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은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육아참여도가 매우 높았다. 첫 한달간은 수유를 제외하고는 나와 모든 것을 함께 했고, 그 이후에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 그리고 밤중수유를 하는 중에도 많은 육아활동을 나와 함께 했다. 그렇게 쌓아간 육아스킬은 점점 좋아졌는데, 요즘은 아이 관심사가 기계, 중장비로 옮겨가면서 틴틴과 잭의 친밀도가 더 높아졌다. 엄마는 잘 하지 못하지만 아빠가 잘 하고, 아빠가 더 재밌게 해 주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아침식사를 준비하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내가 부득이 혼자서 부엌에 있어야 할 때 남편과 아이 둘이서만 거실에서 재밌게 잘 놀때가 종종 있다. 아빠와의 놀이 시간을 너무나 즐거워하며 아이를 보면서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을 때가 있다 (평소 같으면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해질 정도일 것인데, 아무래도 임신 때문에 감정이 더 격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정도로 느껴지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잭은 아빠가 이렇게 재밌게 놀아줘서 너무 좋겠다~”
부엌에서 거실을 향해 한마디 던지며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아이에게는 부러움을 표한다.
아이의 놀이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와 놀이를 함께 하고, 아이를 즐겁게 웃게 해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저리도 맘껏 해 주는 그런 아빠라니. 정말 부럽다. 나에게는 없었던 아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훌륭하신 분이셨다 (지금도 멀쩡히 잘 살아계신데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어린 시절 함께 살던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집안의 막내인데도 우리 식구 뿐만 아니라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가족 친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 하시는 책임감 강하신 분이셨다.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인간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셨고, 이불개기, 식사예절 등 먹고 사는 일의 기본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셨다.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성실의 미덕을 강조하셨다. 엄격하긴 하셨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또 그것이 합리적이라면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렇게 적고 보니 더더욱 내가 아버지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되는 상황같이 보여진다.
그러나 나는 예민한 아이였고, 어린 나이에도 나의 생각이 있던 아이였고, 내 나름의 논리적 사고를 하는 아이였고,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부당한 일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이였다. ‘아버지’라는 말만 배웠지 단 한번도 ‘아빠’라는 단어를 집에서 배워본 적 없는 나에게 엄격한 아버지는 무서웠고, 엄하게 가정교육 시키는 아버지의 권위에 소심하고 예민했던 나는 쉽게 쪼그라들었다.
그렇다고 반항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고집도 피우고, 눈물로 저항의 표시를 하기도 하고, 울면서도 내 할 말을 다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어느 한 구석 늘 억압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느꼈다 함은 실제로도 억압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정하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아빠, 내 의견을 존중해주는 아빠,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는 아빠, 잘 했다고 칭찬해주는 아빠. 난 늘 그런 아빠를 원했다. 어릴 땐 늘 그렇게 아버지께 불만을 가졌는데, 자식 키우는 부모가 되어 보고 나니 나도 아버지께 그저 본인 마음 같기만 해서 키우기 쉬운 자식은 아니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아버지나 나나 서로 힘들었을 것은 서로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늘 내가 갖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우리 잭에게는 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틴틴을 보면 가슴이 벅찬다.
우리 잭은 좋겠다. 정말 좋겠다!
그리고, 나 결혼 한번 정말 잘 한 것 같다. 둘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습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이 결혼을 한 것인데, 이 남자가 우리의 아이에게 내가 너무 갖고 싶던 아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아빠가 내 아이도 가장 원하는 아빠의 모습인지까지는 아이가 아직 말을 안 하니 알 수는 없지만, 세상 편한 얼굴로 아빠와 함께 놀고, 아빠와 놀면서 하하 하며 큰소리로 웃음짓고, 아빠에게 편하게 척 기대어 눕는 아이를 보면 아이도 이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좋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아이. 앞으로도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되어 아이와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가고 싶다.
사진:남편 다리에 기대어 누운 아이.
'몽실언니 다이어리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우리 부부의 생일 주간을 보내다 (8) | 2020.08.15 |
---|---|
[영국유학] 박사를 한 것이 후회되었던 날.. (12) | 2019.12.05 |
재택근무 엄마의 고충 (6) | 2019.11.22 |
긴 침묵의 시간, 그리고 그 침묵을 깨기까지... (14) | 2019.11.04 |
영국살이 10년이 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것.. (8) | 2019.09.24 |