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 생활

초등학교 학부모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수립

옥포동 몽실언니 2025. 10. 13. 23:45

부모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너무 많은 요즘

어느덧 아이들이 자라서 각각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 아이들. 본격적으로 내가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는데, 요즘 들어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이 학교에서 부모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도 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렇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적으며 계산해보니 어느덧 그 시절이 40여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래, 산천이 변해도 여러번 변했을 시간. 1987년, 집 밖에 나가면 체류탄 냄새를 맡곤 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88올림픽이 열리며 안방에 모여앉아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방송을 보았던 그 시절. 너무 예전이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현재, 그것도 영국에서의 초등학교 생활과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이야기해보자면, 그 시절의 초등학생들은 알림장도 스스로 쓰고, 숙제도 스스로 했다. 아버지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로 바빴고, 어머니들도 여러 자녀를 돌보면서 동시에 대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대소사에 쫒아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조카 할 것 없이 가족들을 돌보며 살던 시절이다. 아이들의 숙제 하나하나에 부모들이 매달리기에는 다들 더 크고 바쁜 일이 많았고, 그런 만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아이들의 몫이었다. 

숙제는 선생님이 칠판에 큰 글씨로 적어주는 것을 각자의 알림장에 받아 적어왔고, 그것대로 숙제를 할지 말지는 아이들 본인의 몫이었다. 난 숙제를 빼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편으로는 숙제에 관심이 없거나, 알림장을 제대로 받아적지 못한 아이들, 집에서 부모님이 숙제 다 했냐고 챙겨물어주지 못하는 상황에 있던 아이들은 숙제를 잘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숙제를 해 오지 않은 아이들은 야단을 맞거나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현재. 이곳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알림장을 적어오지 않는다.  학년이 더 올라가면 적어오게 될까. 필요한 과제나 알림 사항들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구두로 고지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매주 금요일 전체 학부모에게 고지하는 뉴스레터를 통해서 모든 과제나 학교 행사에 대한 지령이 떨어진다.  아이들 과제를 종이에 적힌 글로써 지시받는 대상이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이고, 구체적인 사항들을 아이를 통하지 않고 부모에게 바로 전달이 된다는 것이다.

과제나 학교 일정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자세히 전달이 되는지, 학교 일을 도통 잘 말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나는 학교에서 나오는 뉴스레터를 읽으며 하나 하나 기억하고 챙겨야 하는 입장. 

큰 아이 학교 일, 작은 아이 학교 일, 각종 집안 살림, 그 와중에 소소히 해나가는 내 일 등 온갖 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공부 하나만 하고 살아오던 나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수는 있는데, 자잘하게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더욱 더 난제인 상황.

아이들 학교 일정,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이렇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래서 아마존에서 가족달력을 팔고, 가정용 화이트보드나 칠판을 파는가보다.  집 안, 모두가 잘 보이는 곳에 눈에 잘 띄게 고지해놓지 않고서는 놓치게 되는 일들이 많으니.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세웠다.

1. 화이트 보드를 구입해서 가족 모두 보기 쉬운 곳에 설치하기 

2. 아이들 학교의 주요 일정을 메모해서 아이들 스스로 체크하게 하기

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1. 화이트 보드, 적당한 크기로 주문하기

2. 아이들 주요일정 매주 메모해서 출력하기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바로 위에 두번째 일, '아이들 주요일정 매주 메모해서 출력하기' 이 일을 왜 부모인 내가 해야 하냐고!!! 

네. 부모니까 해야죠.  제가 할게요. 

그렇지만, 학교에서 그렇게 해주면 안 되나요?  학교에서 부모들에게 긴 글로 한페이지가 넘는 글을 써서 보내면서 ChatGPT를 써서든, 아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지시해서 받아적게 하든, 학교에서 한주간 주요 일정이나 과제를 적어서 집으로 보내주면 안 되냐구요.

학교가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 월급에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바빠 보이기는 하는데.  대가족이나 지역사회의 도움 없이 오롯이 핵가족 안에서 자녀 돌봄을 책임지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가 함께 바쁘게 일하며 돈을 벌어야 먹고 살만한 요즘 같은 세상에, 엄마 아빠에게 아이들 학교 일과와 숙제까지 다 도맡아 하기를 바라는 것도 참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데. 

그래. 아이를 내가 원해서 낳았으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잘 돌보고 지원하는 것도 그 책임에 포함되니, 불평불만, 앓는 소리 그만하고 주어진 일에 임하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자기최면을 걸면서.  일단 화이트보드를 주문하고,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학교로부터 고지받은 금주의 일정을 정리하기로 한다.  부모노릇하기 참 힘들다. 이 과정 또한 나를 성숙케하는 과정이라 믿으며 불평불만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