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한국과 비교해서 영국 초등학교가 가지는 특징 중 가장 큰 특징이라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의 등하교 시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학년이나 6학년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학교 안에서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시간과 학업에 집중하는 시간만 차이가 날 뿐, 등하교 시간은 요일과 학년에 관계없이 모두 8시 30분이나 9시에 학교를 시작해서 3시에서 3시 반 사이에 하교를 한다. 한국처럼 어느날은 4교시, 어느날은 5교시, 어느날은 6교시, 이렇게 차이나지 않고, 모든 학년이 비슷한 시간에 학교를 시작해서 비슷한 시간에 학교를 마친다.
학기의 시작: 3월 vs 9월
영국은 매년 9월 초 새학년이 시작된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6주에 걸친 긴 여름방학을 지내고 나면 새 학년이 시작된다. 3월에 새학기가 시작하는 한국에서는 3월이 되기 전인 12월, 1월, 2월생들이 각 학년의 가장 어린 학생이 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9월에 학기가 시작되므로 6월, 7월, 8월생들이 각 학년의 가장 어린 학생이 된다. 2025년 10월 현재 영국 초등학교 1학년들은 2019년 9월 1일생부터 2020년 8월 31일생이다.
우리 아이의 상대 연령: 제일 어린 아이 vs 중간 나이 아이
우리 뚱이는 2020년 1월에 태어났다. 한국에서였더라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아이 중 하나로 학교를 다닐 나이다. 내년이면 1학년을 가장 어린 아이 중 하나로 시작하는 나이. 그런 나이인 아이가 영국에서는 어느새 1학년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보다 6개월 일찍 1학년이 되고, 그 학년의 가장 어린 아이도 아닌 중간 연령쯤 되는 아이로 1학년을 다니는 중이다.
정규 학교 시간: 오전 수업만 vs 전 학년 동일한 스케줄 (주간 32.5시간, 일일 6시간 30분)
한국의 1학년은 학교의 정규과정이 매우 일찍 끝난다. 나도 기억에 초등학교 1학년에는 3교시 혹은 4교시만 하고 하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그것과 별반 다른 없는 생활을 하고, 다만 방과 후 이것저것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이 많아진 모양이다.
영국의 초등학교 1학년의 정규 학교 시간은 다른 학년들과 동일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작년까지는 주간 학업시간이 30시간으로 다른 학교들에 비해 좀 짧은 편에 속했다. 그러다 2년 전 영국 정부에서는 모든 초등학교들에 대해 최소한 32.5시간은 준수할 것을 권고를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학교는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후 32.5시간으로 늘렸다. 현실적인 상황들로 인해 등교시간을 조금 앞당기고, 하교시간은 조금 늦춰졌다.
등하교 형태: 학년별 시간 차이
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보호자 없이 아이들끼리 등하교를 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 초등학교에서도 초등 1학년까지는 부모님이나 보호자가 아이 등하교를 함께 하는 것 같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가정을 보면 초등학교 1학년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등하교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기간으로 삼고, 2학년부터는 스스로 등교하도록 하는 것 같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반드시 보호자가 아이들의 등하교를 함께 해야 한다. 학년별로 등하교 시간에 5분에서 10분 가량 차이가 나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학년이 다른 자녀들 모두 안전하게 등하교를 시킬 수 있다.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아이들의 교실 문 앞에서 등하교를 하도록 되어 있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어린이집 등교는 9시, Reception Year (1학년 직전 학년)의 경우 8시 40분, Year 1 과 2는 8시 30분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학년이 높은 아이를 먼저 데려다주고, 어린 동생들을 데려다주게 된다. 어떤 학교들은 어린이집 및 Reception Year 아이들의 등교시간이 더 빨라서 어린 아이들을 먼저 데려다준 후, 더 연령이 높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게끔 등교시간이 설정되어 있는 곳도 있다.
등교하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사이 슬롯이 정해져있어서 그 시간 안에 등교를 마쳐야한다. 해당 시간을 놓치게 되면 학교 사무실 건물을 통해 '지각 사유' 등록 후 등교해야 한다. 우리 첫째 잭은 아직까지 지각 등교를 해 본 적이 한번도 없지만, 둘째 잭은 딱 한번 지각 등교를 했다. 학교에 가서 교실로 들어가기 직전, 학교 내 운동장에서 놀다가 그만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날은 남편 틴틴이 등교시키던 날. 후다닥 교실 앞으로 뛰어갔으나 교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그 날이 우리 둘째 뚱이의 첫 지각 날이 되었다.
아이들이 하교 하는 시간은 Reception Year는 2시 50분, 1학년과 2학년은 3시 5분이다. 그리고, 3학년부터 6학년은 3시 10분.
영국에는 초등학교가 어린이집부터 6학년까지 모두 있는 학교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학교들은 2학년까지만 있는 Infant School 과 3학년부터 6학년까지만 있는 Junior School 로 운영되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는 바로 이런 식으로 저학년/고학년 학교로 구분된 학교라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집부터 2학년까지는 A 학교를 다니고,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그 옆의 B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두 학교의 등하교 시간을 살펴보자.
Infant School
어린이집 8.50 - 15.00
Reception 학년 8.40 - 14.50
1학년 & 2학년 8.30- 3.05 (주당 32.5 시간)
Junior School
3학년부터 6학년 8.30 - 15.10
이 두 학교는 아예 분리된 학교들이어서 자녀들의 연령 차이로 두 학교 모두에 자녀가 다닐 경우 부모들의 등하교길이 매우 바빴다. 얼른 한명은 이 학교에 데려다주고, 서둘러서 교문을 빠져나가 옆의 다른 학교에 다른 자녀를 데려다줘야 했다. 두 학교가 물리적으로는 울타리 하나를 두고 붙어있는 학교인데, 두 학교의 교문의 방향이 전혀 달라서 5분, 10분 만에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두 자녀의 등하교 시간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된 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작년부터는 대대적으로 두 학교간 등하교 시간에 한하여 통행을 허가해줬고, 그 덕에 우린 잭이 3학년에 올라간 이후부터 큰 불편 없이 등하교를 시킬 수 있게 되었다.
보호자 동반 등하교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 등하교를 함께 하도록 되어 있고, 평소 등하교 하는 보호자로 학교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이 등하교를 지도하게 될 시에는 미리 학교에 연락해서 알려둬야 한다. 특히, 하교 (픽업)의 경우 더욱 엄격하다. 우리 아이들처럼 항상 부모가 등하교를 시킨다고 되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우리 부부에게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서 친구 부모나 조부모, 혹은 다른 사람이 아이들 픽업을 해야 할 경우 미리 학교에 연락해서 어떤 관계인 누가 픽업을 할 예정이라고 통보를 해둬야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다.
도대체 영국은 언제부터 이렇게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만으로 10세인 나이까지도 부모나 보호자가 반드시 아이들과 등하교를 함께 해야 했던 것일까. 그게 궁금해서 여러 다른 부모들에게 어린시절의 기억들을 물어보곤 했다. 영국에서 런던이 아닌 타 지역에서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학부모들만 해도 저학년부터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런던 인근에서 자란 젊은 부모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 또한 자신들이 초등학교 4-5학년까지는 부모님과 함게 등하교를 했다고 하니, 지역에 따라,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90년대 이후 어린이 교통 사고 증가나 아동 유괴 및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아동들에 대한 등하교가 엄격해졌다고 하니,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스스로 등교할 수 있는 한국의 안전한 사회환경이 앞으로도 오래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맺음말
사회의 규범은 그 시기 사회환경을 반영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국의 사회환경은 아동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강화된 규칙과 규범이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엄격한 규정과 규범으로 사회에 안전한 틀을 만들어두었기에 그 규정들 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렇게 엄격한 규정과 규범이 나올 수밖에 없는 외부적 환경 변화를 생각하면 그저 좋은 일만도 아니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한 연유는 둘째 뚱이가 올해 9월에 1학년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아이가 눈을 계속해서 깜빡거리는 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쓰려던 참인데, 주제에서 벗어나 영국의 1학년은 어떤지를 쓰는 글이 되어 버렸다.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원래 쓰려던 주제에서 벗어나더라도 뭐라도 글을 올리는 데 의의를 두고자 영국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개괄하는 형태로 오늘 글은 마무리짓고, 다음 글에서 아이의 1학년 적응기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영국 초등학교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초등학교 학부모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수립 (2) | 2025.10.13 |
|---|---|
| [영국 초등학교 생활] 1학년 적응기: 틱이 생겼다. (0) | 2025.10.09 |
| [Reception Year] 둘째의 만 4세에서 5세 손글씨 발전사 (21) | 2024.11.29 |
| 속상한 날.. 잭이 나 때문에 울었다... (11) | 2024.06.20 |
| [영국이민생활] 아이 초등학교에서 부모 봉사자 되기 (1) | 202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