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 생활

속상한 날.. 잭이 나 때문에 울었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4. 6. 20. 08:44

오늘은 좀 속상한 날입니다. 

우리 큰 아이 잭이 저 때문에 울었거든요.  

요며칠 아이에게 제가 제 화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야단치는 일이 여러번 있었어요. 오늘도 그랬습니다.

잘못을 했으니 야단을 치는 거지만, 전 그 야단이 꼭 고성을 동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늘 제 감정(=화)을 억누르고, 이성의 끈을 잡고, 아이에게 뭐가 잘못이고,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하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아이의 다짐을 받으며 아이를 나무랐는데, 요 며칠은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잘 안 되더라구요.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글이 이렇게 우울한 글입니다. ㅠㅠ

왜 그랬을까.. 이유야 찾으려면 많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피곤하고, 자기도 자기의 화가 잘 주체가 되지 않을 겁니다.  ADHD가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아이 스스로도 그게 조절이 안 되고 힘든 거라구요.  뭔가가 불편하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하겠죠. 그걸 참는 건 우리 아이의 성격과 뇌의 상태상 더더욱 어려울테고.. 

아이가 그런 상태일 때는 자주 있었지만,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제 나름의 참을성과 그간 쌓아온 요령으로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다루고 관리하며 지냈던 것 같은데, 요며칠은 저도 그게 너무 잘 안 되고, 그렇게 하기도 힘들고, 애써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도 상실한 상태였어요. 

요즘 일에 치여 저도 바쁘고 힘든데, 그 와중에 헤이피버 (꽃가루 알러지) 가 너무 심해져서 코도 막혀있고 눈은 불타듯 따갑고, 밤에 잠도 편히 잘 자지 못하고...이것저것 욕심내서 일은 벌여놨는데, 막상 그 모든 걸 감당하는 게 힘에 부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들이 있을 때마다 돌아서면 후회해요.  당연히 후회가 됩니다.  저 쪼끄만 아이들이 뭐 그리 큰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부모에게 큰 소리를 들어야 하나.  꼭 큰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나무랐어야 하나.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저 행동들이 이렇게까지 큰 소리 들을 일이었을까.

살면서 부모한테 큰 소리 좀 듣는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저 스스로가 큰 소리에 예민한 사람인데, 남이 내는 큰 소리에만 예민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큰소리도 전 참 싫고 불편하네요.  살면서 이렇게 큰 소리 자주 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이렇게 적으면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큰 소리를 많이 낸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또 친구들 사이에서 수다스럽기만 했지, 자라면서 제가 큰 소리 내서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주체못해 큰 소리로 타인에게 뭐라고 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어릴 때 언니들과 싸울 때??? 그래봤자 그것도 1년에 한번 정도?? 많아야 1년에 두 번 정도였을까요? 어릴 때는 오히려 작은 언니의 화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고, 참다못해 한두번 꽥 소리쳐보기나 했지..

누군가와 목에 핏대 세우며 싸워본 건 작년과 올해 남편과 싸우면서 그래 본 게 처음인 거 같고, 화가 난 감정으로 타인에게 자꾸만 큰 소리 한 일은 2년 전,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온 초기에 좀 그런 일이 있다가 잠잠했던 것이 요며칠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이렇게 제 "화"의 역사를 살펴보니 결국 제가 예민하고 날이 서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자명해지네요.  몸과 마음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똑같은 자극에도 더 쉽게 화가 나는 법이니까요.

오늘 아이에게 야단을 친 게 더더욱 맘에 걸린 것은 저한테 혼나면서 아이가 눈물을 보인 게 정말 오랫만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요, 엄마한테 혼나면서 눈물 좀 흘릴 수 있어요.  그런데도 저는 아이의 그 눈물 훌쩍이는 모습이 왜 이렇게 맘에 걸리는 걸까요. 

제가 혼 내는 걸 듣고 있다가 자기도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리면서 눈물이 나버렸던 거겠죠. 

아이는 제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제 눈에는 아이가 제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게 제 화를 더 돋구었던 거 같아요.  

거기에다가, 제가 그렇게 큰 소리를 내려고 낸 건 아닌데, 아이를 야단치던 그 자리, 딱 그 공간이 저희 집 안에서 소리가 많이 울리는 공간이라 목에 마이크라도 댄 듯이 소리가 확성되기도 했어요.  그러니 아이는 그게 더 싫었을 거예요. 

...

육아는 정말 어려워요. 특히,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로만 살아온 제가 두 사내아이를 감당하는 건 정말 더 어렵습니다. 도대체.. 이 두 남자아이는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요. ㅠㅠ 한동안 안 싸우고 잘 지낸다 싶었는데, 다시 어떤 시기가 도래한 모양이에요.  큰 소리 나는 걸 싫어하고, 갈등상황을 싫어하는 저에게 두 아들의 끊임없는 갈등과 울음과 싸움은 정말 큰 스트레스입니다.

저것도 다 놀이과정의 일부이다, 유년시절의 추억이다, 삶의 배움이다, 형제애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온갖 주문을 외며 그 갈등 상황들을 "문제"로 보기보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그저 그런 일들로 바라보려고 하지만, 제 몸과 감정은 그게 잘 안 되나봐요. 

이제 남은 학기가 3주하고 4일 남았어요. 이 시간만 지나면 첫째 잭은 1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보낸 후 9월부터 2학년이 됩니다.  둘째 잭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Reception 학년을 시작하게 되구요.  아이들도 1년간의 학교생활에 지친 걸까요.  아니면 또 한 단계 성장하느라 저렇게 싸우는 걸까요.

지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요즘 육아일기를 쓰지 않으니 더더욱 내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지 못하고, 내 생활도 잘 돌아보지 못한 것 같아요.  

여유가 없을수록 더더욱 노력해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이쁜데... 감당하는 게 힘드네요.  힘을 주세요..  우리 힘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