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영국살이 10년이 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19. 9. 24. 19:47
그건 바로 이곳의 날씨!

어쩜.. 가을이 되기 무섭게 날씨가 이런지.. 어제도 비, 오늘도 비인데, 내일도 비, 모레도 비, 글피도 비, 앞으로 열흘간은 매일 비가 올 거라 한다.

오전 10시 반인 지금도 창밖은 회색 하늘.  오전인지 오후인지   저녁인지, 하루의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둑어둑한 회색빛 하늘이다.  한국의 청명한 가을 날씨,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도 반짝이는 햇살이 그득한 한국의 겨울날씨가 너무너무 그립다. 지난 겨울 한달반 동안의 한국살이는 공기가 나빠도 내 나라 한국이 살기 좋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  맘껏 창문을 열어제칠 수는 없어도 창밖에서 집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늘 비추던 한국이 그립다.

영국에서는 6-7월 화창했던 여름날이 지나고 나면 8월말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다 9월, 10월이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겨울”이 온다는 걸 체감하는 때이다.  비와 함께 시작되는 겨울은 적어도 이듬해 3월, 늦게까지는 4월까지 이어진다.  1년의 2/3이상은 비와 함께 겨울인 셈이다.  더 북쪽인 북유럽이나 아일랜드 출신들은 그나마 이런 영국 날씨가 북쪽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1년 내내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곳에서 그 햇살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아온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에게는 이 날씨가 10년이 넘도록 적응이 안 된다. 

'날씨가 뭣이 중헌디?’ 라고 한다면 당신은 날알못! ㅋ 

날씨는 정말 중요하다.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날씨가 사람의 생활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외로 크다.  으슬으슬 춥고 어둡고 비오는 날씨에는 사람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사람을 움츠려들게 하는 날씨가 일년에 반 이상 지속된다고 생각해보라!  암흑 속에서 보내는 6개월의 시간은 곧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조차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는 요즘 공기오염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한국의 화창함이 주는 축복을 잊고 지내기가 너무 쉽다.  심각한 공기오염으로 인해 밖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없다는 것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다.  그 또한 일상에 상당한 제약이다.  그러나 햇살이 주는 에너지와 발랄함, 긍정의 힘, 따스함.  그건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귀해지긴 했지만 따스한 햇살이 있기에 여전히 삶의 여러 고충이 견딜만 한 것 같다. 

그래, 한국에 가서 살자.  나중에라도, 언젠가라도 밥벌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국 가서 살자.  열심히 돈 벌고 저축해야지.  돈 벌 궁리를 열심히 해야겠다.  (로또부터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