는 또 다른 이야기로 내일이든, 모레든, 돌아옵니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잭, 틴틴, 잘 부탁해요!!)

(사진: 2019년 2월 7일.. 낮잠자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