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재택근무 엄마의 고충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1. 22. 23:00

#1

시간이 너무 없다. 

일을 좀 하려 들면 집안일이 눈에 보인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집안일에는 되도록 눈을 감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아이가 돌아오고, 남편이 돌아온 후에는 집이 엉망진창 이런 난리통이 없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내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근무시간이니까.


#2

산책할 시간이 없다. 

직장에서 근무 중이면 중간에 커피라도 마시기 위해서라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직장까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귀한 산책과 휴식의 시간일 것이다.  아무리 직장이 가깝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침에 아이와 남편을 보내고 나면 잠시 뒷정리를 하거나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나서 자리에 앉으면, 화장실을 갈 때와 물을 뜨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도 잘 없거니와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산책을 하고 나면 머리도 상쾌해지고 일에 효율도 더 좋아질텐데, 그럴 마음에 여유가 나지 않는다. 

나는 원래 산책을 정말 좋아하던 사람인데, 돌이켜보니 지난 1년 이상 나홀로 아침산책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올해 언젠가.. 한번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도 오전에 짧은 산책.. 아마 10분쯤?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3

고립된 생활.

산책을 할 시간이 없으니 쇼핑을 하거나 시내로 나갈 일은 더더욱 없다.  일부러 약속을 만들면 나가겠지만 요즘같이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서 예정에 없이 내 일이 밀려버리기라도 하면 더더욱 집에서 나갈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이 두살이 다 되어가는 아들과 남편뿐.

아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 중 하나이고, 남편은 사랑 플러스 의지하는 존재이기까지 하지만, 이 한정된 인간관계 속에서 이들과만 접촉하고 지내는 건..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부자연스러움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외로운데, 외로운 것에 익숙해진다.  타인과의 접촉은 오히려 부담스러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사회성이 더더욱 약해지는 느낌. 


#4

오늘은 남편이 출근한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다!'

'남편과 사내 커플이면 좋겠다!'

나는 남편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가? 하하.  많이 좋아한다.  그러니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리고 애를 또 가졌을테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지만, 나와 남편은 상호의존도가 매운 높은 관계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남편과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일을 할 때도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면 너무 편하다.  남편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옆에 있으면 남편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아한다.  

요즘은 둘만의 시간이 너무너무 부족하다 보니 퇴근은 몰라도 출근이라도 같이 하고, 오전 중에 티타임에라도 잠시 둘이 만나 커피를 마시며 10분, 아니 2분이라도 짧은 담소를 나누며 눈이라도 한번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점심시간에 함께 15분이라도 산책하거나 짧은 달리기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 되는 행동이나 일을 하는 직장동료에 대해 둘이서 같이 편하게 서로에게 하소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이제 다시 일상속으로.  아이 데리러 가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저녁은 또 뭘 해서 먹이나..

저녁 준비를 해둬야 할지, 내 일을 좀 더 해야 할지 약 10초간 고민하다가 일단 내 일부터 먼저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