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청소기가 화장실로 간 사연은..?

옥포동 몽실언니 2019. 3. 21. 09: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저희집 1층 화장실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청소기가 두대 놓여져 있어요.  결혼하면서 산 빨간색 밀레 청소기와, 이번 겨울 틴틴이 큰 맘 먹고 장만한 다이슨 무선청소기지요. 

며칠전부터 청소기 두대 모두를 화장실에 보관하기 시작했어요.  왜냐구요?  잭의 청소기 집착이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저희 잭의 청소기 사랑은 제 블로그를 봐 오신 분들이라면 모두들 아실텐데요.  처음에는 청소기를 잡고 서고, 청소기의 여러 단추를 궁금해하고, 눌러보고, 청소기를 신기하게 여기는 잭의 모습이 귀여웠어요.  그리고, 아이가 청소기 옆에 붙어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니 그것도 편했구요. 

그러나 아이가 점점 커가기 시작하면서, 청소기를 본인이 직접 밀고 싶어하고, 본인이 직접 작동하고 싶어하고, 본인이 직접 청소기의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어하자 점점 감당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일단.. 청소기가 무겁다 보니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청소기를 부러뜨릴 만한 위험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그 두 상황을 피하려고 청소기의 봉 (가운데 연결하는 기둥같은 봉)을 없앤 채로 청소기를 사용하니 제 허리는 허리대로 아프고, 아이는 아이대로 계속해서 청소기만 갖고 놀려고 해서요..

나름 청소기를 이곳 저곳 숨긴다고 숨겨봤지만, 한번만 청소기 둔 곳을 보고 나면 아이가 귀신같이 청소기를 찾아내서 그것도 다 소용이 없어서 이번에는 제대로 맘 먹고 아이 몰래 화장실에 청소기를 숨긴 후, 저 화장실은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가끔 너무 급할 때 사용하더라도 아이가 화장실 안을 못 보게 살짝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오고 있지요. 

저희 아이는 왜 이렇게 청소기를 좋아할까요?! ㅠㅠ 

일단..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난주 틴틴이 올 해  처음으로 가든 잔디를 미는데, 잔디깎는 기계의 모터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틴틴이 잔디를 깎는 모습을 보면서 잭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가든쪽 유리창에 딱 붙어있더라구요.  

그리고, 단추를 누르면 반응이 나오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고, 
엄마가 청소기를 자주 쓰니까 또 좋아하는 것 같고,
뭔가 떨어져 있던 것이 청소기를 밀면 사라지니까 그것도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고.. 
여러 이유가 있겠죠..

저희 잭은 청소기를 이렇게나 좋아하다 보니 청소기 다루는 능력이 엄청나게 증가해서

이제는 청소기를 돌리기 전에 케이블을 벽에 꽂으려고 하고, 전원 버튼도 손바닥으로 ‘탁!’ 쳐서 스스로 누를 줄 알고, 청소기 등쪽에 있는 악세서리 헤드 보관함도 열줄 알아요.  

며칠 전에는 자기 먹으라고 준 간식을 바닥에 일부러 뿌리더니 청소기를 갖다 대며 흡입을 하려고 하는 거 있죠!  일부러 청소거리를 만들기까지 하는 경지에 이른거죠!

뿐만 아닙니다. 지난주에는 틴틴이 잭에게 우유를 줬는데, 일부러 우유를 거실 바닥에 뿌리더니 수건을 들고 와서 카펫에 난 우유자국을 따라서 닦아 내는 시늉 (제대로 닦지는 못하니 ㅋㅋ)을 하더랩니다.  


제가 아이 앞에서 너무 청소만 해서 아이가 이렇게 청소에 집착하나 싶고, 잭은 청소기가 눈에 띄면 그저 청소기만 갖고 놀려고 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청소기를 아주 단단히 숨겨버린 거죠. 

어제가 바로 청소기 숨긴 첫날.  그리고 오늘이 둘쨋날.  청소기가 없으니 낮에 아이 때문에 청소 하지도 않는데 청소기 돌아가는 소음이 날 일이 없어서 저는 그렇게나 세상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뭔가.. 허전해 하고, 청소기가 어디 없나 두리번 살피는 것 같은 때는 몇번 있었어요. ㅋㅋ 아무래도 매일같이 갖고 놀던 큼직한 놀잇감이 사라지니 뭔가 허전하긴 한 것 같았어요.  그러다 오늘은 좀 더 익숙해졌는지, 청소기 찾는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지요. 

청소기를 숨기니 확실히 이것 저것 다른 놀이도 많이 하고, 숨바꼭질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청소기를 숨긴 댓가로, 저는 틴틴이 잭을 데리고 목욕을 할 때 재빠른 속도로 1층 거실과 부엌 공간을 청소해야 합니다.  휘휘휘~~~ 빠르게 돌려야 해요!  지난주, 제가 아이 앞에서 너무 매일같이 청소를 하나, 그리고 그래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청소기에 집착하나, 싶어서 사나흘 정도 거실 청소기 미는 것을 빼먹었더니 아니 글쎄, 저희 집 거실에 개미가 나타난 거예요!!!!  그래서 당장 개미약을 사서 개미약을 설치하고, 청소는 아이 목욕 시간에 재빠르게 ‘도둑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별에 별 일이 다 있네요.  

저희는 1층 화장실에 있는 청소기를 언제까지 잭에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부디.. 지금같이 조용한 날들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