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7개월, 주3회 어린이집 등원을 결정하게 된 배경

옥포동 몽실언니 2019. 5. 13. 19:2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를 어린이집에 주 3회나 되는 날들을 보내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시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건 저희 가족으로서는 정말 큰 결정이었어요. 

첫째,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고,
둘째, 직장을 나가지 않는 엄마로서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죠. 

그러다 보니 저희는 처음에는 주1회만 보내고, 6월부터 조금 늘리더라도 주 2회만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었어요.   

사실 이번 여름, 제가 아이를 급하게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던 것은 여름 중에 끝내야 할 프로젝트를 하나 받아둔 터라, 이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이를 많이 보내자니 돈도 부담이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아플 것을 생각하니.. 최대한 조금씩 보내서 점진적으로 적응시키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평일 주 1, 2회를 보내보니 그 정도 보내서는 제 시간이 제대로 나지 않겠더라구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로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평소보다 더 집중해줘야 하다 보니 (애가 원래도 엄마 껌딱지였는데, 지금은 그 집착이 더 심해졌거든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 아이에게 쏟아붓게 되는 에너지가 더 많이 요구되었스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단 하루 생기는 시간에 일만 하기도 힘들고, 힘든 상태의 몸을 쉬어줘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나지 않고..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 어린이집을 주 3회로 늘리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비용은.. 후덜덜.. 한달에 약 800파운드. 120만원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 저희 가족의 외벌이 상황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죠.  그 돈을 내게 되면.. 생활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현재는 8월까지 보내기로 예약을 해 뒀는데, 그렇게 할 경우 제가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입 전액에 추가로 저희가 해 둔 저축을 깨야만 어린이집을 보낼 수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3일을 보내기로 한 이유는.. 
(1) 이렇게라도 해야 제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진행할 수 있고,
(2) 그래야 주말에 ‘가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주말에 틴틴 혼자 애를 보며 저는 일만 해야 할 거거든요. 
또 이렇게라도 경력단절을 조금이라도 단축해야 이후 경력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경력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일단은 8월까지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어요.  

그리고 9월이 되면 소규모 가정 어린이집인 차일드마인더에 자리가 생기는 곳으로 옮길 예정이에요.  이 점도 정말 고민인 것이,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만 한 시기에 또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이라 맘에 걸리는데.. 돈 차이가 너무 커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ㅠㅠ 사실 어린이집은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많아서 아이가 덜 지겹고, 구경할 수 있는 (?) 어른도, 아이도 많아서 좋아요.  기저귀도 포함이고, 밥도 간식도 알아서 주니 신경 쓸 것도 별로 없구요. 

소규모 가정 어린이집은 5세 미만 아이를 최대 3명까지 볼 수 있는데, 12개월 이하의 아이가 하나 있을 경우에는 저희 잭 또래 아이가 딱 한명만 더 있기 때문에 아이로서는 좀 심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또래 아이가 너무 적으니까요.  대신, 다른 사람의 집에서 그 선생님 한분과, 다른 친구 한둘과 오붓하게 지내기 때문에 안정감은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요. 

소규모 어린이집으로 보내게 될 경우 기관 어린이집 주 2회 보낼 돈으로 주 4회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어쩔 수 없이 9월부터는 아이를 차일드마인더 (소규모 가정어린이집) 에게 보내기로 결심했어요.  저희는 현재와 같은 주 3회 어린이집 비용도 장기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주 4회 가량, 7시간 정도만 보내는 걸로 생각 중이죠.  그럴 경우 어린이집 주 2회 보낼 돈으로도 평일 4회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어린이집을 보낼 수가 있어요.  대신 제가 아이 점심과 간식을 싸줘야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아이가 익숙한 음식 잘 먹을 수 있으면 그것도 좋구요. 

다만, 대부분의 차일드마인더의 집이 작은 편이라, 넓고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저희 아이에게는 저희 집안에만 있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어서 아이가 답답하고 지겨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조금 있는데.. ㅠㅠ 그건 차일드마인더 자리가 나면 미리 가서 제 눈으로 보고 나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 같아요.
 
일단은 현재 소규모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기 전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적 상황 -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 적응시기에 따른 육체적, 정서적 고충- 은 생각하지도 못한채 너무 성급하게 이 일, 저 일, 벌인 것은 아닐까.. 후회된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게 잘 한 결정일까.. 마음에 갈등이 올라왔죠.  

그러나.. 그렇게 일을 벌인 덕분에 이렇게 아이 어린이집도 과감하게 시작하게 되고, 저도 조금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저는 2017년 9월부터 일이 딱 끊겼는데, 거진 2년만에 일을 시작해보기라도 하는 건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건 제가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 제 일을 다시 시작하게끔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입니다. 

얼마전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한 손님께서 “매실”이라는 애칭을 쓰시는 분의 블로그를 추천해주셨어요.  육아맘의 고민에 대해 사이다 글을 쓰시는 분이라고.  그 말씀을 듣고 그 분의 블로그 (브런치) 를 갔을 때 눈에 확 들어온 말이 있었어요.  

공부에도 때가 있듯이 “일에도 때가 있다”

디딩~~ 그러게요!  정말.. 일에도 때가 있죠!  그런데 여자이다 보니, 엄마이다 보니, ‘아이는 최소 36개월까지는 엄마가 돌보는 게 가장 좋다”는 어떤 프레임에 저도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맞을 수도 있고, 여건이 되는 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것인데, 그 프레임을 저 스스로에게 씌우며 오랫동안 갈등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저의 이웃블로거인 독일유학생 팀블로그 필진 중 한분인 도리님 (지루한 천국 괴팅엔)께서 지난 3월 저희 집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도리~ 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도, 아이 돌보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일을 해도 되나, 내 욕심에 내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도 되나.. 하는 고민이 계속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고 결정을 잘 못하겠어."

라고 했더니, 도리님께서는,

“왜~~??!! 언니 일도 중요하잖아요~~ 육아도 중요하지만, 언니 일도 중요해요~!” 

라고 하더라구요.  그때도 한방 먹은 것 같았어요.  

“그러게!  내 일도 중요하지?!!”

그 덕분에 용기를 얻고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결정을 할 수 있었는데, 매실이라는 분의 블로그에 적힌 한 마디, “일에도 때가 있다!” 는 글을 보고는 더더욱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또 저희 큰언니도, '주변에 맞벌이 하는 많은 집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그 애들 모두 다 잘 자라서 잘 크고 있다.  그러니 너무 그렇게 마음 무겁게 생각하지 말아라.  니가 집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일을 해야 하니까 아이를 보내는 거다.  니가 힘들어서 아이 옆에 널부러져 있는 몇시간 보다는, 아이와 단 한시간만 함께 있더라도 니가 짱짱한 에너지로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놀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줬어요.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민할 때는 틴틴이,

“이럴 때 쓰려고 저축해 둔 거잖아.  저축한 돈 깨서 쓰면 되니까 투자라 생각하고 맘 편히 갖고 일 해.  일 하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유시간이라 생각하고 좀 쉬기도 하고.”

라고 말 해주니 그것도 고맙구요.  그러고 보니 주위에서 참 많이들 저를 응원해주네요.  ㅠㅠ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도 늘 응원의 말씀을 해주시고.. 주변에서도 이렇게 모두들 지지의 발언을 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긴 이야기를 돌아왔지만, 그래서 저희는 아이를 주 3회 보내기로 했고, 요일은 화 목금이 되었어요.  모두들 3일을 보낼 거면 연달아 보내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수요일이 자리가 없으니 어떻게든 하루&이틀연속 이렇게 3일을 짜는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주 3회를 보내게 됨에 따라 저희 잭은 그저께 화요일 등원 이후 오늘 5월 9일 목요일, 금주 두번째 등원을 하였습니다.  화요일에는 점심도 많이 먹고 (비프 라자냐), 낮잠도 50분 잤더랬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잠들었대요.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할게요!  

저희 잭과 몽실언니 가족 이야기를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저는 이만 바이바이~

사진: 요즘 저희 아이가 푹 빠진 물놀이 사진입니다.  가든에서 물 뿌리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문제는 자꾸만 저나 틴틴에게 뿌리려 한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