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육아] 어린이집에서 4일간 3번의 사고..

옥포동 몽실언니 2019. 6. 11. 00:14
이곳에서는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나면 사고에 대한 리포트를 해 준다.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알려주고, 관련한 서류에 내가 서명을 함으로써 사고 보고가 종료되는 식이다. 

사고가 있기 전에는 이런 사고 보고 시스템이 있는 줄도 몰랐다가 지난주 화요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서 accident가 있었다며 전화 연락이 왔고, 그 후 금요일, 또 오늘 월요일, 총 (아이 등원일 기준) 4일 중에 3일 동안 사고 연락을 받게 되었다. 

사실 연락을 받고 보면 굉장한 사고는 아니다.  첫 날에는 한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밀치며 손톱으로 꼬집은 것인지 할켜진 것인지 상처가 난 것이었고, 두번째는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를 깨물었다고 했다.  세번째는 오늘로, 아이가 다른 아이와 안은 채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고 하는데, 상처가 난 것인지 이마에 밴드를 붙여줬다고 하니 이따 아이를 데리러가서 확인해봐야 한다. 

아이를 기관에 맡긴 이상 기관을 믿고 아이를 맡기는 게 지당한 처사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지만, 막상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심장이 뛰고 마음이 좋지 않다.  당연히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나게 마련이고, 아무리 케어러들이 아이들을 잘 감독한다 하더라도 사각지대도 있게 마련이지만, 막상 전화를 받고 나면 ‘우리 아이 케어러는 어디에 있었길래’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가 다쳤다 하니 속상하고, 가장 손쉽게 아이의 ‘케어러’를 원망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럴 거면 아이를 왜 맡기냐고, 직접 데리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기관에 아이를 맡길 때 기관에서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케어해 줄 것을 믿고 기관에 보내는 것이고, 그런 가정이 깨어지는 일이 일어났을 때 서로 그에 대한 합의를 하기 위한 과정으로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니 ‘사고발생가능성’ 이 항상 있는 기관에 아이를 맡긴 부모의 탓이라고만 보기에도 그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아이 어린이집과 같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한 엄마가 자기는 사고 리포트를 거짓으로 받은 것을 알고 어린이집을 옮긴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아이가 아이의 몸 여러곳을 깨물었는데, 한곳만 깨물었다고 하고, 아이가 울지 않았다고 (다른 케어러는 울었다고 말 해줬단다) 리포트를 해줬다고 한다.  집에 와서 아이 온 몸의 상처를 확인하고는 당장 그곳을 그만뒀다고 한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도 겨우 얼마전에..  아이 사고 연락을 연속 세번이나 받고 난 나의 마음이 더욱 무겁다. 

오늘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울지 않고 들어갔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당연히 울었다.  차에 탔다 하면 이젠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에서 헤어질 때 내 눈 앞에서 손으로 바이바이 흔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표정은 울상!ㅠ  그리고, 선생님이 아침 먹겠냐고 물으며 식당 쪽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그리로 걸어들어가는 길에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전처럼 오열은 아니었고 으앙.. 하고 우는 소리였다.  

어제는 아이가 잠 자는 시간 내내 나도 아이 옆에서 잤는데도 밤새 잠을 설쳐서 (아이의 기침 소리와 심한 몸부림에) 누워있었던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잠을 잔 거 같지 않고 몸이 너무 피곤했다.  게다가 날도 춥고 비까지 내리면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내내 한 색깔의 회색 하늘이니 시간 관념까지 없어지는 것 같다.  역시.. 영국 날씨는.. 정말 사람 기를 빠지게 하는 날씨이다.  이런 몸으로 일을 하겠다고 책상에 앉아있으니 일을 하면서도 집중이 되지 않고, 울지 않으면서도 금방 울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 눈에서 가시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바로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엄마가 되긴 되겠지만 아주 신경이 쇠약한 엄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ㅠㅠ 애를 키운다는 게 어찌 이리 힘든 일인지.. 게다가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것은 또 더더욱 얼마나 힘든 일인지..  풀타임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 정도인데.. 풀타임 출퇴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은 정말 얼마나 힘들까..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매일 매일, 매 순간.. 존경스럽다. 

사진: 왼쪽 볼이 첫 사고로 난 상처.  심하지는 않은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