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을 쓰지 못한지 반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지금 동네로 이사오고 나서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죠.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 저런 일로 정신없고 바쁜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들도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글을 잘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지 이제 만 3년이 되었어요. 그 사이, 첫째 잭은 학교 Reception 을 시작하고 선생님으로부터 각종 우려가 되는 피드백을 받으며 아이 일로 힘들었고,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에서 두살 반 된 둘째 뚱이를 어느 기관에도 보내지 않고 오롯이 가정보육을 하며 이 상황들을 헤쳐나가야 했죠. 그 사이 남편은 매니저와 잘 맞지 않아 회사 내에서 팀을 한번 바꿨고, 새 매니저와 즐겁게 일을 했으나 결국 그 회사를 떠나 새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틴틴이 새 회사 구직에 성공한 것이 2024년 7월. 아이들 방학을 며칠 앞둔 날이었죠. 그리고 우린 그 1년 전에 이미 구입해둔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첫째 잭의 발달검사를 하고 ADHD 라는 결과를 받았어요. 시아버님은 1년 전에 발견한 폐부종으로 계속 약물치료 중이시던 것이 저희가 방문한 여름에 코로나에 걸리시면서 병세가 악화되셨고, 그 모습을 보며 마음에 걱정을 가득 안고 영국으로 돌아왔어요.
노쇠해져가시는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저희는 집을 팔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시아버님은 병세가 악화되셨고, 임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틴틴은 곧장 한국으로 날아갔어요. 어버님이 저희가 한국에 방문한 그 여름에 코로나에 걸리신 것 때문에 시누와 갈등이 생겼고, 그 일은 여전히 저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로 남아있습니다. 사실 이 일을 이렇게 공개된 곳에 적는 것을 틴틴이 내켜하지 않아서 저는 그간 더 글을 쓸 수 없기도 했었는데요. 지금까지의 제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일을 마치 없던 일처럼 하고 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아예 글을 쓰지 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더라도 이 일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어쩌면 좋을까요.
이번 여름에는 저희 어머니의 암 검사 때문에 한국을 잠시 다녀오게 되었는데, 귀국 이틀 전 겨우 시간을 내서 미용실을 들렀다가 제 머리에 원형탈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태어나서 처음 생겨본 원!형!탈!모!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말로만 듣던 원형탈모가 내 머리에 생겨있었다니. 공부하고 애 키우며 그렇게 힘든 날들을 지나면서도 생겨본 적 없는 원형탈모가 지금? 다행히 그 자리에서 새 머리카락들이 나고 있어서인지, 원형탈모가 그간의 제 마음 고생을 신체적으로 드러내주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다른 그 누구보다 제 원형탈모에 안타까워해준 것이 틴틴인데, 남편인 틴틴이 그걸 보고 마음아파해는 것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있겠어요.
사실 틴틴이 제 원형탈모에 대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안타까워해줘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다른 일에는 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 일에는 이렇게 잘) 공감해주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정수리를 기점으로 전반적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한 구역이 뻥 비어버린다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서 공감이 자연스럽게 잘 된다고 하는 거 있죠. 하하.
그렇게 저희는 제 몸에 원형탈모를 함께 보고, 함께 걱정하고, 원형탈모 구역에서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머리카락을 보며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우리의 삶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며 저는 다시금 블로그에 글을 써볼까 합니다.
앞으로 자주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올 이야기들, 기대해주세요~
옥포동 몽실언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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