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9개월, 수족구병에 걸리다: 증상과 대처법

옥포동 몽실언니 2019. 7. 14. 22:1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 잭은 올해 1월 말 영국으로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몸이 아프지 않은 때가 많아야 총 3-4주 정도인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감기, 중이염, 또 감기, 또 중이염, 또 감기.. 또 다른 감기.. 이렇게 감기를 달고 지내다 2주 전에는 급기야 수족구병에까지 걸렸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한국도 영유아 수족구병 유행으로 난리 아닌 난리라고 하던데, 이국만리의 영국에 살고 있는 저희 잭도 어김없이 수족구를 앓았습니다. 

수족구병 (의심) 증상의 발단

1일차: 식욕부진, 발열 시작

때는 바야흐로 오늘로부터 딱 2주 전인 6월 30일 일요일.  

아이가 아침부터 입맛이 없는지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아침에도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입을 막더니, 점심에도 그러는 거예요.  저녁에도.. 그리하여 그날은 거의 하루 종일 아이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어요.  그 좋아하는 과일조차 안 먹겠다고 하는 통에 이게 무슨 일인가 했는데, 오후부터 몸에서 미열이 감지되더니 저녁부터는 열이 펄펄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열이 38도를 넘어가자 저희는 아이에게 진통해열제인 파라세트몰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밤.. 열이 더 펄펄 끓어올랐고 아이는 아파서 낑낑대며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  물론 그 옆에서 자던 저도 밤새 잠을 설쳤죠. 

증상 발달

2일차: 고열과 심한 보챔

하루 지난 월요일이 되어서도 아이는 계속해서 음식을 먹지 않았어요. 음식을 먹지 않으려는 일이야 간혹 있던 일이지만, 그 좋아하는 과일조차 먹지 않으려해서 저희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아이가 어지간히 아프고 열이 나더라도 ‘수분섭취가 충분’한지, 그리하여 ‘충분한 양의 소변 기저귀가 나오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 이 두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어지간하면 아무것도 해 주는 것 없이 진통제 먹이며 며칠 더 지켜보라고 하는터라 저희는 병원으로 가지 않고 아이를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어요.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지만 이 정도 고열에는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이날부터 주5일 전업육아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는 낮 동안에 먹지도 못하면서 보채기는 얼마나 보채든지.  다른 감기 증상은 하나도 없는데 열만 펄펄 끓으니 저희는 4시간마다 두 종류의 진통해열제를 교차복용시키며 (파라세트몰과 이부프로펜) 아이를 지켜봤어요.  아이는 아파서 하루종일 보채며, 낮잠도 잘 자지 못했어요.  잠에 들었다가도 너무 아파서 낑낑대다 울면서 잠이 깨버리는 식이었죠.  

이날 밤도 역시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자다 울면서 깨고, 또 잠들었다 또 울면서 깨고.. 하기를 반복.  한 밤중에 또 한번 해열제를 먹였으나 약도 소용 없이 아이는 내내 보채고 울었어요.  잠을 자는 중에는 머리에서 열이 나서 그런가 열이 더 펄펄 끓는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애도 잠 자기가 힘들었나봐요. 

3일차:  고열과 심한 보챔, 숙면 불가

이날은 정말 피크였습니다.  아이가 하루종일 울고 보채고, 제가 안아줘도 울고 짜증내고 보채고..  아이를 어루고 달래가며 원하는대로 최대한 해주는데도 계속해서 울고 짜증을 내니.. 한시간, 두시간, 두시간 반쯤 되자 저도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속이 터질 것 같아 회사에서 근무 중인 틴틴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틴틴, 나 이대로 한시간만 더 있으면 애한테 소리를 질러 버릴 거 같아!” 

저도 이틀째 밤잠을 설쳤는데, 하루종일 아이 보채는 걸 달래야 하다 보니 속에서 차오르는 화를 견디기 힘들어서 틴틴에게 토로한 것인데, 틴틴은 그길로 바로 전화를 끊고 집으로 달려왔어요.  회사에는 집에 비상사태가 생겨 잠시 다녀와야 한다고 메세지를 남겨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거죠. 회사가 집에서 도보 6분인데다 현재 매니저가 flexible hours에 너그러운 사람이라 그나마 다행.. 

틴틴의 등장으로 저는 잠시 화장실도 다녀오고 한숨 돌리고 나니 저도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이가 수족구병인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날입니다.  아이가 감기 증상은 하나도 없는데 열은 펄펄 끓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자 틴틴은 편도선염을 의심했고 저는 혹시 입 안이 헐거나 한 건 아닌가 싶어 아이가 울 때 입 안을 살펴보려고 눈을 뜨고 살폈더니 아니나 다를때 아랫 입술 안쪽에도 헐은 자국이 최소 5-6개에, 혓바닥에는 엄청 커다란 하얀 수포들이 여러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바로 구내염을 의심하고 집에 있는 삐뽀삐뽀 119와 닥터오 소아과 진료실 책을 뒤져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바로 수족구병으로 저희 아이의 경우에는 수포가 손과 발에 오지 않고 입에만 온 경우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아주 흔하다고 하더라구요.  일반적인 타 구내염과의 차이는 고열이 동반된다는 것이었어요. 

사진을 찍는다고 찍어보았는데, 입안이 어둡다보니 사진으로는 잘 찍히지 않았어요. 


수족구병의 경우 별다른 치료법은 없고 약 일주일간 앓고 나면 낫는다고 하니 저희는 마음을 내려놓고 진통제를 계속 먹이며 한주 내내 아이를 돌보았습니다.  이날은 어린이집에 연락하여 아이가 수족구병인 것 같다고 알려주고 한주 내내 빠지게 될 것 같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박사 논문을 끝낸 후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수족구병에 걸려 손에 물집이 생긴 적이 있는터라 수족구병의 초기 증상 - 몸살처럼 온 몸이 매우 아프고 열이 많이 나는 - 을 겪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아이가 얼마나 아플까 더 공감이 되고 아이가 힘들 게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4일차-7일차:  열은 내리고 수포만 남다

아이 입안에 잔뜩 낀 수포들을 보고 나서 그 때부터는 아이에게 부드러운 음식만 주기 시작했어요.  죽도 차게 해서 주는 게 좋다 하여 죽을 끓여 냉장고에 넣은 후 주기도 했고, 부드러운 빵을 차가운 우유에 적셔 삼키기 좋게 해 주기도 했어요.  

몸이 조금 회복세에 접어들자 아이는 그제서야 폭풍 낮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낮동안 제대로 자지도 못한 낮잠을 늦은 오후가 되니 정신을 잃은 아이처럼 잠을 자는데, 그 모습을 보니 저희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늦은 오후 거실에서 뻗어 잠든 잭.

아이는 입안에 물집이 가득하니 신맛이나 단맛이 나는 과일은 입에 닿기만 해도 아픈지 모든 종류의 과일을 거부했어요.  4-5일쯤 지나 그나마 먹기 시작한 것이 서양배.  단맛도 신맛도 강하지 않은 밋밋한 배였지요.  푹 잘 익었더라면 단맛이 강했을텐데, 그러기 전이라 조금은 아삭하면서도 단맛도 아주 약하고 신맛은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수박, 바나나, 딸기, 블루베리, 체리 등을 그리 좋아하던 우리 잭이었건만 과일은 입에 대지도 못하고 평소 잘 거들떠 보지 않던 배만 열심히 먹으며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만 먹더라구요.

한달 전만 해도 볼록나온 수박배를 자랑하던 저희 아이가..

이렇게 홀쭉해져버렸습니다.  오늘 오전, 뒷가든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아빠와 샤워를 마친 잭이에요. 


*****
저는 6월까지 일을 하느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하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는데, 이번 수족구병을 계기로 주5일 전업육아를 경험하며 아이가 가장 많이 아팠던 첫 1,2일은 패닉을 경험했고, 3일차부터는 아이와 함께하는 온종일의 시간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4, 5일차쯤 되니 이제 익숙해지면서 ‘아, 내가 아이와 이렇게 하루의 시간을 보냈었지..’기억도 나고, 그 시간이 친숙하면서 즐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정말 적응의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 한주간 수족구를 앓은 저희 아이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쌩쌩해졌냐구요?  그럴리가요~ ㅠㅠ 수족구 보내고 감기 받고~ ㅠㅠ 지난주 월요일부터 맑은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수요일 밤부터 더 심해져서 목요일에 다시 감기로 피크를 찍었습니다.  그 감기는 틴틴에게 옮았고, 이제는 저에게까지 옮아서 저는 현재 목도 붓고 콧물도 줄줄 흘리고 있답니다.  ㅠㅠ

세 식구가 감기로부터 자유로울 날은 언제쯤 오는 걸까요?! 

저희 아이는 지난 주 목요일, 12개월 예방접종 때 빼먹은 MMR (풍진, 홍역, 볼거리) 접종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간호사가 잭을 보더니 이 상태로는 주사 못 맞는다고 ㅠㅠ 감기 나으면 다시 오라고 돌려보냈어요. ㅠ 어지간해서는 주사를 줄 줄 알고 그냥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마저 퇴짜를 맞았어요.  그걸 보며.. 저희가 아이의 감기에 참 많이 무뎌졌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보다 덜한 감기에도 아이 주사를 맞아도 되나 어쩌려나 노심초사 했는데, 이제는 ‘이 정도 감기에는 주사를 그냥 줄 거 같은데?' 라고 생각을 했으니 말이죠. 

이렇게 저희 잭은 생후 19개월에도 온갖 병치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엄마 아빠도 함께 감기를 달고 살고 있고, 저희의 외출과 사교활동에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어요.  영국은 여름 한철만 해가 반짝 날 뿐인데, 이 좋은 여름날 친구들을 만날 기회와 시간도 없을 정도니까요..  

외국에서 부부 단 둘이서만 아이를 케어하는 일.. 이게 생각보다 정말 힘드네요.  이 상황을 저는 뭐라고 이름지어야 할까.. 를 아이를 낳은 후부터 지금껏 고민 중인데, 아직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어요.  이건 독박육아도 아니고.. (부부가 함께 독박아닌 독박을 하고 있으니), 해외에 부부만 고립되어 있으면서 하는 육아이니 ‘고립육아’?, 부부가 자신들만의 힘으로 육아를 해나가고 있으니 ‘자립육아’?, 혹은 ‘독립육아’?  뭐라고 이름지어야 우리의 이 상황을 잘 묘사할 수 있을까..  그게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저는 계속해서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있습니다. ㅋ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 알려주세요.  

이렇게 부부 둘이서만, 타인의 도움 없이 (현재는 어린이집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를 케어하는 일.. 다른 것보다 육체적으로 정말 많이 부치고 힘드네요.  부부의 동지애와 서로에 대한 믿음은 커져만 가지만..쌓여만 가는 육체적 피로감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일 저녁 친정부모님께서 영국으로 오시면 그나마 한숨 돌릴 틈이 생기려나요?  그 시간만을 학수고대하는 중입니다.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저는 앞으로도 자주 글을 쓰도록 노력할게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글을 쓰고 싶은데도 글이 잘 안 써지더라구요. ㅠㅠ 그러니 이제는 뭘 써야할지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무조건 쓰자’ 주의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