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생인 우리 둘째 뚱이가 9월부터 1학년을 시작했다. 아이는 늘 즐겁게 학교를 갔고, 우리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이가 눈을 아주 자주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눈에서 시작한 틱은 코를 킁킁거리는 것으로 이내 확산됐고, 며칠 전부터는 어깨까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눈 틱을 발견하다
처음에는 아이가 눈을 자꾸만 비비고 눈을 껌뻑거려서 눈에 감염이 발생했거나 눈이 아픈 줄 알았다. 아이 눈을 살펴봐도 뚜렷한 감염의 증상이 없고, 열이 나거나 다른 증상도 없어서 며칠 지나면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 후 아이의 눈깜빡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교 후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중에 아이 눈이 유독 심하게 깜빡거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날은 오랫만에 나와 틴틴이 함께 아이들을 하교시켜서 아이들과 다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나와 틴틴은 서로 눈으로 신호를 교환했다. 이건 틱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 때부터는 아이를 좀 더 세심하게 관찰했다. 혹시 몰라서 아이에게 물었다.
"뚱이야, 눈이 자꾸 깜빡거리는데, 눈이 좀 아파?"
"No, mummy, it just happens."
내가 자꾸만 눈이 아프냐고 물어서 그런지, 이젠 아이가 아예 설명을 해줬다. 그냥 그렇게 된다고.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자꾸만 깜빡거린다고.
그래. 틱이구나. 우리 뚱이에게도 틱이 생겼다.
첫째 아들의 틱 경험: 만 3세 반, 일시적 (일주일)
사실 우리에게는 틱이 낯선 것이 아니었다. 2017년 12월생인 첫째 잭이 만 3세 반이었던 2021년 4월. 첫째 잭과 둘째 뚱이가 영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뚱이가 태어나고,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첫째 잭이 다니던 차일드마인더가 그 해 3월 문을 닫았다. 그 덕에 2020년 3월부터 1년 가까지 집에서 가정보육만 하던 잭과 뚱이가 그 해 겨울 한국에 가서 약 3개월간 한국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영국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2021년 4월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닌지 2-3주 되었을까. 우리 잭이 눈을 자꾸만 깜빡인다는 것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의 아빠가 발견하고 우리에게 언질을 해줬다. 혹시 잭이 눈이 아프냐고.
그리고 아이를 가만히 관찰하니, 눈이 아픈 게 아니라 눈이 쉴새없이 깜빡거리는 틱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닌데도 난 너무 놀라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언니들에게도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 울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괜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이런 건 아닐까 하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기관에 보내지 않고 내내 끼고 살 수만도 없는 일이니 앞이 막막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우리가 잭의 눈 틱을 발견한 시기부터 부활절 연휴였고, 연휴 기간 내내 나는 잭에게만 붙어 앉아 잭과 함께 소통하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놀갑게도 5-6일 정도 지났을 때부터 아이의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아이의 틱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 후, 우린 언제라도 다시 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특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린 여전히 언제라도 다시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의 틱 경험이 다른 이유
첫째 잭은 항상 예민하고, 그런 만큼 요구도 많고 까다로운 아이였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던 아이. 굳이 찾자면 다양한 과일을 맞보고 먹어보는 일, 그거 하나는 쉬웠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과일을 좋아하더니, 태어나서도 다른 건 몰라도 과일은 모두 잘 먹는 아이였다. 그 외에는 거의 모든 것이 힘들고 까다로운 아이였다.
그에 반해 둘째 뚱이는 태어나는 것부터 수월하게 태어나서 뭐든지 훨씬 쉬웠다. 잠도 잘 잤고, 다루기도 쉬웠고, 말도 잘 했고, 협상도, 타협도 쉬웠다. 친구도 잘 사겼고, 어디 가서든 잘 적응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뚱이가 1학년을 시작하며 눈을 저렇게 깜빡이며 틱 증상을 보이니, 우린 이제서야 저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저 아이도 그 안에서는 나름 스트레스와 압박을 많이 받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너라고 어찌 뭐든지 쉽겠니. 너라고 어찌 학교생활이 그저 쉽기만 하겠니. 너라고 어찌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니. 그래도 너만은 그러기를 바랬던 우리의 헛된 바람을 네가 보란 듯이 터뜨려 현실을 보게 해주는구나.
나도 한번 경험해본 일이라고, 둘째의 틱 증상에는 눈물을 흘릴 일이 없었다. 마음은 좀 좋지가 않다. 아이가 눈을 그냥 깜빡이는 게 아니라, 꿈뻑 꿈뻑 하고 온 얼굴 근육을 사용해서 꿈뻑이는데, 그게 눈에 그치지 않고 이내 코로, 어깨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만 꿈뻑인 것이 3주쯤 되는 것 같은데, 며칠 전부터는 코까지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눈 꿈뻑 코 킁킁. 꿈뻑 킁킁. 꿈뻑 킁킁. 꿈뻑 킁킁.
그러더니 그저께부터는 어깨도 들썩. 처음엔 아이 옷에 목 부분이 불편한가 하고 옷매무새를 바라봤다. 그리곤 이내 깨달았다. 옷이 불편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내 생각은 마치 눈이 아파서 꿈뻑인다고 생각했던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을. 늘 입던 옷을 입고 있는데, 아이가 연신 어깨를 들썩인다. 어딘가 불편해하는 기색도 없고, 자기가 하는 놀이를 계속 하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 들썩.
우리가 어릴 때 티비에서 봤던 티비유치원 같은 프로에서 하던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으쓱 으쓱" 하는 노래에 나오던 동작처럼 으쓱 으쓱. 어제 저녁에도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가 으쓱 으쓱.
아니, 이렇게 짧은 기간에 눈에서 시작한 틱이 코로, 거기서 어깨까지 이렇게 내려갈 수 있는건가. 그건 좀 놀라운 일인데, 어깨 움직임은 앞으로도 좀 더 지켜봐야하겠다.
틱의 원인
틱의 원인은 뭘까. 잭이 틱 증상을 보였을 때 찾아봤던 것 같은데, 틱이 없어지면서 관련된 정보도 모두 잊어버리고, 막연히 긴장과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틱의 원인은 뇌의 도파민 조절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고,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하고, 심리 정서적 요인 (환경변화, 긴장, 적응 스트레스 등)도 있다고 하고, 생리적 요인 (피곤, 잠부족 등)도 있다고 한다.
학교 환경 변화: 학습 시간 증가
우리 아이의 경우, 이 모든 것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1학년을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놀이 시간이 줄었다고 이야기하긴 했다. Reception Year 때는 한국의 유치원과 유사해서 학교에서 놀이시간이 길고 빈번하다. 오전에 두어번, 오후에 한두번, 20분 정도에 걸친 학습 시간이 몇 번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독립적 학습 시간(independent learning time)'이라 해서 자유롭게 노는 시간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1학년부터는 independent learning time (유사 놀이시간) 이 사라지고, 학습량도 좀 늘어난다. 그에 걸맞게 작년에야 알파벳을 배우고, Phonics를 통해 글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 우리 아이가 지금은 혼자서 제법 글을 잘 읽는 수준이 됐다. 아주 잘 읽는 것은 아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일취월장.
이중언어 환경
거기다 올해 9월부터는 2년간 쉬웠던 런던한국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첫째의 한국어 읽기, 둘째의 한국어 구사를 위해 한국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했고, 대기 끝에 자리가 나서 9월 4일을 시작으로 새 학년 새 학기를 다니기 시작했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뚱이는 내가 한국말로 말해도 본인은 영어로 말하기를 선호하고, 실제로 한국어 구사력이 매우 떨어진다. 시키는 말을 따라할 줄은 알지만, 스스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한다. 배고파, 사랑해, 잘 자, 안녕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쉬, 응가, 물 주세요, 제발, 정도 외에는 거의 영어로만 말하려고 하고, 실제로 한국어로 조음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어릴 때는 말 시작이 빨랐던 아이였고, 소리도 곧잘 내고,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첫째 잭보다 언어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첫째 잭이 구사하는 한국어에 비해 둘째 뚱이의 한국어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한국학교를 나간 게 아직 몇번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둘째 뚱이의 한국어가 조금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말로 하지 않았을 말을 한국말로 하는 일들도 있고, 한국학교 숙제를 하면서 한국어 어휘도 조금 느는 느낌이다. 그것 참 반갑고 기쁜 일이지만, 아이가 학교에서는 영어만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의 한국어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아이에게 혼란스럽고 스트레스일 수 있다.
그래서 어제 하교 길에는 아이에게 물었다. 눈 깜빡임 없이 학교에서 나와서 잘 있던 아이가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내 코와 눈에 틱 증상이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뚱이야, do you want me to speak in English?"
"네."
웃기게도, 이번에는 내가 영어로 물으니 이젠 한국말로 대답하는 뚱이이다.
"아, 그러려면 엄마도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되는데. 어쩌지. 우리 뚱이도 한국학교 가서 한국어도 배우느라 많이 힘들겠다."
고 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But Korean school helps me a little bit. I now can say Sun Seng Nim"
"오, 진짜? 우리 뚱이 '선생님'이라는 말도 할 줄 아네?"
"Yeah."
하며 아이가 스쿠터를 싱싱 타며 내리막길을 저 혼자 신나게 내려갔다.
학교에서 1학년을 시작하며 일과 스케줄도 달라지고, 머릿속에 많은 양의 학습 정보가 들어오고 있는 와중에, 토요일 오전마다 한국 학교에 가서 한국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 활동을 하고 돌아오니, 아이에게 정말 큰 환경변화와 자극이 제공되고 있긴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잘 다니고 있는 학교들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난 이 상황에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대처 방법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첫째 잭의 틱이 겨우 일주일만에 사라졌던 일이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음을 이제와서 새삼 깨닫는다.
틱 지적하지 않기: 틱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하지 않도록
아이가 틱으로 인해 꿈뻑 킁킁 들썩 하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아이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어깨에 대해서는 아직 아이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다. 코는 혹시 몰라서 콧물이 있나 싶어 코를 풀게 해보았는데, 콧물은 커녕 코딱지 하나 나오질 않았다. 그 뒤로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제 잠 자기 전, 아이의 이쁜 얼굴에 눈 마사지, 코 마사지, 얼굴 마사지, 머리 마사지만 골고루 해주었다. 아이가 좋아했다.
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정서적 안정 제공
첫째에게 틱이 생겼을 때는 둘째를 낳은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인데다 여전히 초보엄마라 뭐든 내 탓처럼 여겨져서 힘들었다. 집에서 우리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지 않아서 아이에게 틱이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틱 증상이 아이가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변화가 그전과는 다르고, 자신의 몸이 그 전과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음을 표현해주는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주고, 아이의 응석도 좀 더 받아주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며칠 애를 썼다. 그리고 반성했다. 이게 뭐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내가 그간 아이의 응석도 잘 받아주지 않고, 단호하게 쳐내고, 스스로 털어내고 이겨내도록 아이에게 기대했던가. 아직 겨우 만 여섯살도 되지 않은 아이인데.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아이와 좀 더 친해졌다.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던 뚱이가 이젠 엄마가 자기 차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특권을 갖게 되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 좋아 할 때가 있다. 내가 도대체 뭐라고. 내가 주는 관심에 이토록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미안하고, 고맙다.
감각을 사용하는 활동 늘리기
이건 친구가 추천해준 방법이다. 감각을 사용하는 활동을 많이 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뭘 하면 좋을까. 놀이터를 좀 더 자주 가볼까. 트람폴린 파크도 가고, 자전거 타러도 가고, 단풍놀이도 가면 좋겠다. 10월 17일까지만 학교를 가면 2주간 또 방학이다. 10월 18일 토요일부터 11월 2일 일요일까지, 주말까지 포함하면 16일을 쉰다. 그 기간 동안 힘들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보기 위해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맺음말
자녀의 틱으로 고민한 경험이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나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 뚱이 나이인 이 시기에 많은 아이들에게 발현되는 것 같은데, 점점 더 심해지기도 하다가 어느순간 그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지더라고. 큰 언니는 거기서 더 나아가 아이들이 겪는 성장과정의 일부로 보라고 했다.
어쩌면 틱이 없어지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증상이 남을 수도 있다. 나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가깝지 않지만 모두가 아는 유명 작가 기안84만 해도 그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 눈을 깜빡이는 틱 증상이 보인다. 그러나 틱이 그의 인격이나 삶의 본질을 방해하는가? 그렇지 않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한 뚱이. 그 한 걸음의 변화가 자신에게는 참으로 크다고 몸으로 말하고 있는 아이. 너의 1학년 여정, 열렬히 응원하다! 잘해보자, 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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