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출산 후 남편과의 첫 데이트!

옥포동 몽실언니 2019. 6. 25. 00:11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바쁘고 아프고 낫고 또 바쁘고 한 시간을 보내느라 블로그를 돌볼 틈이 없었어요.  

오늘은 열흘 전 (6월 14일 금요일) 저희 부부가 가진 출산 후 첫 데이트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아이를 낳고 장작.. 18개월만에 저희 부부는 처음으로 저희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가졌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날 틴틴이 하루 휴가를 내어 둘이 함께 맛있는 점심과 근사한 디저트를 먹었답니다.  

둘이서 손을 잡고 길을 걷는데, 너무 오랫만에 둘이 있으니 어색하면서도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면서도 어린이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마음이 잠시 불편하기도 했다가, 다시 둘만의 이 시간이 너무 기뻤다가 하는 기분의 널뛰기를 경험했지요.

이날 저희는 옥스퍼드로 달려가 North Parade 맞은편 골목에 차를 대고 일식집 Koto 로 향했습니다.  Koto는 몇년 전 옥스퍼드에 새로 생긴 일식집인데, 음식이 깔끔하니 아주 맛있고 가성비도 뛰어납니다.  결혼 전에 저희 둘 모두 좋아해서 둘이서도, 또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자주 찾던 식당이었죠. 

이날 저희는 정말 오랫만에 하는 둘만의 외식인 만큼, 먹고 싶은 것을 죄다, 시킬 수 있는 한 다~ 시켰습니다.  저녁 메뉴에는 타코야끼도 있고 더 다양한 요리가 있는데, 런치 타임에는 제한된 메뉴밖에 없어서 시킬 수 있는 게 몇가지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그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은 다 시켜 먹고 왔어요!

저희가 먹은 것은 파이탄 라멘 - 라면들 모두 시도해봤는데, 이게 제일 맛있더라구요! 


스페셜 두부가 있어서 시켜봤는데.. 그냥 간장소스 연두부였어요. ㅋ 

미역 샐러드 (한국의 미역무침처럼 새콤달콤 맛있어요! 아래 상차림에 라면 왼쪽 상단에 있는 샐러드), 

두가지 롤 - 캘리포니아 롤, 매운 연러롤도 시키고~

치킨 카라카게 - 닭튀김도 시켰어요~

아주 배가 부르도록 먹고 나니.. 41.80파운드.. 한국돈으로 6만원 정도가 나왔어요.  많이 나왔네요.  간만에 상당한 외식비 지출!  둘이서 이 정도의 금액의 외식을 해보기도 정말.. 아이 낳고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커피나 한잔 하자 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 딱 커피만 한잔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고 나니.. 디저트도 시키고 싶어졌어요!

이날 저희가 커피를 마시러 간 곳은 옥스퍼드 Banbury Road의 The Old Parsonage  라는 호텔에 있는 식당이었어요.  호텔 1층에서 음식도 팔고 차와 디저트도 파는데, 음식도 유명하고, 이곳의 에프터눈 티도 유명하고, 차와 디저트도 훌륭한 곳이지요.  단점이라면.. 조금 비싼 가격?  식사의 경우 돈에 비해 양이 적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입구를 들어서면 야외 가든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요.  날씨가 좋았더라면 아래의 야외 가든 자리에서 해를 쬐며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이 날은 6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추워서 저희는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추운 날씨에 걸맞게 실내 벽난로를 피워뒀네요!  이곳까지 걸어가느라 몸이 좀 추웠던 저희는 벽난로 바로 앞자리에 앉아 온기를 온몸으로 쬐었습니다. 


틴틴은 딱 커피 한잔만 주문했는데, 

오랫만의 데이트인 만큼.. 틴틴이 저에게 먹고 싶은 것으로 뭐든 시키라 하여.. 저는.. 과감히.. 차도 시키고 커피도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 은색 주전자에 나온 것은 pearl jasmine 차예요.  진주처럼 동글동글하게 말려져 있는 쟈스민 차도 시키고, 바로 아래의 아포가토도 시켰죠!  아포가또 먹고 나서 쟈스민 차로 입가심!  여기서 이날 마신 쟈스민 차는 그간 마셔본 쟈스민 차 중에 가장 깔끔하고 좋았어요.  항상 쟈스민차를.. 중국식당에서만 먹어봐서 그런 거 같아요. ㅎㅎ

분명.. 밥을 다 먹고 배가 너무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디저트 메뉴를 보면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디저트도 하나 시켰는데, 그게 바로 아래의 구스베리 파브로바라는 메뉴입니다.  하얀색 계란흰자를 이용해 만든 머랭쿠키에 커스타드 크림과 시큼한 구스베리를 얹은 디저트였어요.  달고.. 느끼했는데 구스베리의 상큼함이 그 느끼함과 달콤함을 잡아주는.. 중독성 있는 깔끔한 디저트였지요. 

이렇게 먹고 났더니.. 거의.. 뭐.. 두사람 밥값 수준의 차/디저트 금액이 나왔어요.  장작... 28.07파운드.. 4만원이 넘는 돈..   쿨럭... 


유명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디저트와 차를 즐겼으니.. 이 정도 돈이 나오리라 예상은 했지만.. 밥도 많이 먹고 디저트까지 비싸게 먹고 나니.. 타격이 꽤 큽니다.   그래도.. '우린 결혼기념일에도 외식 한번 안 했으니...’ , 또 ‘18개월 만의 첫 둘만의 데이트인데!!’ 하며 이 지출들을 정당화해봅니다. 

점심에 이어 디저트까지 배불리 먹은 저희는 소화도 시킬겸 옥스퍼드 시내로 아이쇼핑을 떠났습니다.  Futon Company에 소파베드를 구경하러 갔지요.  가는 길에 지나게 된 저희 과 앞..  LGBT 주간이라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메세지로 과 앞에 무지개 깃발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Futon Company 아이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는 밀린 일을 하고 틴틴은 잭을 데리러 잭의 어린이집으로 향하며 저희 둘만의 데이트는 끝~

겨우 몇시간 안 되는 데이트였지만 참 소중한 시간,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지출의 타격은 컸지만.. 그런만큼 (?) 기억에 남는 둘만의 첫 데이트! 

다음 데이트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쯤은 꼭!! 더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잭을 데리러 가야겠습니다. ㅠ

(잭이 없는 하루가) 참 짧네요.  잭, 미안해!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너를 사랑하지 않거나 덜 사랑하는 게 아니란다!!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을 갈구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야~  엄마도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