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생후 17개월,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하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26. 05:43

이번주는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다.  그 첫 이야기로  이 글에서는 소규모 가정어린이집 Childminder 대신 기관 어린이집인 Nursery 를 선택한 이유를 적어볼까 한다.  

3월 26일 St Mary's 어린이집 방문 

3월 말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아이 어린이집을 찾기 위해 소규모 가정어린이집 childminder 도 찾아보고, 동네에 있는 기관 어린이집에도 모두 방문 신청을 했었다.  기관 어린이집은 집에서 가장 먼 곳 한 곳 말고는 자리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고, 가정 어린이집조차 30분 거리 이내에는 자리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 널서리를 3월 말 처음으로 방문했고, 이런 저런 것들이 마음에 걸렸던 나머지 나는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인 차일드마인더에 보내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다. 


4월 8일 월요일, 차일드마인더 Jo의 집을 방문하다 

그러던 중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여자가 새로운 childminder 로 등록했다는 소식이 동네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왔고, 그 글을 보자 마자 그 여자 Jo 에게 연락하여 방문하러 다녀왔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가까워서 좋고, 여자도 친절한 듯했는데, 문제는 여기는 비용이 기관 어린이집과 동일했고,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돈이 오히려 더 비쌌다.  

현재 자리가 있는 어린이집은 Bright Horizons 체인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하루 (10시간)에 61파운드 (점심, 간식, 기저귀 모두 포함)인데, 이 childminder는 시간당 6파운드에, 간식 두번은 포함되나 점심과 기저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1.5파운드를 더 내면 점심도 제공가능하단다.  그래도 기저귀까지 싸서 보내야 하니 그걸 생각해도 똑같이 10시간을 보낼 경우 childminder 가 더 비싸진다.  

보통 우리 동네의 차일드마인더는 시간당 가장 저렴한 곳은 3.75파운드에, 보통 4.5파운드에서 좀 비싼 곳이 5파운드로 (점심, 간식, 기저귀 미포함), 종일반을 보낼 경우 하루 45파운드 수준인데, 새로 등록한 차일드마인더 Jo는 무엇 때문인지 차일드마인더 경력이 없는 초짜임에도 매우 비싼 값을 불렀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본인은 파트타임으로만 차일드마인더 일만 할 것이고, 아이를 너무 많이 받지도 않을 거란다.  차일드마인더는 5세 이하 아동은 최대 3명까지만 받을 수 있는데, 본인의 아이 둘이 모두 5세 이하라 우리 아이가 거기에 다니게 되면 본인 아이 둘에 우리 아이를 돌보게 된다.  5세 이하 아이를 한명밖에 받을 수 없으니 돈을 비싸게 받으려는 것인가..  거기서부터 뭔가 좀 깨림직했다.  거기에, 본인의 자녀들에 우리 아이만 껴 있게 되면 우리 아이만 남에 가정에 덩그라니 껴 있는 상태가 되니 그것도 아이에게 최고의 상황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이 차일드마인더가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 그런가 집에 놀잇감이 별로 없었다.  뒷 가든에 미끄럼틀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왠만한 차일드마인더는 모두 갖고 있다), 그것조차 없었다.  자잘한 장난감은 많이 있긴 했지만 우리 아이는 그런 작은 놀잇감들에 흥미를 크게 보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사실 이 곳을 고려한 이유는 집에서 가깝기도 했고, 유일하게 자리가 있는 곳이기도 했고, 가정 집이라서 아이가 편안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이 childminder가 미술 전공자라 내가 전혀 해 주지 못 하는 내용과 방식의 놀이나 경험을 아이에게 제공해줄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우리아이가 남에 가정에 혼자서만 ‘타인’으로 끼게 된다는 사실도 마음이 불편했고, 결국 다른 사람 집에 머무는 것이라 아이가 지겨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미술전공자라 미술활동을 다양하게 해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할 수 있는 활동에 제한이 많을 것이고, 그 모든 것에 더하여 단지 이것을 위해 돈을 이렇게나 더 내는 값어치가 있나 회의가 들었다. 

게다가 나는 화요일, 수요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Jo는 본인이 하고 있는 다른 일이 마침 화요일이라 화요일은 안 되니 다른 요일을 정해보라고 했다.  그 바람에 수요일, 목요일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나에게는 화,수가 최적인데,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St Mary’s 어린이집 재방문

결국 우리는 3월 26일 아이 12개월 예방접종 후 처음으로 방문했던 어린이집 Bright Horizons에서 운영하는 St Mary’s 어린이집을 재차 방문하기로 했다. 

차라리 아이가 여러 다른 어린이와 함께 섞여 있는 것이 편안할 것 같았고, 어린이집은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안정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기저귀나 점심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좋았다.  심지어 어린이집은 아침에 일찍 보내면 아침도 먹여준다.   그것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아이에게도 낫고, 우리 부부에게도 훨씬 편했다.  

처음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 곳이 우리가 가 본 어린이집으로는 처음이다 보니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말그대로 그저 “오케이”한 수준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는데, 막상 childminder 한 곳을 보고나니 이 돈에 이 정도 시설과 서비스면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연인지는 몰라도 재방문한 날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꽤 챙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선생님들도 나와 우리 잭을 보는 눈빛과 태도가 좀 더 친절했다.  그날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보내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계속해서 울어대는 아이를 선생님은 계속해서 1대1로 돌보며 아이를 달래주고 안아주며 아이를 챙기는 모습도 내 마음에 불안을 덜어줬다.  

그날 나는 어린이집 재방문 전에 이미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내겠노라 결심을 했다.  거기밖에는 선택사항이 없었고, 나는 이미 맡아둔 일 때문에 4월 중순에는 일을 시작해야 해서 평일 시간이 어떻게든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방문하러 가기 전 집에서 미리 registration form (등록서류) 을 모두 작성해갔다.  내 사인만 빼고.  사인은 어린이집 재방문 후 최종적으로 하기 위해서.  

어린이집을 둘러보고, 몇가지 더 궁금했던 점을 우리를 안내해준 관리자 Richard에게 더 질문한 후, registration form에 최종 사인을 해서 제출하고 왔다. 4월 마지막주부터 매주 화요일, 수요일 2회 보내는 것으로. 

주 2회에서 주 1회로 변경하다

신청서에 주 2회 보내겠다고 작성해서 제출하고는 그날 오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어린이집을 처음 가기 시작하면 아이가 엄청 자주 아플거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열이 38도가 넘어가게 되면 바로 집으로 전화와서 아이를 데려가라고 한다고 한다.  당연히 아이가 그 정도 열이 나면 세심한 관찰과 보살핌이 필요하니 당연한 조치다.  어쨌든 여러 아이들과 처음으로 섞여 지내다 보면 온갖 감기 바이러스에 다 걸리게 되고, 그래서 어린이집 빠지는 날이 자주 있을 거라고 했다.  

하루에 61파운드, 9만원이 넘는 어린이집을 빠진다고 생각하니 돈도 아깝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더 많이 가면 더 많이 갈 수록 더 아플거라 생각하니 앞도 감감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어린이집 매니저 Richard에게 전화해서 주1회 수요일로 변경가능하냐고 물었다.  다행히 가능하다고 한다.  수요일은 가장 인기가 많은 날이어서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화/수 모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시작하기로 한 것이어서 일단 인기 많은 수요일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럼 나중에 여유가 되면 화요일로 늘려서 화/수를 보내면 될테니까 말이다.  재정적인 부분 때문에 아마 화요일, 수요일 오전만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수요일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중요할 것 같아 그리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기로 한 결정이 잘 한 것인지, 수요일이 최선의 방안이 맞긴 한지 (수요일은 가장 바쁜 날, 즉 아이가 가장 많은 날이라 선생님들도 가장 바쁘고 정신이 없을 것이므로 차라리 좀 더 한가한 날 보내는 게 아이에게는 더 나을 수도 있으므로) 고민이 된다.  휴우... 어쨌든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보내야 나도 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나 저러나 아이는 적응하기까지 힘들 것이고, 아이가 힘든 동안 나도 마음이 많이 불편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