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아이의 첫 '유의미한' 발화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25. 00:00
4월 21일 일요일, 우리 아이 16개월 12일에 있었던 일.

밥을 먹던 중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며 나와 틴틴은 음식을 입에 대충 집어넣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입을 벌리며 갑자기 “아~~”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응?  지금 선우가 ‘아아~’하고 소리낸 거지?”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웃기다!!!  입 벌리면서 ‘아아~’라고 했어!!”

나는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떨었다. 

애가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며 “아~” 라고 한 것이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야!! 우리 선우가 처음으로 유의미한 발화를 했어!”

우리 아이가 가장 많이 내는 소리라고는 “에에에~” 였다.  이 한 단어를 반복하면서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밖으로 나가자”, “바나나 줘”, “목욕하자” 등 모든 의사표현을 해 오던 아이였다.  간혹 기분이 좋을 때나 너무 애가 탈 때는 “엄마엄마엄마엄마~” 하기도 했지만 그건 이따금씩 어쩌다 한번 일이었고, 대부분의 발화는 “에에에~~” 였다.  

혼자서 놀면서 여러 다른 음으로 “아아아아~” 라든지, “으으으응~” 하며 흐밍처럼 노래할 때가 있었지만, 그게 우리 아이가 하는 말 (?) 혹은 소리의 전부였다.  

지난 일요일 아이가 ‘아~” 한 것은 이들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다.  항상 우리가 아이에게 밥을 줄 때 “밥 먹자.  ‘아~’ 해!”라고 입을 벌리라고 할 때 쓰던 그 말을 아이가 입을 벌리고 밥을 달라고 “아~”라고 말 한 것이다.  말 소리와 말이 의도하는 행위, 목적이 모두 일치하는 그야말로 ‘유의미한 발화’로서는 첫 단어였던 것이다. 

‘아’ 한 마디, 그게 뭐라고 그날은 그 소리를 듣고서 한동안 계속 신이 났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아이의 그 목소리도 너무 귀여웠고, 입을 ‘아’하며 벌린 그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꼭 기록해둬야할 중요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이는 일도 이렇게 당사자에게는 특별하기도 한 것, 그것이 인생이다!

사진: 4월 16일 저녁, 국수의 멸치육수국물까지 폭풍흡입하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