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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영국 이웃 윌리엄의 애완 달팽이 펠피 실종 사건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26. 00:00
지난주 금요일, 4월 17일 금요일은 이곳 영국의 부활절 연휴 첫날이었다.  간만에 영국 날씨가 화창하고 기온까지 높아서 겨울에서 갑자기 여름이 된 듯한 분위기였다.  연휴에 날씨까지 좋으니 골목길에 아이들은 모두 골목에 나와 뛰어놀고 부모들도 모두 현관을 열어두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도 하며 이웃들끼리 담소도 나누었다. 

어제는 앞집 칼리아 (7세)와 윌리엄 (3.5세), 우리 오른쪽 옆집의 폴리 (8세)와 난씨 (5세.  영어로 Nancy인데 영국에서는 ‘낸씨’라 하지 않고 ‘난씨’라고 ‘아’ 발음으로 읽는다 ㅋ)가 모두 나와 스쿠터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뛰어다니기도 했다. 

언제나 나에게 말을 잘 걸어오는 앞집 칼리아는 손에 달팽이를 한마리 들고 있었다. 

“이 달팽이는 윌리엄의 애완 달팽이예요.”
“그래?  애완 달팽이? 이름이 뭐야?”
“펠피예요.  펠피.”
“펠피가 무슨 뜻이야?”
“별 뜻 없어요.  그냥 윌리엄이 지어낸 이름이에요.”
"이 달팽이를 가든에 있는 다른 달팽이들과 어떻게 구분해서 알아볼 수 있어?”
“이 달팽이의 등에 동그랗게 무늬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펠피를 알아볼 수 있어요. 
“윌리엄은 얘를 언제부터 키운거야?"
“응.. 며칠 안 됐어요.  뒷 가든에 있던 나무 창고에서 발견했어요.”

앞집 제니퍼와 에밀이 며칠 전 가든 뒷편에 있던 나무로 만든 창고에 물이 새고 나무가 다 썩어서 나무를 뜯어냈다고 하더니, 그 창고 안에서 발견된 것인가 보다. 

“이 달팽이는 노숙 (homeless) 달팽이었어요.  그래서 가든에 커다란 집을 우리가 만들어줬어요.”
“노숙이라니?! 이 달팽이는 집을 등에 늘 달고 다니잖아~ (달팽이 등껍질 ㅋ)”
“그렇긴 하지만, 더 커다란 집을 지어줬어요.  여기를 이렇게 만지면 이 달팽이를 집에서 나오게 할 수 있어요."

칼리아가 달팽이의 목을 간지럽히니 달팽이가 껍질에서 몸을 쭈욱 빼냈다.  

“나도 펠피 만져봐도 돼?”
“네.  만져보세요.”
“으..아..  나 태어나서 달팽이 처음으롱 만져봐.  넌 달팽이 안 무서워?”
“안 무서워요.”
“나 펠피 사진 찍어도 돼?  나 인터넷에 블로그를 하는데, 펠피 이야기를 적고 싶어.”
“네, 얼마든지요.  사진 찍어도 돼요.”


칼리아는 계속해서 달팽이를 쓰다듬다가, 동생 윌리엄이 자기가 마시던 쵸코쉐이크가 담긴 유리그릇을 옆집 조이스 할머니네 마당에 놓자 그걸 다른 곳으로 옮겨둔다고 달려갔다. 

골목 앞에서 아이들이 왔다 갔다 뛰어놀자 하루종일 기운이 빠져있던 잭도 갑자기 신이 났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쳐다보기도 하고, 잠시 뒤쫒아가보기도 하고, 언제나처럼 이웃집 돌맹이를 집어던지며 놀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도 집에서 아이 간식을 먹이러 들어갔을 때, 틴틴에게 펠피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틴틴, 이 사진 좀 봐.  칼리아가 보여준 윌리엄의 “애완달팽이”야.  ㅋㅋ 이름이 펠피래.”
“응?  애완 달팽이?”
“큭큭 그러게 말이야.  며칠전에 그 집에 나무창고 뜯는 거 봤잖아.  거기서 발견됐대.  홈리스 달팽이라서 큰 집을 지어줬대. ㅋㅋ”
“재밌네.  칼리아도 참 ㅋㅋ”
“제니퍼 (엄마)랑 에밀 (아빠)도 애들이 달팽이 키우겠다 한다고 또 집도 같이 만들어주고.. 대단해.”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 간식을 모두 먹이고 다시 집 밖에 나왔더니 아이들은 모두 온데간데 없고 옆집 남자 앤드류만 차고 문을 열고 일을 하고 있다. 

“안녕, 앤드류!  애들은 모두 어디갔어?”
“모두 칼리아 집에 갔어.”

그리고 우리는 앤드류와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앤드류네 큰 딸 폴리가 칼리아네 집에서 뛰쳐나왔다. 

“안녕, 폴리!”
“지금 펠피가 없어졌어요!  우리 모두 펠피 찾는 걸 도와주고 있는데, 펠피를 아직도 못 찾았어요.”
“그래?!”

웃으면 안 되는데 푸핫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얼른 틴틴에게 달려가서 이 소식을 알렸다. 

“틴틴!  펠피가 사라졌대. ㅋㅋ 지금 앞집 애들, 옆집 애들 모두다 펠피 찾고 있대! ㅋㅋㅋ”

잠시 후 칼리아가 집에서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펠피가 없어졌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요.”
“어떡해..  나도 안타깝구나 (sorry to hear that).  괜찮아?”
“네.. 괜찮아요..”
“아줌마가 사진 찍은 게 있으니까, 사진으로라도 펠피를 기억할 수 있을거야.”

아이들은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나를 볼 때마다 펠피 이야기를 했다.  펠피가 사라져서 꽤나 서운한가보다.  

그렇게 며칠간 칼리아와 윌리엄의 애완달팽이로 살던 펠피는 내 핸드폰에 사진 하나 남기고 다시 야생 달팽이의 삶으로 돌아갔다.  펠피야, 어디서 누구와 살든 행복하게 잘 살려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