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접어들면서 PMS 라 불리는 생리전증후군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저는 ‘생리전증후군’이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영국에서 살면서 제 몸과 기분을 가만히 생리 전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 혹은 보름까지 기분이 매우 다운되고, 그러다 보니 단 것이 몹시 당기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이런 게 바로 ‘생리전증후군’이구나 하고 깨닫게되었지요.
그 길고 지루하던 박사논문이 끝나자 세상 살 판 날 것 같았던 저는 바쁘게 결혼준비를 하고, 결혼을 하고, 곧바로 임신을 하면서 생리가 멈췄습니다. 2017년 2월 생리가 마지막 생리였고, 그리고 2019년 3월이 되어 출산 후 첫 생리를 시작했지요. 그 2년의 시간동안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한 우울감과 괴로움은 있었어도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한 감정기복은 없어서 참 편했는데, 다시금 생리를 시작하면서 저는 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감정기복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분들보다.. 많이 예민한 편입니다. 몸 자체가 예민하게 타고 난 것 같아요. 가끔 저희 잭이 무언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내 자식이니 어련하려나..’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민하려고 예민한게 아니라 몸 자체가 예민하게 반응해서 그 반응대로 드러나고 표현할 뿐인 것이거든요.
어쨌든 이런 예민함 탓에 생리전증후군에도 저는 크게 반응하고 크게 느끼고, 그래서 많이 괴롭습니다. ㅠㅠ
출산 후 첫 생리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많이 기뻤습니다. 그 때는 도리님도 저희 집에 있던 때였지요.
“틴틴, 도리~ 나 생리 시작했어!! 오!!! 대박!! 생리하면서 이렇게 기뻐보기는 처음이네!”
“그래요? 왜 좋아요?”
“내 몸이 정상화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좀 더 가시적으로 내 몸이 ‘가임’상태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하하!”
네.. 저희는 둘째를 갖고 싶어요. 지금 이렇게 육아에 치이면서도 틴틴이나 저나 모두 둘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둘 다 집안에서 셋째라 그런지 외로움도 타는 편이고, 형제 자매 많은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또 잭이 워낙 귀엽다 보니 아이를 또 낳으면 이렇게 귀여운 애가 또 나온다고 생각하니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 좋았던 기분도 며칠만에 끝이 났습니다.
생리가 끝나고.. 도리님이 돌아가고.. 제 호르몬은 저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우울한 영국 생활인데 현재 거의 3주 반의 시간동안 해가 제대로 난 날은 딱 하루이고, 매일 흐리고 비오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니 외출도 힘들어서 집에만 있다 보니 더욱 다운됩니다. 게다가 잭은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밤이면 밤마다 기침을 해대니 외출이 더더욱 조심스러워요. 활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잭은 밖에 나가질 못하니 답답하고 심심해하고, 그러다 보니 저는 저대로 더 지치고, 저녁이면 진이 다 빠지고 기분도 우울한.. 그런 상태지요.
다음 생리가 시작되면 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요? 그 전에 영국 날씨나 좀 좋아져도 기분이 좋아질 거 같은데.. 오는 토요일까지는 계속 흐리답니다. 날이 흐려도 비만 오지 않으면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 놀릴 수 있을텐데.. 오늘도 나가려고 그렇게 눈치를 보는데 부슬부슬 비가 계속 내려서 틈만 나면 날씨를 살피다 비가 잠시 그치기 무섭게 잠시 아이와 공원에 다녀왔답니다.
여러분.. 호르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ㅠㅠ
세상 살이가 정말 쉽지가 않네요. 마음 같아서는 얼른 둘째 생겨서, 임신에 대한 불안감과 피로감을 가지는 게 매달 반복되는 이 감정의 기복을 감당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둘째가 빨리 갖고 싶은 마음도 크구요 ㅋ).
이후 나이가 좀 더 들어서 폐경.. 아니 요즘은 폐경이라 하지 않고 ‘완경’이라 부른다지요? 저도 완경을 하게 되면 호르몬 상태가 변하면서 이런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으려나요? 그때는 그때대로의 호르몬 변화로 또 몸이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자연스러운 노화.. ‘ageing’ 나이드는 과정일테니 이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을텐데.. 그게 그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 몸의 반응, 제 몸의 변화를 인지하고 인정하면서 감정기복에 단순히 종속되기 보다는 그 흐름과 함께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처럼 생리전증후군으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에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 함께 이 몸의 변화, 몸의 흐름을 거부하고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그 변화와 흐름을 지켜보고, 순응하고, 함께 하면서 그 괴로운 시기, PMS 시기를 넘겨보아요..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저도 차차 의식적으로 노력해봐야겠요.
다운되어 있는 저를 위해 애 써 주는 틴틴에게 고맙다는 인삿말을 남기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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